BASIC #21
지난 10월 30일 ‘한국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 대회가 열렸습니다. 팬데믹 이후 3년만에 개최된 행사라 참가자들의 열기가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는데요. 최종 우승은 언더프레셔의 천명준 헤드 로스터가 차지하며 한국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분 좋은 소식과 함께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공기의 압력으로 추출하는 에어로프레스
주사기처럼 생긴 ‘에어로프레스’를 아시나요? 공기압을 이용해 커피를 추출하는 도구인데요. 스포츠 용품으로 유명한 미국 ‘에어로비’사의 대표인 앨런 애들러가 2005년에 발명했습니다. 반드시 지켜야할 추출 공식이 없어 자유자재로 커피 맛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죠. 주사기를 누르듯 커피를 추출하는 사용법 때문에 사용자들 사이에서 마치 장난감처럼 다뤄지곤 합니다.
오슬로의 작은방에서 전 세계로
“세계에서 에어로프레스로 누가 제일 커피를 잘 내릴까?” 2008년, 호주의 커피 애호가 두 명에게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시작이었습니다. 이 흥미로운 발상은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한 세계 최고의 커피를 가리는 ‘월드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을 탄생시키죠. 첫 대회는 노르웨이 오슬로의 작은방에서 열렸는데요. 세 명의 선수와 심사위원 한 명으로 진행된 소규모의 행사였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와 관중들이 늘어났고, 매년 60여 개국에서 선발된 국가대표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챔피언을 가리는 국제 대회로 거듭났습니다.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은 친한 친구들이 모인 파티처럼 캐주얼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관객들은 맥주를 마시면서 관람하고, 선수들은 몸을 들썩이며 흥겨운 자세로 대회에 임할 정도로 자유분방하죠. 올해 한국 대회의 경우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게임’을 모티브로 행사가 진행되었는데요. 선수들은 드라마에서 보았던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유쾌한 시간을 이끌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커피를 가리는 기준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는 동일한 조건의 원두와 물이 제공됩니다. 주어진 시간은 5분, 레시피는 자유입니다. 원두는 최대 18g까지 사용할 수 있고, 150mL 이상의 커피를 에어로프레스로 추출해야 하죠. 무작위로 구성된 대진표를 따라 3:1 토너먼트 형식으로 대회가 진행되는데요. 여러 라운드를 거쳐 현장에서 챔피언을 가려냅니다.
세계 최고의 커피를 가리는 만큼 심사 기준도 까다롭습니다. 기분 좋은 향미, 뛰어난 단맛, 균형 잡힌 산미, 훌륭한 바디감, 애프터 테이스트를 평가하죠. 매 라운드마다 세 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블라인드 심사를 진행하는데요.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세 잔의 커피 중 가장 훌륭한 커피를 선택하는 다수결의 형태로 승자를 결정하죠.
천명준 헤드 로스터의 우승 솔루션
올 한국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에는 ‘온두라스 산 로렌조 카투아이 워시드’ 원두가 제공되었는데요. 라이트 로스팅을 거친 싱글 오리진이었습니다. 원두를 받아본 천명준 헤드 로스터는 향미보다는 단맛이 돋보이는 커피라고 판단했습니다. 잡미가 없는 클린컵을 중점에 두고 커피의 단맛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추출 레시피를 잡았죠.
에어로프레스를 역방향으로 두고, 30초 동안 천천히 압력을 주어 추출을 진행했는데요. 천명준 헤드 로스터가 의도한 대로 클린컵이 뛰어나면서 단맛이 풍성한 커피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매 라운드에서 우승을 거듭한 천명준 헤드 로스터는 에어로프레스 한국 챔피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2월 1일부터 캐나다 벤쿠버에서 ‘월드 에어로프레스 챔피언십’이 진행됩니다. 언더프레셔의 천명준 헤드 로스터가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하는데요. 열심히 준비하는 만큼 최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