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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Aug 12. 2022

미혼이지만 친정이 좋다

자취생의 친정 집밥 예찬

아직 삼십 대 초반의 미혼 여성이지만 친정이 좋다. 결혼도 안 했으면서 무슨 친정이냐 할 수 있겠지만 독립해서 집을 나와보니 '아. 이래서 다들 친정이 좋다고 하는구나.' 이제 어느 정도 알 것만 같다. 친정집 소중함을 몸소 느끼고 있다. 


독립한 지 반년. 본가와 그렇게 멀진 않아서 적어도 한 달에 두세 번은 집에 가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다. 식탁 앞에 앉을 때마다 감탄한다. 특별한 메뉴는 없을지라도 밑반찬과 여러 종류의 김치기본값으로 세팅되어 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예전엔 당연했던 식탁 풍경이 이제 낯설 때가 있다. 일 인분의 밥상을 차리는 자취생은 보통 그날그날 주메뉴 하나를 정해서 요리해 먹는다. 반찬은 많아야 한 두 개. 그렇다 보니, 친정집의 따끈따끈 갓 지은 쌀밥을 둘러싼 밑반찬 상차림은 진수성찬 그 자체다. "역시 가정집은 달라. 없는 게 없네. 기본 반찬이 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야. 다들 감사해야 해." 매번 진심으로 놀라워해서 가족들도 이젠 나의 반응을 웃어넘긴다.


김치는 독립하지 못했다!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엄마는 항상 손에 뭘 한통씩 들려주신다. 특히 유일하게 아직까지 독립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김치'. 사 먹는 김치도 맛있는 시대지  입맛에 오래 길들여진 '집 김치'의 맛을 따라잡을 순 없.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통이면 한 달은 거뜬한데, 엄마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꽉꽉 담아주신다. 한국자씩 더 떠주신다. 처음에는 "그만~그만~ 그 정도면 충분해요!"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큰 깨달음을 얻고 '엄마의 챙김'을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 모든 자식들이 한 번쯤 듣고 자랐을 '엄마 말 들어서 안 좋을 것 하나 없다.' 일맥상통하는 말.


엄마가 주는 건
주는 대로 받아두면 다 좋다.



냉동실에 얼려둔 떡도 심심할 때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으면 아주 일용한 간식이 된. 큰 수박 한 통이 부담스러운 자취생에겐 소분해놓은 수박 몇 조각도 아침 저녁으로 든든하다. 특히 엄마의 물김치를 가장 좋아한다. 여름철 팔도비빔면 하나를 끓여먹더라도 그냥 먹으면 인스턴트지만. 엄마표 물김치와 장조림을 한두 젓가락만 올리면 집밥의 맛이 난다. 이 맛을 알게 되니 한 달에 한 번씩 김치를 받으러 가는 날이 즐겁고 감사하다.





엄마가 뭐라도 싸주려고 하면 "아니야. 괜찮아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한사코 거절했다. 하지만 홀로서기 반년만에 중요한 삶의 지혜를 터득한 것이다.

엄마가 주는 건 일단 감사함으로 다 받고 보자! 때가 되면 다 필요하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나를 이만큼 챙겨주는 건 엄마뿐이다!



오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명절 때 시골 외갓집에 머물다 돌아가는 날이면 외할머니가 보따리 보따리 이것저것 싸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곳간을 털어 내어 주는 엄마의 마음. 시대가 아무리 변한다 해도 그 사랑영원할 것 같다. 모든 엄마들은 위대하고, 자식들을 하는 사랑의 손길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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