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시리즈
땡.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훅. 밀도 높은 온기가 얼굴에 덮쳐온다. 씁. 침샘이 요동친다. 꿀꺽. 침을 한번 삼키고 침착하게 숨쉰다. 후우웁... 킁킁. 치킨이다, 그것도 마늘양념.
혼자서 명견에 빙의해 탐정놀이를 할 때마다 설마 나 행복해 하는 거야? 싶어 놀란다. 고개를 돌려 엘리베이터에 비친 얼굴을 보고 또 놀란다. 하루 일과에 지쳐 초췌한 얼굴 하나가 히죽대고 있다. 아, 깜짝이야.
누군가 행복이 뭘까요? 라고 묻는다면 일상의 평화를 새삼 깨닫는 순간이라 대답하겠다. 그럼 다시 물어볼지도 모른다. 평화가 뭔데요? 그건 바로 엘리베이터 냄새다.
대다수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7시즈음의 엘리베이터 냄새. 특히 겨울엔 차가운 공기가 음식 냄새를 꽁꽁 붙잡아둬 밀실 사건에 딱이다. 문이 열리자마자 차가운 기운을 압살하는 음식의 온기란!
퇴근 후 먹고 싶은 음식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오는 누군가의 발걸음, 얼굴, 그 마음을 상상만 해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이웃은 이걸 드시겠구나 흐뭇해하고. 물론 그걸 내가 못 먹는다는 상대적 박탈감은 자본주의 시장경제 사회에서 어쩔 수가 없다. 누가 피자를 시켜먹었고 그 순간 내 품엔 냉동피자가 있었대도(실화), 이 얄궂음은 기꺼이 감수하겠다. 킁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