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9. 화요일

달을 걷는 사람

by 해가면

Moon Walker

아이와 함께 갔던 지난 7월 여름 여행 이후

두 번째로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호텔바캉스를 다녀왔다.


벌써 태어난 지 꽉 찬 2년이 된 아들의 왕성한 체력을 수영장에서 소진(?) 시키고 (*허나 모두가 소진되는 제로섬 게임.) 방에 돌아와 하얀 침대에 몸을 눕힌다.


어느새부터인가 당연히도 아이 위주로 돌아가는 주말의 일상. 한숨 돌아볼 시간은 지금이었다.


담배를 피우고 돌아온 남편의 산책 제안이 반가웠고, 흰 박스티에 면바지 그리고 XL사이즈의 노스페이스 반패딩을 입고 객실을 나서본다.


신축객실까지 둘러보고 객실로 돌아갈까 하는데.

엑스배너의 BAR 광고가 눈에 띈다. Last Order 01:00 아직 시간이 오지 않았군.


호텔 프라임층의 뷰는 어떨까. 훑어보고 오자는 마음으로 입구를 기웃거리는 나에게.

홀 직원의 스위트한 매너가 스며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간접 조명과 프레첼 과자. “앉으시겠습니까.? ”


그리고 야경(한강의 불빛 그리고 백라이트들의 줄지은 통창너머 풍광)에 홀린 듯. TPO 도 뭐도 없이 한가운데 4인석 라운드 테이블에 앉는다.


금요일 자정을 약간 앞둔 시간.

다양한 인간군상들은 5성급 호텔의 라운지 바에 모여있다.


명품 카디건을 입은 남자와 연인인 듯한 여성과 그의 친구들은 시끌벅적하게 바틀과 안주를 두고 대화를 나누고.


한가운데 통창 앞의 썸남과 썸녀는 선물과 샴페인을 테이블 위에 둔 채 서로를 바라본다. 음…

혼자 이곳에 있는 것은 나뿐이네. 메뉴판을 꼼꼼히 살피지만 적합한 주종을 고르지 못하겠다. 이럴 때는 맨 앞장 칵테일(Signature)이지. 배부름 정도를 감안해 모히토 느낌의 그것을 고른다.



천태만상 인간군상.

어디쯤에 와 있을까 나는.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돌아갈 곳이 있다.

그곳에 남편과 아이가 있다.


그리고.

달을 걷는 사람(Moon Walker)이

내 눈앞에 있다.

지금 나도 달을 걷고 있는 것일까.

달을 걷는 삶을 가끔씩 엿봐도 되는 것일까.


같은 현실 속

다른 경험의 세계는 가까이에 있었다.

잠깐의 일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