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꽤나 기웃거려본 마케터가 본 성공하는 대표님 특징 (뇌피셜주의
하루는 샤워를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어느덧 5년이 넘었다. 그동안 만난 대표님들이 정말 많았다. 그들 중 하루에 4시간 자면서 힘든 회사 상황을 극복한 분들도 많았다. 작은 회사의 수장이었지만 그들과 함께 일하며 많은 걸 배웠다.
물론 이 글은 스타트업 대표님들께 바치는 작은 헌사이기도 하다. 하나의 조직을 이끌고 있는 모든 리더들에게 드리는 경외심을 담아 작성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내가 보기에 뻔하고, 미들급인 내가 쓴 뇌피셜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대표들 중 대부분은 MBTI에서 사고형(T)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분석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을 내린다. 비즈니스 환경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강점을 보인다.
이들은 감정을 빼고 일에 임한다. 사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때로는 사연이 깊은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상황을 겪으며 리더로서 자리잡은 과정을 상상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문자 F 대표님은 힘든 상황이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직함을 기둥 삼아 흔들리지 않고 직원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중심이 되어줬다.
만약 대표님이 매일 울고 짜증을 내면서 스트레스에 휘둘렸다면, 아마도 대표 자리에서 금방 사임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F라고 울고 짜증내진 않습니다 저도 F예요 쁘아아아아!!!! 오열)
큰 일이 생기거나 이슈가 터졌을 때도, 오히려 담담하게 대응했다. 그 덕분에 팀은 큰 위기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 리더의 태도 덕분에 직원들도 “생각보다 별일 아니구나” 하며 금방 떨쳐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주니어 시절,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다.
B2C 커머스 마케터로 일할 때 목표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한거면 더 할 수 있겠네" 하며 칭찬은 없고, 내년 목표 매출은 2배로 늘어났을 때의 두려움이 아직도 선명하다. 또 커뮤니티 빌딩을 위해 단기간에 3천 명의 회원을 모집했을 때도, "만 명 금방 되겠네. 좀 더 해봐."라는 단촐한 칭찬 아닌 칭찬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성과에 만족하고 하하호호 샴페인을 터뜨렸다면, 회사의 성장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안주하지 않는 건강한 마인드셋이었다. 물론 직원들에게 거의 매일 "칭찬이 박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런 태도가 대표로서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같은 성격은, 그런 상황에서 "여기서 어떻게 더 잘해?? ?"라는 분노 어린 생각이 들다가, "두고 봐라, 내가 진짜 개 쩔게 더 보여준다."는 사고를 거치게 된다. 어쩌면 그때 그 태도 덕분에 회사와 나 모두의 윈-윈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다.
개발자라도 마케팅,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어느 정도는 다룰 줄 아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직무의 진행 상황과 흐름을 파악하고 피드백을 주기 위해 결국 그 분야를 배우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런 태도는 아주 좋은 신호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한 번은 47시간을 들여 만든 영상 소재에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우리팀 부장님은 "음. 그냥 별로야"라는 6글자의 피드백 뿐이었다. 돌아보면, 디자인적인 감각이나 구체적인 수정 제안을 할 수 있는 카피라이팅 스킬이 부족했던 것 같다. 결국 "그냥"이라는 시니컬한 피드백은 무지함을 들키지 않으려는 시도였던 것 같다.
실제 같이 일했던 외국어 교육 도메인 대표님은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어서 코드잇으로 결제하고 파이썬을 공부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코드잇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개발뿐 아니라 같은 교육 도메인에서 배울 점, 우리 서비스에 적용할 점 등을 분석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성공적인 스타트업 대표들은 자신의 주 업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술, 마케팅, 디자인, 인사 관리 등 여러 방면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이를 통해 더 넓은 시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다재다능함은 빠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대표들은 흔히 "고민은 사치"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기회가 보이면 일단 직진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야 한다고 할 때, 차로 갈지 비행기로 갈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들은 이미 자가용에 시동을 걸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 잡다한 우려와 고민을 멈추고, 기회가 오는 순간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람보르기니의 최대 시속 350 km/h, 그에 버금가는 속도로 달리는 사람이라면 거의 인간 람보르기니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먼저 엑셀을 밟아주는 리더가 있기 때문에 사사로운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믿고 존경하는 저 사람이 분명 무슨 생각이 있겠지.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고, 그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너무 빨리 달려서 속이 안 좋을 때도 있다. "대표님… 저는 아직 안전벨트도 못 맸는데요…" 껄껄.)
‘우리 제품보다 구리긴 한데 잘 나가네? 헐뜯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오, 저렇게 하니까 성공하네? 나도 한번 해봐야지’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편법으로 성공한 사람을 만났을 때도 속으로는 ‘상종도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 생각을 삼키고 가까이 지내며 그 사람의 성공 비법을 지켜본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물어보면서 배우는 자세를 취한다. 누구나 타고난 열등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열등감을 최소한 티내지 않는다.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나로서는 특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성공을 질투하기보다는 자극을 받아서 더 열심히 노력하고, (적어도 겉으로는)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런 대표님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보면서, 건강한 경쟁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글을 마치며
쓰다 보니 이 글은 성장하는 대표의 특징이라기보다는 그냥 성공한 사람의 특징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내가 스타트업에 몸담으면서 피부로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쓴 글이라, 아마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응이 괜찮다면, 다음에는 <망한 스타트업 대표 특징 5가지 aka. 대표병>에 대해 써볼 생각이다.
도파민이 화성까지 폭발할 준비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