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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별 Jan 02. 2024

#2023. 1.2. 화, 갈비찜 노래.

오늘은 7시 10분 전에 일어났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산으로 갔다. 어제 못 본 일출을 보고 싶기도 했고 새해에는 한동안 산을 오르는 게 좋았다. 늘 같은 날이지만 한 살 한 살 먹는다는 건 의미가 다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몸은 나이를 먹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어딘가를 자꾸 떠도는데 요즘은 20대 중반에 친구들과 즐겁게 놀던 시절을 떠올린다. 그 생각을 하면 나는 그냥 20대인 것 같다. 생각으로 20 대를 떠다닐 수 있는 건 어떤 날에는 축복이고 어떤 순간에는 지독하게 빠져나오기 힘든 공상 같기도 하다. 현실에 몸을 담아야 하는데 뭔가 뿌리 없는 나무처럼 둥둥 떠다닌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의 1월 1일은 딸아이가 집에 돌아와서 즐거운 먹방이 이어졌다. 아이가 올 때마다 그 시간이 귀하고 아깝다. 아이는 날마다 다른 모습이다. 그렇지, 나무처럼 자라는 20대니까... 남편은 등갈비찜을 하고 우리는 강아지를 목욕시키고 꽃과 케이크를 준비했다. 케이크는 미리 인스타로 주문하고 31일에 찾아와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냉장고 반찬 냄새가 배일 것 같아 김장 비닐 큰 걸로 케이크상자를 통째로 싸서 냉장보관했다. 보람차게도 케이크는 아주 맛있었다. 우리 식구들은 케이크를 잘 못 먹는데 달지 않고 술술 넘어가는 맛이었다. 아들아이가 헝가리에서 사 온 디저트 와인과도 잘 어울렸다. 낮부터 맥주에 와인까지 거나하게 마시는 즐거운 점심이었다. 저녁에는 냉동실에 있었던 소갈비간장양념한 걸 먹었다. 아이들이 무슨 만화캐릭터 노래를 불렀는데


"갈비찜을 밥 위에 얻어주세요~~~ 내가 좋아하는 갈비찜 덮밥~~~"


한참을 웃었다.


현실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가고 나는 또 한 살 더 먹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아직도 동동 떠다닌다. 이게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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