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마샤 리네한은 미국 여성이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 갑자기 발병한 정신적 문제로 자해 시도를 한다. 1961년 부모님은 그녀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달리 무슨 방법을 쓸 수 있었을까? 우리는 원자도 알고 분자도 알고 우주도 좀 알지만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감정들, 뇌신경망 끝에 달려있다는 마음에 대해서 거의 아는 것이 없다.
리네한교수가 정신병원에서 받은 치료법은 지금 생각해 보면 보면 최악이다. 우리 인류의 지성과 영성이 더 성장해서 지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행동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이 더 좋은 상태에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리네한 교수님은 DBT 기술이 인생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내가 경험하는 감정이 타당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비참해하거나 인간관계 갈등으로 깊이 고민하거나 널을 뛰는 감정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부정적인 경험은 스스로 자신이 못났다며 자책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저 기술이 부족한 것이라고, 누구나 심리적 기술을 배우면 더 잘할 수 있다고.
책에서 옮겨 온 글입니다.
--- 1961년 4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그 순간부터 나는 아버지의 삶에서 존재감을 상실했다. 오하이오주 라이징선시에서 나고 자라나 매우 보수적인 가톨릭교도였던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참호를 파다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고 순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디엑스 석유회사 사장과 수노코 석유회사 부사장에 올랐다. -- 아마도 아버지는 내가 노력만 하면 곧 다시 나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나를 그다지 안쓰럽게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냉찜질 요법은 이렇게 시작된다. 먼저 옷이 벗겨지고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젖은 담요로 온몸이 꽁꽁 싸인다. 그 상태로 침대 위에 결박된다. 그렇게 누워 옴짝달싹 못하는 채로 최대 네 시간까지 버텨야 된다. 이 요법의 효과는 동요된 환자를 안정시키는 것으로 그 원리를 보여주는 생리학적 데이터도 있다. 냉찜질요법은 무엇보다 심박 수와 혈압을 떨어뜨려 이완 반응을 일으킨다. -- 대부분의 환자들은 냉찜질요법을 실시하겠다는 위협만으로도 충분히 문제 행동을 멈출 수 있었다. ---간호사는 멀리서 그저 얼음이 담긴 금속 용기만 달그락달그락 흔들어 대면 됐다. 얼음 부딪치는 소리 한 번에 병실은 곧 잠잠해졌다.
--- 유감스럽게도 약물, 격리, 냉찜질, 끊임없는 감시, 연민 어린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보다 내게 더 필요했던 건 기술이었다.
---- 아빠는 당시의 전형적이고 보수적인 남부 신사였다.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는 전혀 없었다. 심지어 오늘날에도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듯 아빠도 내가 조금만 더 마음잡고 노력하면 "이겨낼"수 있으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오클라호마주 털사에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듯이 아빠와 엄마 모두 젊은 여자는 외모를 맵시 있게 꾸미고 마침내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남편이 중요한 업무를 하고 돈을 버는 동안 놓은 (다시 말해 순종적인) 아내이자 엄마가 돼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부모님은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애석하게도 엄마의 끝없는 충고는 결코 사랑의 표식이 아닌 강요와 비타당화로만 느껴졌다. 에일린의 표현대로 엄마의 사랑을 얻으려면 어떤 특정한 금형에 자신을 욱여넣을 수 있어야 했는데 나는 그러질 못했다. 엄마의 눈빛에서, 목소리톤에서 엄마가 나를 못마땅해하고 있다는 걸 매 순간 느낄 수 있었다.
--- 증명된 바에 따르면 생물학적인 소인과 유해한 가정환경의 결합은 심리학적으로 치명적인 배합이다. 내가 전혀 다른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내가 중요히 여기는 가치가 용인되는(가령 줄리아 고모네 같은) 가족 속에 있었다면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 생명의 병원에서 수차례 받은 전기충격치료가 예상했던 것보다 방대한 기억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호의적 타자"로 이뤄진 무리의 일부가 되는 것이 그들의 정서적, 영적 안녕에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는 행동 문제로 고전하는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중요하다.
--- 들숨 호흡은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각성을 높이는 반면 날숨 호흡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각성 수준을 낮추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핵심은 날숨을 들숨보다 더 길게 천천히 내쉬는 것이다. 5초간 들이마셨다면 7초 정도 내쉬면 된다. 이런 식으로 10분이 지나면 다루기 어렵던 감정에 대처하고 바로 당장 해야 할 일을 정말 할 수 있을 만큼 상당한 진정 효과를 볼 수 있다.
---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어머니와 나는 똑같다. 우리는 둘 다 가끔씩 우리말이 남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무심하다. 그래서 어머니를 탓할 수가 없다. 하지만 어머니가 가한 고통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아버지는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분이셨다. 화가 나면 눈을 부릅뜨고 커다란 목소리로 30여 분 이상 소리를 질러내셨다. 엄마는 그런 아버지와 사느라 진이 빠졌고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끝나면 나는 엄마의 눈물과 한탄을 길게 들어야 했다. 어린 나는 엄마가 도망가면 어쩌나 하는 공포에 느꼈고 엄마를 아버지의 폭언과 폭행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과도한 압박에 시달렸다. 부모님 두 분이 합심할 때가 있었는데 나의 시험 성적을 압박할 때였다.
저건 아닌 것 같은데 길은 찾을 수가 없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우연히 '부모교육'이라는 세상을 접하게 되었다. '아... 이 길이구나.'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P.E.T(parent effective training/ 효과적인 부모 역할 훈련)라고 1962년 미국의 토마스 고든 박사가 고안한 훈련 프로그램이었다. 부모가 상담사의 언어를 사용해서 훈계, 지시, 명령, 부적절한 칭찬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고 수용하는 방식이었다.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는 영역이다. 이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아이의 마음을 자꾸 훈계하고 억압하고 도덕으로 재단하게 된다. 같이 공부하던 리더 선생님은 부모의 부정적인 말을 '쓰레기'라고 표현하셨다. 그때는 그 단어가 좀 세다고 생각했는데 찬찬히 생각해 보면 적절한 비유였다. 내 안에는 쓰레기 같은 말과 감정만 가득한데 그것을 다시 꽃으로 피워내 아이에게 주는 일은 매우 힘이 들었다. 동네에서 빈정거리는 소리도 들었다. '00 엄마는 차암 개방적이야..' 그러나 나는 아이가 나처럼 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리네한교수가 독일의 수도원에서 경험한 것은 명상이다. 명상은 인류가 찾아낸 최고의 선물이다. 무의식에 가득한 부정적인 것들은 좋은 경험들로 다시 채워져야 한다. 나에게도 명상은 좋은 경험이 되어 주었다. 고요함 속에서 코 끝의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은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 주었다.
리네한교수가 말했듯이 부모나 세상이 나에게 준 고통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 흔들리는 그 자리에서 길은 찾아야 되지 않겠는가?
#인생이 지옥처럼 느껴질 때 #저자:마샤 리네한 #출판비잉(Being) #발매 202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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