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동과 쌍문동은 인터뷰 중 나도 여기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구의동과 쌍문동은 몇 번 찾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 구의동에 살고 있다. 인터뷰가 맺어준 동네와의 인연이다.
구의동과 쌍문동 인터뷰이 중 '골목산책자' 또는 '동네수호자'라고 부르고 싶은 분들이 있었다. 쌍문동에서는 남편과 저녁을 먹은 뒤 골목골목 산책하며 여기가 새로 생겼네, 얘기한다는 분이 생각난다. 구의동에서는 단독주택 중심지였던 동네가 다세대다가구주택으로 바뀌어가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오고 동네에 재밌는 가게들도 생겨난다고 몇십년간 지켜온 동네를 세심하게 관찰하셨던 분이 생각난다.
나는 인터뷰이를 세 가지 분류를 통해 특징을 정리했다.
걸어서 어디든 다니지
모르는 가게가 없지
주로 동네에 머물지
이런 인터뷰이의 특징은 다음의 질문으로 연결되었다.
가사노동을 하며 동네에서 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더 동네에 대해 잘 알까?
걸어서 다니길 좋아하는 것과 동네에 대해 인식하는 범위는 어떻게 연결될까?
동네가게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일수록 동네에 대한 애정이 높을까?
그럼 구의동부터 살펴보자. 동그라미는 인터뷰이별로 자주 가는 가게, 시설을 표시한 것이다. 인터뷰이 색상별로 다른 색상으로 표시했다. 그 중 빨간색 동그라미는 인터뷰이가 공통적으로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구의동에서는 식자재마트, 어린이대공원이 자주 방문하는 곳이었다. (이외 다른 빨간색 동그라미는 맛집인 모양인지 인터뷰이가 공통적으로 자주 간다고 한 식당이다) 선은 인터뷰이별로 자주 이용하는 동선이다. 구의동 또한 1층에 상점으로 이루어진 메인가로가 존재하지만 주민들이 잘 찾는 곳이 동네 곳곳에 위치한다는 게 흥미롭다. 동네 주민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용도는 저렴하고 건강한 밥집으로 공통되었지만, 최근 많이 생기는 용도는 배달 위주의 음식점이나 족발집, 치킨집 등이었다. 주민들이 원하는 용도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코너변에는 대부분 가게가 들어와있지만 주택인 경우에는 사람들이 앞에서 자주 머물기도 하고 해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개인으로서는 매우 불편한 사항이라 민원을 계속 넣지만 잘 해결이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쌍문동에서 궁금한 건 쌍리단길이라는 급격히 유동인구가 많아진 상권이 동네 주민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였다. 망원동과 같이 쌍문동도 시장을 끼고 있었기 때문에 시장과 동네 사람들의 생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궁금했다. 쌍문동은 내가 원하는 동네 범위에서 인터뷰이를 많이 구하지 못해 이 곳에서 25년간 살아온 부부와 직장 때문에 2년 전에 쌍문동으로 왔는데 그 사이 회사 위치가 바뀌어 직장과는 멀지만 동네생활에는 만족하는 분까지 세 분을 인터뷰했다. 특히 직장인 여성 분은 산책하는 걸 좋아하고 주변에 녹지가 많은 것, 아기자기한 카페와 빵집을 좋아하는 것, 동네 분위기가 정겨운 것 등 나와 동네를 고르는 기준이 비슷해서 너무 만족스럽지만 직장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이 곳을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이 분의 고민을 '나라면 어떨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도 했다. 쌍문동에서는 인터뷰이들이 이용하는 가게가 두 개로 나뉘었다. 하나는 장을 보거나, 집앞에서 생활용품을 사는 실용적 측면이라면 하나는 친구들이 놀러왔다거나 딸과 함께 맛있는 데서 분위기 내며 식사하고 싶을 때, 아기자기한 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가는 가게들이었다. 전자가 쌍문시장이 있는 도봉로 서측이라면 후자는 쌍리단길이 있는 도봉로 동측에 있었다.
골목산책자로 동네를 누비며 동네를 수호하는 분들에게도 불편한 점이 있었다. 주변에 배달 라이더들이 아지트처럼 사용하는 곳이 몇 개 있어 담배를 피고 밤 늦게까지 시끄럽다고 했다. 지나가기에도 꺼려질 때가 있어 해결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냥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주변 오픈스페이스 여건에 따라 산책 패턴도 달라지는데 가깝게 산책하고 싶을 때는 골목만 산책하지만 좀 시간을 내서 산책을 하면 우이천이나 초안산 근린공까지 가서 쭉 걷고 온다고 한다. 두 동네뿐 아니라 모든 동네에 석촌호수, 우이천, 한강공원, 어린이대공원 등 수변, 녹지공간이 조성되어 있기만 하면 주민 분들이 정말 알차게 사용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네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인터뷰와 매핑으로 살펴보고 동네서비스와 동네계획의 필요성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지금은 없지만 동네에 필요한 동네서비스는 무엇일까?
둘째, 주민들의 실제 삶의 양상을 바탕으로 증거기반설계를 할 때 필요한 것과 막연하게 동네를 바라보고 계획을 하는 건 정말 큰 차이이다. 한 명 한 명의 삶의 방식이 담긴 동네계획이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인터뷰'를 통해 내가 배운 것과 그 다음 단계를 공유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