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을 소화하는 방식: 다큐와 드라마의 한 끗 차이
유튜브 채널 '짧은대본‘의 두 영상, <그릇>과 <구김살>은 이야기 구조가 정교한 작품이다. 결핍을 가진 주인공, 그가 가지지 못한 것을 소유한 상대방, 둘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자격지심, 사소하지만 힘이 있는 순간의 갈등 해소까지, 두 영상은 서사의 궤를 공유한다.
누구에게나 결핍은 있다. 그것이 열등감을 불러일으킬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
즉, 서사의 시발점인 '결핍'을 설계하는 방향에 따라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다.
바로 이 지점에서 두 영상의 차이점이 드러난다.
<그릇>의 경우, 중심인물이 부와 기회의 결핍을 느낀다. 아르바이트생으로서 체험하는 사회적 계급이나, 본인이 더 간절한 상황임에도 부유한 친구에게 기회가 먼저 주어지는 상황 등을 겪으면서 그는 '될놈될(될 놈은 된다)'이라는 걸론을 내린다. 상처받지 않기 위한 합리화로 보인다. 자신이 사는 세상은 본래 공평하지 않으며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없는 것이 진리라고 인정한다면 마음이 편해지리라 단념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끝났다면 다큐멘터리에 불과했겠으나 이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저마다의 그릇이 정해져 있는 거냐며 푸념하는 주인공에게, 주변인이 "그건 그릇된 생각"이라고 짚어주고 분위기를 전환한다. 가벼운 말장난 같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한 마디로, 다큐멘터리는 드라마가 되었다.
<구김살> 역시 이와 유사한 흐름을 가진다. 다만 주인공의 결핍 설정에 큰 차이가 있다. <구김살>의 주인공은 비교적 부유하다. 그의 결핍은 오히려 '부족함없이 자란 환경'에서 비롯된다. 생계형 아르바이트생의 삶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를 생계 수단이 아닌 적당한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배경이, 그에게 독이 된다. <구김살>은 영상 초반부터 두 명의 중심인물을 비교하며 시작한다. 화려한 네일아트를 받은 손으로 출근한 A와, 바닥에 앉아 맨 손으로 걸레를 쥐어짜는 B. 후자가 다수인 곳에서 주인공은 사랑 많이 받고 자라 철없는 사람이다. 그 안에서 실수하고 위축되며 섞이지 못한 불순물로 존재한다. 그러나 <그릇>과 마찬가지로, <구김살>은 현실적인 낙담에서 막을 내리지 않는다. 충돌이 찾았던 A와 B는 아주 짧지만 결정적이었던 사과 한 마디를 계기로 갈등을 해소한다. '사랑 받고 자란 사람' 이라는 부정적 평가의 대명사를 긍정어로 재해석하는 결말이다. 이 장면 또한 다큐멘터리에서 드라마가 되는 지점이다.
두 영상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뚜렷하다. 공통적으로, 현실을 극도로 반영한 상황들과 누구나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인물 설정 등에서 공감을 이끌어낸다. 시청자가 주인공에 동화될 때 언어유희나 관념적 표현의 재해석으로 후련한 위로를 선사한다. 각각 결핍을 다르게 설정하여 이야기를 전개했으나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모두, 담담하되 속 시원한 위로다. 영상을 끝맺는 내레이션 '그냥, 그렇다고' 한 문장이 화룡점정으로 주제를 완성하며 이야기를 말끔하게 마무리한다.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되 적당한 온도로 희망을 주는, 현명하고 정교한 드라마라고 평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