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0억이 ‘멋진 사업’이 아닐 수 있는 이유
스타트업이 매력적인 제품과 탄탄한 사업계획을 갖추고 있어도, 벤처캐피털(VC)이나 엔젤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단순히 사업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VC가 요구하는 ‘투자 공식’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창업자가 “7년 후 매출 200억원, 연간 50억원의 수익이 예상되는데도, 왜 투자받기 어렵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이는 VC의 투자 패러다임과 맞지 않는다.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벤처캐피털(VC)과 엔젤투자자가 스타트업을 검토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전제를 두고 투자 여부를 판단한다.
투자금은 ‘엑싯(Exit)’ 때까지 잠긴다. 주식시장·부동산·암호화폐 등은 중간에 사고팔 수 있지만, 비상장 스타트업 지분은 M&A나 IPO로 엑싯하기 전까지 현금화할 수 없다. 즉, 최소 몇 년 동안은 투자금을 회수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벤처펀드의 ‘10년’ 수명 : 일반적으로 벤처펀드는 7~10년을 기준으로 운영한다. 투자 후 5~7년 내에 회수 가능성이 없으면, 펀드의 목표 수익 달성이 어려워진다.
시드 단계 투자 중 90%는 실패한다. 벤처 투자는 성공 확률이 매우 낮다. 통상적으로 10개 투자 중 1개가 크게 성공해야 다른 9개의 손실을 메꿀 수 있다.
고위험 투자에는 고수익이 필요하다. 주식시장(S&P 등) 인덱스 펀드에 넣으면 연 10% 이상의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보다 훨씬 위험한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연 2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이 요구된다.
높은 매출을 내야 큰 액수로 ‘엑싯’한다. 대기업(M&A 주체)이나 주식시장(IPO)은 연 매출 최소 500억원 이상, 이상적으로는 1조원 가까이로 기업을 크게 평가한다. 그 이하 규모 기업에 대한 인수가는 보통 매우 낮거나, 수익성 기반(EBITDA)으로만 평가되기 쉽다.
전략적 인수(Strategic Acquisition): 대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면, 매출 대비 5~10배(때로는 그 이상)까지도 지불한다.
수익 기반 인수(Private Equity 등): 회사의 수익성(EBITDA) 위주로 평가하여 약 4배 정도가 일반적이다.
VC는 ‘매출 배수’ 엑싯을 선호: 시드 투자 단계에서 회사가 매출 100만 달러에 불과해도, 빠른 성장으로 5~10배 매출 배수를 받을 수 있는 엑싯을 노린다.
위 가정을 바탕으로, VC가 시드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염두에 두는 대표적 계산 방식을 살펴보자.
단순 수익률(연 20%) 달성 목표 : 7년간 연평균 20%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 대비 약 3.6배의 회수가 필요하다. 시드 투자 시 기업 가치가 1천만 달러라고 하면, 7년 후에는 최소 3,600만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로 엑싯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기준(1개 성공이 나머지 9개를 보전) : 10개 투자 중 1개만 대성공한다고 가정할 때, 이 1개가 전체 펀드 수익을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단일 성공 투자에 대한 회수는 최소 36배 이상이 필요하다(10개 중 1개가 3.6배 대신, 36배를 달성).
희석(Dilution) 고려 : 대부분 스타트업은 추가 라운드를 통해 자금을 더 조달하므로, 기존 투자자의 지분율이 낮아진다. 2번의 추가 투자에서 1/3씩 지분이 희석된다면, 기존 지분은 총 45%로 줄어들고, 엑싯 규모는 80배 수준을 달성해야 VC의 기대 수익률이 맞춰진다.
엑싯 가치 : 매출 대비 5~10배로 인수되는 전략적 엑싯을 노리지 않으면, 이 수치를 충족하기 어렵다. 수익 기반(EBITDA 배수)으로 인수되는 시나리오만으론 80배까지 도달하기가 사실상 힘들다.
예시: “7년 후 연매출 2천만 달러, 연간 5백만 달러 수익, 현재 기업가치 1천만 달러로 2백만 달러 투자 유치”
VC 입장: “연매출 2천만 달러로는 5천만~1억 달러 규모의 빅딜(인수·IPO)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드 단계 가치가 1천만 달러라면, 포트폴리오 기준으로는 향후 8억 달러(= 80배) 수준의 인수·가치 평가가 필요하다.
수익 5백만 달러가 아무리 좋아도, VC는 그 돈을 배당이 아닌 성장에 재투자하길 원한다.
결국, “이 회사가 몇 년 내 1억 달러 매출에 도달하고, 대기업이 높은 매출 배수로 인수를 해줄 것인가?”가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지속 가능한 중소기업: 예를들어 연매출 200억원, 연 50억원 이익이라면, 창업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사업이다.
VC 투자 모델 불일치: 하지만 VC는 “5~7년 내 대규모 매출로 성장해, 높은 배수로 엑싯”을 목표로 하므로, 위 시나리오는 투자 매력도가 낮다.
선택지 1: 벤처 자금이 아니라 부트스트랩·대출·정부 지원금 등 다른 자금 조달 방안을 모색해, 창업자가 원하는 규모와 속도로 운영한다.
선택지 2: 혹은 매출 1조원를 5년 만에 달성할 수 있다는 확장 전략을 Deck에 반영하고, 실제로 그 로드맵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