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50명에서 ‘무너지는’ 이유

“폭발적 성장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by 유니콘정글

왜 ‘50명’에서 모든 것이 흔들릴까?

아직도 많은 창업자와 초기 멤버들은 “직원 수 50명 정도면 아직 초기 아닌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 마주치는 현실은 정반대다.

1명에서 10명, 10명에서 25명으로 성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빠르고 문제없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직원 수가 40~50명 언저리에 이르면 조직 전체에 혼란과 갈등이 폭발한다. 사내에서 갑자기 “우리 회사가 이상해졌다”, “우리끼리 소통이 안 된다”라는 말이 오가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명확히 짚지 못한다.


왜 50명일까? 49명에서 끄떡없던 조직이 50명을 넘기는 순간, 왜 청소년기에 접어든 아이처럼 반항과 갈등이 터져나오는 것일까? 이 글에서는 청년기 스타트업의 조직 성장통에 집중한다. 그리고 해당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하여 ‘성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관점을 제시하려고 한다.


1. ‘청소년기’ 스타트업 현상: 직원 규모별 변화 양상

스타트업은 모든 단계에서 사람 문제, 조직 문화 문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특히 50명 문턱에서 느껴지는 갈등과 혼란은 더욱 극명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흔히 나타나는 직원 규모별 상황을 살펴보자.

직원 1~10명: “선발대의 관성”

작은 팀의 장점: 창업자와 초창기 멤버들이 손발을 맞춰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빠르게 진출한다. 의사소통은 전부 ‘뭐 먹을지’ 함께 논의하는 수준으로 가깝고 즉흥적이다. 회의록이나 정식 문서화가 잘 없어도 문제되지 않는다.

문제 지점: 조직이 컸을 때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끼리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라는 무의식이 자리 잡는다.

직원 10~25명: “소규모 클랜과 ‘옛 시절’ 추억”

클랜(소집단) 형성: 이제 막 합류한 새로운 직원들과, 오래 일한 선발 멤버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다. 선발 멤버는 “옛날엔 안 그랬는데…”라며 은근한 우월감이나 피로감을 내비친다.

타이틀에 대한 집착: “Senior 개발자”, “Lead 디자이너” 같은 직함을 슬슬 원하는 분위기가 생긴다. 개인의 역량보다는 직함과 “나는 창립 멤버였어!” 같은 상징을 더 강조하기도 한다.

직원 26~39명: “권력 다툼과 반발”

파벌 경쟁: 조직이 ‘뾰족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그 내부에서는 신·구 세력이 미묘하게 권력을 다투는 일이 벌어진다.

프로세스 공백: 인력은 늘었지만, 체계화된 매뉴얼이나 업무 기준은 여전히 미흡하다.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와 책임 소재 불분명으로 갈등이 커진다.

직원 40~49명: “점입가경: 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혼란 극대화: 내부 프로세스가 이미 한계치에 이르렀다. 더 이상 사람을 데려오기도 두렵고, 그렇다고 채용을 멈출 수도 없다.

의사결정 지연: 모든 일이 복잡해지고, 회의 횟수가 많아지며, 서로 다른 파트(개발·디자인·마케팅 등)끼리의 조정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정확히 그 시점, 직원 수가 50명을 넘는 순간부터 본격적인 ‘성장통’이 시작된다. “도대체 우리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지?”라는 궁금증과 불만이 터져 나온다.


2. 50명 시점의 혼돈: 긍정 신호와 부정 신호

조직이 50명을 돌파한다는 것은 분명 좋은 징조도 함께 수반한다. “우리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누적된 비공식 프로세스, 사내 암묵지(暗默知), 구두 소통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측면

빠른 시장 반응: 회사가 급격히 인력을 충원하는 이유는, 그만큼 시장에서 제품/서비스가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비공식 문화의 형성: 초반에는 문서화되지 않은 규칙, 가치관, 용어들이라도, 그 자체로 강력한 결속력을 형성하기도 한다. 대면으로 즉각 논의하고 결정하는 속도는 대기업이 흉내 내기 힘든 장점이다.

‘문제를 해결할 자원’ 확보: 조직이 커지면 역량 있는 사람들을 더 많이 영입할 수 있고, 다양한 관점과 전문성을 확보하게 된다.

부정적인 측면

혼란 극대화: 아무런 공식 프로세스나 규칙 없이 성장해온 조직은, 더 이상 ‘즉흥’으로 감당할 수 없는 규모에 이른다. 회의가 난무하고, 말이 엇갈려 동상이몽(同床異夢)에 빠질 수 있다.

구성원 이탈: 불투명한 직급 체계, 작은 파벌 간 갈등, 인력 과부하 등이 맞물려 구성원이 떠나기 시작한다. “뭔가 안 좋아지고 있다”라는 ‘분위기’가 사람을 더 쉽게 지치게 만든다.

불필요한 규칙 폭발: 성장을 마주하면, “절차가 필요하다!”며 갑자기 온갖 규정과 문서를 쏟아내는 경우도 있다. 이때 오히려 조직 문화가 급격히 경직되어 버리면 ‘스타트업 정신’이 손상되기도 한다.


3. 청소년기 스타트업은 “치료”가 아닌 “코칭”이 필요하다

흔히들 50명을 넘어서면 ‘혼돈’을 ‘치료’하려 한다. 하지만 부모가 사춘기 자녀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듯, 이 시기의 조직 혼돈도 단순히 규정 몇 개 도입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스타트업이 청소년기를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혼돈을 어떻게 잘 넘어설 것인가”, 즉 코칭(Coaching)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세간에서 말하는 “스토밍(Storming) → 포밍(Forming) → 노밍(Norming) → 퍼포밍(Performing)”이라는 조직 이론이 있긴 하지만, 그저 이론적으로만 따라가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처한 혼란 상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불필요한 장벽을 만들기보다, 도입해야 할 최소한의 구조와 정책을 정리한다.

모든 것은 투명성과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한다.

이제, 실제 스타트업들이 50명 언저리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혹은 흔히 보는 극단적인 해법들)을 살펴보자.


4. 사례 A: ‘아무것도 안 하기(소극적 접근)’

방식

“되는 대로 두자.”

문제가 생기면 그때그때 땜질한다. 정책이나 프로세스를 만들기 전에 이미 사건이 터져야 비로소 움직인다.

문제점

무질서 속의 질서가 가능할 때도 있지만, 대개 이렇게 방치된 조직은 구성원의 이탈로 이어진다.

한 번 무너진 사내 신뢰는 재건하기 훨씬 어렵다.

가령 “Senior”라는 타이틀을 갑자기 줄 때 어떤 기준도 없으면, “왜 나는 Senior가 아니지?”라는 불만이 폭발한다.

회의 잡는 기준도 없고, 재택근무 기준도 없으면 일정 관리가 엉망이 되어 생산성이 뚝 떨어진다.

해결 방안

조금이라도 미리 준비하자. 최소한의 규칙(예: 타이틀 부여 기준, 회의 운영 지침, 재택근무 가이드라인 등)은 꼭 필요하다.

투명성 있게 문서화하고, 모든 구성원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유한다.

“스타트업 다움을 잃을까 두렵다”라는 이유로 모든 규칙을 거부하면, 언젠간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르게 된다.


5. 사례 B: ‘관리자 대거 채용(과잉 통제)’

방식

혼란을 막기 위해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들을 잔뜩 채용한다.

대기업 출신 임원을 불러와서 조직도를 정비하고 부서별 보고 체계를 촘촘히 만든다.

문제점

비효율적 자원 낭비: 관리자가 늘어나면, 관리 보고와 의사결정 계층이 많아진다. 스타트업 특유의 신속성과 유연성이 크게 저하된다.

문화 충돌: 대기업식 프로세스를 이식해오면, 기존 스타트업 팀원들은 갑갑함을 느끼고, 신규 관리자는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을 해왔냐?”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핵심 인재의 역할 변화: 내부 승진으로 관리자를 세웠다면, 예를 들어 최고의 개발자를 팀장으로 앉혔을 때, 그 개발자는 개발 생산성을 잃고 관리 부담에 시달리거나, 관리 역량 부족으로 팀원들의 원성을 살 수도 있다.

해결 방안

주도권(Ownership) 중심의 ‘리드(Lead)’ 체계: 각 파트나 프로젝트, 혹은 특정 프로세스(예: 코드 리뷰 프로세스, 고객 CS 프로세스)를 담당하는 ‘오너(Owner)’ 또는 ‘리드(Lead)’를 지정한다.

사람을 ‘관리’하기보다, 업무와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주체를 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의사결정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관리자 채용으로 인한 조직 비대화를 막을 수 있다.


6. 사례 C: ‘유행하는 정책 그대로 따라 하기(모방 전략)’

방식

실리콘밸리 유명 기업이나, 성공 사례가 된 스타트업의 제도를 그대로 수입한다.

예: “연봉 공개 제도”, “무제한 휴가”, “오픈 오피스” 등.

문제점

맥락의 차이: 어떤 정책이 특정 회사에서는 훌륭히 작동했을 수 있지만, 우리 회사의 문화, 업종, 인력 구성, 시장 상황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장기적인 검증 부족: 일시적으로 화제가 된 제도가 실제로 2~3년 뒤에도 효과를 내는지는 불투명하다.

무제한 휴가가 실제로는 휴가를 쓰기 어렵게 만드는 역설적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휴가를 더 못 쓰기도 한다.

해결 방안

부분 실험: “좋은 것 같아 보이는 정책”을 일단 소규모 팀이나 특정 기간에 제한적으로 도입해 본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개선하거나, 전면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조합형 정책: 완전히 한 회사의 방식을 복제하기보다, 다양한 회사의 모범 사례 중 우리 조직에 맞는 부분만 적절히 혼합해 최적화한다.


7. 사례 D: ‘채용 중단 및 전면 아웃소싱(외부화)’

방식

사람이 늘어나면 복잡해지니, 규모를 더 키우지 말자는 철학.

필요하면 외주 업체(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나 컨설턴트, 프리랜서, 해외 파트너를 통해 필요한 부분만 충원한다.

문제점

핵심 역량 상실 위험: 사내에 쌓여야 할 노하우와 기술력이 외부로 분산된다. 특히 성장 중인 스타트업은 내부 지식 축적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조직 문화 단절: 각 외주 파트너는 회사 ‘밖’에 있어, 동일한 비전이나 가치관을 공유하기가 어렵다. 업무 중간중간마다 소통 비용이 크게 든다.

규모 확대 시의 혼돈: “직원 49명”을 유지하려는 식이라면, 그 임계점에 계속 매달릴 뿐, 실제로 회사가 100명·1,000명으로 성장할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 방안

“리스(Lease) 후 인수” 모델: 초기에는 프리랜서나 계약직, 혹은 아웃소싱 팀과 협업하되, 성장 단계에서 필요성과 여건이 맞으면 해당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프랙탈(Fractal) 조직: 회사 내부를 여러 소규모 ‘셀(Cell)’이나 ‘팟(Pod)’ 형태로 운영하며, 필요 시 외부 업체를 하나의 ‘셀’처럼 편입하거나 분리할 수 있게 유연한 구조를 갖춘다.


8. ‘팟(Pod) 조직’ : 완전한 해법일까?

앞서 언급한 대안 중 ‘팟(Pod) 구조’는 최근 여러 스타트업이 시도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마치 “소규모 스타트업이 다시 모여 하나의 큰 스타트업이 된 형태”로, 각 팀(팟)은 독립된 목표와 책임을 갖고 운영된다. 때로 외부 파트너나 아웃소싱 업체를 하나의 ‘팟’으로 편입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수평적 의사결정: 팟 간의 의사결정은 상호 조율을 거치되, 각 팟 내부의 의사결정은 빠르게 이뤄진다.

자율성과 투명성: 팟별 리더는 일종의 CEO처럼 행동하지만, 회사 전체 철학에 대한 합의와 성과 관리는 계속 공유된다.

확장/축소 용이: 필요에 따라 팟을 새로 만들거나 흡수·분리하기 쉬워진다.

물론 이 방법도 모든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 주는 마법탄환은 아니다. 팟 간 이해관계 충돌, 리더십 빈자리, 책임 소재 불명확 등 또 다른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조직을 단일한 ‘나무 구조’로만 보는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결론: 청소년기 ‘성장통’을 통과해 진정한 ‘성인’ 조직으로

스타트업이 직원 수 50명 전후에서 겪는 혼란은, 사실상 성장에 수반되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마치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가 본능적으로 자립을 꿈꾸고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려 하듯, 스타트업도 스스로의 문화와 구조를 재정비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기 문제를 ‘공포’로만 보지 말자. 이는 곧 “시장이 우리를 필요로 한다”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문제 속에는 개선점과 새로운 가능성이 숨어 있다.

‘땜질’ 혹은 ‘대기업식 규칙 폭탄’은 지양하자. 조직에 맞춰 유연하면서도 최소한의 질서를 잡아줄 수 있는, 맞춤형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투명성과 자율성을 지키면서도, ‘공식화’해야 할 것들은 공식화하자. 채용, 직급, 휴가, 재택, 회의 운영 등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가 누구에게나 분명히 보여야 한다.

조직 구조를 다양하게 실험하라. 전통적 위계 구조가 아니어도 좋다. 팟(Pod), 셀(Cell), 매트릭스(Matrix) 조직 등 여러 실험적 방식이 이미 업계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조직이 어떤 목표와 문화를 추구하는지 명확하게 공유하고, 그에 맞는 구조를 ‘함께’ 만드는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 50명에서 실패했어도, 다시 재정비해 100명, 1,000명으로 갈 수 있는 스타트업이 많다. 가장 위험한 것은 “우리 회사는 이제 망했어”라고 단정 지으며, 문제 해결 자체를 포기하는 태도다.

정리하자면, 50명 조직의 혼란은 더 큰 성공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연적 진통이다. 청소년기 아이를 키우듯, 세심한 코칭과 인내, 그리고 때때로 과감한 구조 혁신이 필요하다. 구성원 모두가 “우리 회사가 사춘기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각자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돕는다면, 머지않아 ‘성인’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 잘하는 사람이 직장 내 영향력을 높이는 5가지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