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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빠진 출판 지원정책

도쿄에서 1 출판사 ‘미디어펄’(media pal) 16년째 운영 중인 시모무라 데루오(下村昭夫·78) 사장과 이틀  서울에서 만났다. 그는 ‘출판저널 통권 500호부터 연재 중인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번역 출판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다테노 아키라 일본출판문화국제교류회 이사  일본 번역가들도 동행했다. 다테노 이사는 일본 출판매체인 ‘출판뉴스 한국  해외출판 소식을 기고하는 칼럼니스트로 지한파 인사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한국에 소개했고 최근 리영희의 ‘대화 번역하기도 했다.


시모무라 사장은 1961년 중견 출판사 ‘오무사’에 입사한 이래 2002년 정년퇴임까지 41년간 전문 편집자로 일했다. 그가 젊음을 바친 오무사는 창립 104년 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다. 한때 임직원 150명이 일했고 지금은 80여명 수준이다. 정보기술(IT) 및 첨단 기술 관련 잡지와 단행본 출판사로 잘 알려져 있다. 오무사 경력과 1인 출판사 합쳐 57년간을 출판인으로 몰두하게 한 것은 ‘책만들기를 즐겼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산수(傘壽)를 바라보는 고령임에도 출판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말이다.


출판인으로서 갖는 신조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세 가지로 답했다. 집에서 회사로 돈을 가지고 오지 않았으며, 은행이나 지인 등의 빚을 지지 않았으며, 인건비가 들지 않도록 혼자서 일했다는 것. 책 판매 수익은 다음 책을 만드는 데 썼다고 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일본인의 습성답게, 온전히 출판에 바친 인생을 느끼게 하는 단면이다.


대화 중 관심 가는 대목은 1인 출판사를 포함하여 출판사 직접 지원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출판 관련 정부기관도 있고 우수출판콘텐츠 지원도 하는 등 나름 지원이 있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출판저널리즘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바라서도 안 된다고 그는 잘라 말했다. 대신 일본 정부는 출판사 직접 지원보다는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출판유통 시스템의 투명화, 도서관 수서 예산 확보, 전국민 독서운동 등에 정부 예산을 쓴다는 것이다. 이익단체인 일본서적협회도 정부에 기대기보다는 독자적 독서운동을 통해 독서인구를 늘리는 데 집중한다. 시모무라 사장과 대화 중에 우리의 출판 정책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한 인프라가 없는 정부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본 칼럼은 2018.6.23. 세계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s://naver.me/GQNe2bI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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