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윤희 Jul 24. 2021

카카오톡 멀티프로필  역기획 프로젝트(1) - 그룹프로필

내가 만약 카카오 PM이라면, 멀티 프로필 대신 그룹 프로필


|  다른 앱에는 없는 멀티 프로필 기능,

   카카오톡은 왜 필요했나?




'카카오톡에도 사회적 거리가 필요하다'


카카오톡은 처음 출시될 당시, 문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무료 메신저라는 아주 혁신적인 서비스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무료로 텍스트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은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연인들, 친한 친구들, 혹은 가족들 사이에서는 더욱 혁신적인 기능이었다.


또한 기존 문자 방식에는 없던 프로필 사진 기능은 마치 얼굴을 보고 대화하는 듯한 친근감을 주기도 했다. 프로필 사진은 또한 개인이 고유하게 꾸밀 수 있고 개성을 드러내는 용도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프로필을 통해 개인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소식을 알리기도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친구의 프로필이 바뀌면 쉽게 알 수 있게 빨간 점을 띄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카카오톡이 가까운 사람끼리 사용하는 메신저에서 전 국민 메신저로 바뀌게 되면서, 프로필 사진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과 불편도 점점 늘어나게 되었다. 카카오톡이 범국민 메신저가 되고, 친구 목록은 연락처와 자동으로 동기화 되었다. 추천 친구는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나의 프로필 사진을 조회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카카오톡으로 연결되는 관계망이 아주 친한 사람부터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제각각 다른 사회적 관계를 가진 사람들로 바뀌면서, 프로필 사진 영역은 사용자에게 부담감을 주거나 사용자 간에 분란을 일으키는 고민거리가 되었다.


에드워드 홀의 '개체 공간' / 출처 = https://www.loteagency.com.au/how-does-your-culture-affect-personal-space/


이 문제는 온라인에서도 개인 공간 영역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개체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거리를 설명한다. 이론에 따르면 집단 속에서 개체 간에는 어느 정도 거리가 필요한데, 이 경계를 넘게 될 경우 공격적이거나 도피하는 형태의 경계 반응을 드러낸다.


이 개념을 카카오톡의 사례에 접목시켜보면, 카카오톡 유저들은 친밀한 사람들과의 공간이었던 프로필 사진을 지인이나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반강제적으로 공유하게 되면서 불편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은 사용자의 사회적 관계에 따라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과제 콘셉트



= 미션 =

1. 워터폴 개발 프로세스임을 감안하여, 역 기획된 화면 설계서를 작성합니다. 멀티 프로필 1개의 핵심 화면을 1page로 작성합니다.

2. 멀티 프로필 프로덕트를 릴리즈 한 후 ‘어떠한’ 문제점이 발견됩니다. 다음 버전 업데이트에 반영할 1개 이상의 개선안에 대한 사용자 스토리, 백로그를 작성합니다. 사용자 스토리와 백로그는 최대한 상세하게 작성합니다.







혹시 멀티 프로필 쓰고 있니?



그렇다면 카카오톡에 멀티 프로필이 추가된지 반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이 기능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나는 멀티 프로필이 나온 초반에 한번 설정만 해본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어떨까? 지인들 중에 기존에 멀티 프로필에 대한 요구가 컸던 직장인들과 교육직군(선생님), 그리고 번호 교환이 잦은 통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멀티프로필을 사용하는지 물어보았다. 그 결과 - 멀티 프로필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좋다고 생각은 하지만 막상 사용하지는 않는다라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멀티프로필의 문제 분석


지인들이 멀티 프로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해보았다.  


1. 어차피 번호를 공유하면 프로필이 노출된다(고 생각한다)
2. 귀찮다
3. 멀티 프로필을 사용하는 사람은 왠지 숨기는 것이 있고, 비도덕적일 것 같다는 인식이 있다


먼저 1번을 보면, 카카오톡 유저들이 멀티 프로필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사용하지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센스가 있던 한 친구는 1번 문제에 대해서 메인 프로필을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대표 프로필'로 사용하고, 친한 사람들에게만 '멀티 프로필'을 사용함으로써 해결하고 있었다. 카카오팀은 사람들이 이 친구처럼 멀티프로필을 사용하길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방식은 메인 프로필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과 기존 습관을 반영하지 못하므로, 결국 다시 1번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현재의 멀티 프로필 기능이 기존 사용자들의 (메인)프로필에 대한 인식과 맞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2번 문제 역시 사용자들이 멀티 프로필 기능을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끼기에 나오는 반응이었다.


3번 이유는 조금 특수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한 기능에 대해 대중적인 평가와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케이스로, '특정 유저를 대상으로 프로필 변환을 하는' 멀티 프로필 기능은 처음 출시되었을 때부터 불륜에 악용될 수 있다는 대중적인 우려가 많았다. 멀티 프로필을 사용하는 사람은 숨기는 것이 있고 비도덕적일 것 같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사용성과는 별개로 심리적인 요인이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타인과의 관계를 정의하기


앞선 문제 분석을 통해 멀티 프로필 기능이 다양한 이유에서 사용성이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에드워드 홀의 '개체 공간' 개념과 타인과의 관계를 판단하는 기준점이 되는 '소속'을 연관지어 해결해보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멀티 프로필을 제대로(혹은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혹시 멀티프로필을 설정할 때의 사고 흐름(개인->프로필)이 사람들이 평소에 관계를 인식하는 사고 흐름(소속->관계)과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실생활에서의 관계에 대한 사고 흐름과 멀티 프로필 기능을 사용할 때 이루어지는 생각의 흐름을 비교해보았다.


ios의 새로운 연락처 생성하기 화면

1. 실제 타인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사고 흐름


먼저 사람들은 사회적 관계망을 구성할 때 개개인을 구별하여 생각하기보다는 그룹별로 인지한다. 일례로 사람들은 타인을 구체화할 때, 관계와 소속을 바탕으로 정의하곤 한다.


예) '대학'친구, '직장'동료, '스터디'동료


실제로 아이폰 ios의 경우 연락처를 생성할 때 직장, 즉 소속을 입력하는 칸이 있다. 애플사의 뛰어난 심리학자들과 UX 디자이너들이 가설 검증과 조사를 거쳐 설계했다는 것을 가늠한다면, 소속이라는 요소는 이름이랑 동등한 위치에 배치될 만큼 사회적 관계를 분류하고 인식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2. 멀티 프로필의 사고 흐름


반면, 멀티 프로필의 경우에는 프로필을 먼저 만들고 그것을 보여줄 사람을 설정하거나 개별 친구에게 멀티 프로필을 부여하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러한 분류 방식은 앞선 사고 흐름과는 반대로, 개개인을 먼저 생각하고 관계를 생각하는 역방향의 사고를 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백 명의 카카오톡 친구들을 대상으로 멀티 프로필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인지부하를 요구하게 된다. 멀티 프로필에 대한 요구가 큰 유저들이 아닌 이상, 이 기능을 굳이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현재 멀티 프로필 구조는 사용자가 자신이 어떤 친구에게 무슨 프로필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 다소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다. 사용자는 특정 친구에게 어떤 프로필을 사용했는지 친구 목록에서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에, 개별 프로필을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낀다.







내가 카카오 PM이라면 그룹 프로필을 만들텐데


1. 핵심 화면   2. 플로우 차트   3. 화면 설계서


따라서 관계 설정에 대한 인지부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멀티프로필을 원하는 유저는 '특정 개인'이 아닌 '특정 그룹'에게 자신의 사적 영역을 침범받고 싶지 않았을 것 같다. 따라서 친구를 그룹으로 나누고, 그룹별로 다른 프로필을 사용하는 것으로 설계를 바꾸기로 했다. 그리고 이 기능에 멀티프로필이라는 이름 대신 그룹 프로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기대 효과

그룹 프로필 기능은 기존에 멀티 프로필의 요구가 높았던 유저들에게 친구 목록을 지금보다 더욱 직관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개개인을 대상으로 프로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룹별로  멀티 프로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또한 상당 부분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 핵심 화면

친구 그룹 활성화 화면

그룹별로 친구 목록을 볼 수 있다

누구에게 어떤 프로필이 보이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관리가 편하다)


친구 그룹 유도 화면

멀티 프로필을 분류하는 가장 큰 이유였던 '친한 친구'와 '직장'을 보여주며 그룹화를 유도한다

친한 친구에게만 보일 프로필을 만들도록 유도함으로써 프로필 사진의 사회적 기능을 유지한다





2. 플로우 차트


그룹 프로필 기능에 대한 플로우 차트는 다음과 같다.


플로우 차트 다이어그램


그룹 프로필의 화면 흐름





3. 화면 설계서


워터폴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콘셉트를 고려해 핵심 화면에 대한 화면 설계서를 다음과 같이 작성했다.

화면 설계 방식은 김광석 님의 고양이도 할 수 있는 앱 설계서 작성법을 참고했다.









백로그라고 쓰고 To Do라고 읽는다


이번 과제에서는 인지 심리학을 바탕으로 카카오톡의 멀티 프로필 기능 대신에 그룹 프로필이라는 기능을 간단하게 만들어보았다. 그런데 작업을 진행하면서도 계속해서 유저들의 요구와 니즈 그리고 개선 방안이 떠올랐다. 그래서 아쉬웠던 부분이나 추가되었으면 하는 기능, 비즈니스로 연결될 수 있는 지점들을 추후 업데이트에 반영해볼 수 있도록 백로그로 작성해놓기로 한다.







= 요약 =


문제 정의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프로필을 소셜 및 개성 표현 수단으로 이용하되 자신의 사적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특정 개인'이 아닌 '특정 그룹'마다 다른 프로필을 원한다.


멀티 프로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

1. 멀티 프로필을 사용할 때 현실에서 관계를 떠올리는 사고 흐름과 달라서 사람들이 기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복잡하다고 느낌   
2. 개인을 대상으로 다른 프로필을 적용한다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화면 설계안

1. 핵심 화면   2. 플로우   3. 화면 흐름도   4. 핵심 화면 화면 설계서

그룹별로 친구 목록을 볼 수 있다

누구에게 어떤 프로필이 보이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관리가 편하다)

멀티 프로필을 분류하는 가장 큰 이유였던 '친한 친구'와 '직장'을 보여주며 그룹화를 유도한다

친한 친구에게만 보일 프로필을 만들도록 유도함으로써 프로필 사진의 사회적 기능을 유지한다


백로그

그룹 기능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선물하기'를 통해 그룹원 전체에게 일괄적으로 선물하기를 원한다.

두 개 이상의 그룹이 있는 사용자는 한 명의 친구를 두 개 이상의 집단에 소속시키고 싶어 한다.

그룹 기능을 사용하는 사용자는 그룹 단톡방을 바로 만들 수 있기를 원한다.

프로필, 배경 사진을 기록용으로 사용하는 사용자는 친한 친구 그룹에게만 보이는 프로필을 메인 프로필로 설정하길 원한다.






궁금증

다른 앱들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다고?


왓츠앱 메인화면

미국, 남미, 유럽의 카카오톡이라고 할 수 있는 왓츠앱 경우, 메인 화면에서 자신의 프로필과 상태 메시지만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을 보기 위해서는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단계까지 가야 한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왓츠앱을 통해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들과는 아무리 연락처를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프로필 사진을 보는 일이 거의 없게 되고, 이는 프로필 사진에 대한 논쟁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페이스북 메시지카카오톡과 다르게 사람들의 인식이 SNS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다. 따라서 타인에게 노출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거부감)이 카카오톡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다만 페이스북도 사용자의 심리적 거리를 고려하여 게시글마다 공개 범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반면 인스타그램은 여러 계정(비공개 계정, 비즈니스 계정 등)을 구분함으로써 심리적 거리를 유지한다. 스토리 기능 같은 경우는 휘발성 때문에 조금 더 사생활에 밀접한 게시물들을 올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 때문에 친밀감에 따른 관계의 구분을 두기 위해 기존 게시물에는 없는 Closed Friend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TMI
- 온라인 상에서도 저마다의 사회적 거리가 필요하다.
- 이렇게 열심히 할 거면 카카오톡 인턴 지원할 걸. ( 카카오팀 연락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







참고자료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 사용법

멀티 프로필 뉴스 기사

개인 공간의 필요성 - 에드워드 홀 박사의 개체 영역

앱 설계서 작성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