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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슬비 May 09. 2023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음악, 재즈

재즈를 즐겨 듣는다. 듣는 것을 넘어 장르적 특징과 역사에도 관심이 많은 편이다. 덕분에 집에는 재즈와 관련된 서적들로 쌓여 있다. 기본 교양서부터 재즈 애호가들의 에세이까지! 재즈가 소재라면 우선 구매하고 봤다. 온라인 재즈 교양강의를 신청해 듣기도 한다. 왜 이렇게 재즈를 좋아하냐고? 재즈는 나를 건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기 때문이다.


재즈는 같은 악보라도 절대 똑같은 곡은 없다. 재즈 연주자가 악보대로 연주한다면 그건 재즈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유명한 스탠다드 곡은 아티스트별로 각기 다른 버전의 곡들이 존재한다. 연주자들은 서로 약속된 틀과 주제 안에서 멜로디와 리듬을 해체하기도 하고 새롭게 조합하기도 하며 변주를 꾀내어 새로운 곡을 만들어낸다. 재즈는 이렇게 정해진 길로 가지 않으며 지금껏 발전해왔다. 


재즈를 알게 된 이후부터 내 인생도 재즈의 길과 닮기를 바랬다. 세상에 존재하는 답같은 길을 따르고 싶지 않았다. 이왕이면 길을 바꿔보기도 하고 때로는 새로운 길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일은 도전과도 같아 용기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재즈를 듣는다고 용기가 생기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알고 있는 곡도 예상치 못한 전개로 바꿔버린 연주를 듣거나 더 나아가 그것이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줄 때면 설렘을 느낀다. 설렘은 용기보다 강하다.


재즈는 배울 것도 많다. 장르적 특징과 역사를 알수록 더욱 즐길 수 있는 장르이다. 재즈에 입문하면서 낯선 용어들을 만나왔다. '스윙박자', '래그타임', '비밥', '모달재즈' 등이 그러하다. 모르는 용어는 교양서, 유튜브, 온갖 온라인 백과사전을 뒤져가며 익힌다. 그럼에도 음악학적인 용어들은 설명을 들어도 100%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결국 나는 재즈피아노 레슨까지 시작했다. 직접 음악을 배우면서까지도 재즈를 더 알고 싶었다. 호기심은 가슴을 설레게 하고 새로 얻게된 지식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재즈를 접하면서 느낀 즐거움을 누군가에게도 나누고 싶어졌다. 재즈와 관련된 콘텐츠를 고민한다. 재즈는 이렇게 또 한번 나를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요즘은 드라마 한 편도 시간이 아까워 요약본으로 본다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 누가 가만히 앉아 재즈 음악을 감상하고 정보를 들여다 볼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나 역시 그런 시대에 사는 사람 아닌가. 경험상 SNS와 미디어의 발달로 빠르게 얻은 즐거움은 공허함을 낳았다. 반대로 시간은 걸리더라도 직접 탐구하며 보고 들은 재즈는 오랜 기쁨과 감동을 주었다. 꼭 재즈가 아니어도 오래가는 기쁨이 더 많은 삶에서 발견되어지기를 바란다. 오래가는 기쁨은 인내를 안고서 천천히 찾아온다고 믿는다.  내가 오늘도 재즈를 읽고 보고 듣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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