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ia

폴란드 가수의 매혹적인 노래

by Charles Walker
Basia [Time and Tide] (1987)

누군가를 매혹시켜야 하는 어떤 장면이 있을 때, 클리셰처럼 흘러나오는 BGM이 있다. 하나는 샘 브라운(Sam Brown)의 'Stop'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 이 바시아(Basia)의 'Astrud'이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전자 쪽은 너무 노골적이라 싫어하는 편이다. 반면 'Astrud'는 듣는 순간 정말로 '매혹'되어 이렇게 가수와 앨범까지 찾아듣게 되었다.


바시아는 폴란드 가수이다. 폴란드, 참 생소한 나라다.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에 "이것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라는 구절이 나올 때 들었던 그 나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의 폭압적인 침략에 끝까지 저항하며 버텼던 그 나라로 내 기억 속에 어렴풋이 자리하고 있는 폴란드이다. 살면서 폴란드 가수의 노래를 들어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데 그 노래가 한국에서 이렇게나 유명해질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운명이란 참으로 기묘하다.


이 앨범 [Time and Tide]는 처음 바시아를 알게 해 준 노래인 'Astrud'가 수록된 앨범으로, 다른 수록곡들도 꽤나 수려한 완성도를 보인다. 다만 'Astrud'가 보여주는 매혹적이고 관능적인 무드와는 다르게, 여타 곡들은 쭉쭉 뻗어나가는 목소리로 건강미(?)와 에너제틱한 느낌이 든다. 전체적으로 재즈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전형적인 재즈 스타일이라기보다는 팝 쪽으로 선회한 퓨전 재즈에 가깝다.


일전에 술회한 대로, 나는 가수가 너무 안정적으로 노래를 잘하면 오히려 그 음악을 오래 듣기 힘들어한다. 바시아의 경우도 그랬다. 이 가수는 노래를 기계처럼 부른다. 음정을 미디로 찍듯이 너무 정확하게 표현하니까 오히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들었을 때는 대단하게 느껴졌지만 이 앨범을 오랫동안 사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Astrud'는 분명히 달랐다. 여타 수록곡들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인간미가 이 노래에는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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