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Ray)

허스키한 음색을 주무기로 삼은 보컬리스트

by Charles Walker
레이 (Ray) 정규 1집 앨범 [01st ray the album 못다한 사랑] (2003)

'청소'라는 곡으로 유명한 한국의 R&B 가수 더 레이(The Ray)가 아니다. 그렇다고 본토의 소울 레전드인 레이 찰스(Ray Charles)는 더더욱 아니다. 2006년 데뷔한 더 레이보다도 앞선 2003년에 이미 레이(Ray)라는 이름을 쓰며 가요계에 등장했던 가수가 있었다.


2003년이면 내가 한창 소몰이 창법에 푹 빠져 있었던 시기였다. 일단 나를 비롯한 또래 친구들은 휘성, 박효신, 김진호(SG워너비)를 삼대장으로 치는 분위기였고 나는 그중에서도 휘성을 가장 좋아했다. 휘성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 게, 이 레이라는 가수가 '휘성의 친구'라는 이슈로 프로모션을 하였기 때문이다. 휘성과 관련된 것이면 뭐든 접하고 봤던 그 당시의 나는 이 앨범 또한 사서 들었고, 큰 실망감 없이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그 후 이 앨범은 여러 번의 이사 등으로 분실하게 되었고, 소몰이 창법도 나의 관심사에서 멀어진 지 오래였기에 이 앨범의 존재도 자연스레 잊히게 되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중고서점에서 발견하고 일단 구해 왔다.


이 앨범에서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곡은 1번 트랙 '이별이 아니길'과 9번 트랙 '그런거니'였다. '이별이 아니길'은 타이틀곡 '못다한 사랑'을 만든 유해준 작곡가의 곡으로 마이너한 분위기의 스트링 전주가 애절함을 자극하는 발라드이다. 특히 가수 레이의 목소리가 선이 상당히 굵으면서도 섬세한 감성 표현을 놓치지 않고 있기에 이런 마이너한 발라드에 참 잘 어우러진다. 반면 9번 트랙 '그런거니'는 휘성의 '안 되나요'를 만든 작곡가 이현정의 곡으로, 이현정 특유의 감성적인 멜로디 감각이 돋보이는 팝 발라드 넘버이다.


앞서 소개한 유해준, 이현정 작곡가 이외에도 전승우 작곡가의 이름도 만나볼 수 있고, 친구인 휘성도 6번 트랙 '침묵애'와 11번 트랙 'Without You'에 가사를 선사했다. 지금 들어도 목소리 하나는 손색 없다. 흉성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저음, 애수를 고조시키는 중고음까지 무척 훌륭하다.


다만 지금 와서 다시 들어보았을 때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인다. 당시에는 이런 가수가 왜 안 뜨는 거지, 하고 의문을 품기도 했는데 지금 들어보니 안 뜨는 데 이유가 있었겠다 싶다. 2000년대 초반 음악들에 풍기는 특유의 촌스러움과 억지 감성은 차치하더라도, 레이라는 가수가 하려는 음악이 무엇인지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좋은 목소리를 가진 보컬리스트이지만 앨범 한 장을 유기적으로 엮어갈 만큼의 준비는 되지 못한 채 섣불리 앨범을 만들어 내보인 듯한 인상을 많이 받았다.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였던 휘성의 친구라는 점을 프로모션에서 부각하고, 더 나아가 휘성과 함께 일했던 음악 스탭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기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올곧은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한 데에 있는 게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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