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 D+1

금단현상, 그 짙은 무기력

by Charles Walker

금연을 선언한 지 하루가 지났다. 아침부터 폭염 속을 허우적대며 아들 병원 두 탕을 뛰어대느라 고되었는지, 집에 오자마자 컵라면으로 대충 배만 채우고 오후 내내 죽은 듯이 잤다. 인생에서 담배 하나 빼는 것, 별 거 아닌 것 같았다. 낮잠에서 깨기 전까지는.


잠에서 깨자마자 현타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왜 나에게는 유독 하지 말라는 게 이렇게 많은 걸까. 대부분의 욕망을 거세당한 채 살아오고 있었는데, 이젠 그 최소화된 욕구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현실. 돈을 아끼려고 담배를 끊어야 하는 더러운 세상. 좋아하는 엘피를 6개월에 한 번만 사야 하는 거지 같은 세상. 이 세상은 나 같은 이상주의자들에게는 너무도 불편한 곳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현실주의자, 아니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생활인들에게는 나 같은 사람이 불편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내 자신도 불편하고, 그런 에너지는 고스란히 예민함으로 표출된다.


일단 가장 먼저 한 일은 표정을 숨기는 일이다. 내가 무슨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지를 가족들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 표정을 숨기고 어찌저찌 넘어간 다음, 저녁을 먹고 바로 걸으러 밖으로 나가버렸다. 정신없이 걷다 보니 격앙되었던 감정이 조금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대신 질문 하나가 덩그러니 남았다.


개인의 욕구는 공동체적 책임감 앞에서 왜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가?

한국 사회는 책임감 때문에 작동하는 것 같다. 개인의 욕망과 기호는 그 앞에서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무효화된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주체 또한 그게 그렇게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온당한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 함정이다. 혹자는 '마음 가는 대로 살라' 하지만,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의 입장에서 그게 어디 쉬운가? 마음 가는 대로 살려면 혼자 살아야 한다. 누가 옆에 있다면, 딱 내 옆에 있는 사람 수만큼의 생애를 내가 짊어진 것이다. 그걸 잊어서는 안 된다.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마음 편하다. 금단현상 때문에 몸이나 마음이 힘들 때는 일단 뛰쳐나가고 보자. 마음을 가라앉히고, 무기력의 진원지를 파악하여 그 자식을 집중적으로 조져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