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일기 D+17

내게 음악을 빼면 뭐가 남을까

by Charles Walker

용케 금연을 유지 중이다. 다시 피울 거라고 가정한 상태에서의 금연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일단 힘겹게 금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음악을 소재로 글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고 나니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백일장만 나가도 글감이 넘쳐났는데, 이제 인생에서 더는 새로울 것도, 신기한 것도 없어서 글감이 없다. 내 인생에서 음악을 빼고 나니,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비루하고 한심하다. 나는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것일까.


가족을 소재로 소설을 써 볼까 하고, 잠시 구상을 해본 적도 있었다. 근데 이건 정말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지부터 감이 안 와서 지레 포기하게 됐다. 새삼 '폭싹 속았수다' 같은 드라마를 쓴 작가님들이 존경스러워질 따름이었다. 그런 걸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그뿐만이 아니라, 단편이든 중장편이든 가리지 않고 '소설'이란 걸 써낼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문학 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건가? 이 또한 하늘이 주는 재능인 건가? 재능이 부족해서 음악을 포기한 것처럼 문학도 포기해야 하는 건가?


...담배 피우고 싶다. 참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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