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통장 잔고는 2천만 원을 넘지 않는다

돈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정한 단 하나의 철학, 그리고 실천의 기록

by 김재훈
돈은 천사의 얼굴을 한 마귀 by 이재명 대통령
재산 4억, 평균치 넘어 반성 by 문형배 재판관
돈은 똥이다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흩어 뿌리면 거름이 된다 by 김장하 선생

money.jpg


돈에 대해 나와 같은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말을 접하니 기뻤다. 언젠가는 돈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바로 지금이 그때인 듯하다.




돈은 거울이다 – 잔고 앞에서 나를 마주한 어느 날의 결심


어느 날 문득 계좌의 잔고를 들여다보다가 생각했다. 이 숫자들이 내 삶을 얼마나 정의하고 있을까? 그 안에 내 시간, 노력, 걱정, 그리고 꿈까지 들어 있는 건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돈을 좇는다. 더 많은 수입, 더 높은 연봉, 더 안정적인 자산을 바라며 살아간다. 처음엔 단지 살아가기 위해 벌기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살아가는 목적 자체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진다. 돈이 없으면 불안하고, 돈이 많으면 더 불안해지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다.



사회 초년생 시절, 내게 내린 한 가지 약속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내 통장 잔고가 2천만 원을 넘기지 않겠다.'

넘는 순간, 초과한 금액은 전액 기부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다. 왜 일부러 그렇게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구체적인 의지가 없다면, 돈은 인간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내가 돈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돈이 나를 부리게 된다.


그리고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세상은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가득했다. 고작 몇십만 원의 기부였지만, 그 몇 번의 행동이 돈과 나 사이의 관계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사업이 성장하면서, 돈도 따라 들어왔다


창업을 하며 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버티던 시절이 지나고, 어느 순간부터는 한 달 만에 2천만 원 잔고가 채워지는 일도 생겼다.


처음에는 낯설고 혼란스러웠다. 이 돈을 그냥 두고 봐도 될까? 욕망은 조용히 속삭였다.

"이번 달만 넘겨. 한 번쯤은 괜찮잖아."


하지만 나는 처음의 약속을 되새겼다. 그리고 실천했다.


암투병 중인 직원 어머니의 수술비를 대신 냈다. 팬데믹으로 흔들리는 작은 교회들에 지원을 보냈다. 아프리카에 병원을 짓는 데 기부했고, 동남아시아 곳곳에 학교를 세우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돈이 나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돈에 '방향'을 부여하고 있다는 감각. 그것은 자유였다.



철학자들이 말한 것들, 그리고 나의 삶


아리스토텔레스는 돈이 '수단'이어야 한다고 했고, 마르크스는 돈이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했다. 쇼펜하우어는 돈이 끝없는 욕망을 부추긴다고 말했고, 샌델은 돈으로 사면 안 되는 것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론이 아닌 삶으로 마주한 나는 안다. 돈은 위험한 것이다. 잘못 쓰면 사람을 바꾸고, 관계를 왜곡하고, 삶의 방향을 흐린다. 하지만 바르게 쓰면, 한 생명을 살리고, 한 공동체를 지켜주고, 어느 낯선 땅에 기회의 씨앗을 심는 도구가 된다.



돈은 결국, 나를 비추는 거울


나는 여전히 매달 잔고를 확인한다. 그리고 2천만 원이 넘는 순간, 누군가에게 필요한 곳을 찾아 기꺼이 흘려보낸다.


돈은 모으는 것보다 어디로 흘려보내는지가 더 어렵고 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 삶 속에서 배웠다.


돈은 내 거울이다. 그 거울에 비친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작가의 이전글영어학원 대신, 아이 이름으로 기부한 20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