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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리콘밸리 이너서클에 들어가는 법

미국 창업가들의 마인드셋 배우기

by 도나

미국에서 만난 국내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입을 모아 묻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그들만의 리그' 곧, Inner Circe에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비단 한국인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아닌 타국 출신 스타트업 창업가들도 하나같이 '인적 네트워크 구축'을 미국 진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한국에서의 학연, 지연 그리고 혈연 못지않게 실리콘밸리에서도 '인맥'이 갖는 파워는 생각보다 더 강력하다. 단편적으로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지인이라는 명목 하에 유명인사들의 이름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스탠퍼드 출신', '구글 출신'은 물론이고, 고등학교 출신도 꽤나 큰 도움이 된다. 이렇게도 끈끈한 '그들만의 리그'에 토종 한국인 창업가가 어떻게 파고 들어갈 수 있을까?


나는 미국 본토가 아닌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남미권 스타트업 등 출신이 다양한 창업가들과 소통하며 그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창업한 지 1년도 채 되기 전에 17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포브스지 Web3 부문 30인 창업가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0사의 창업가 Y는 중국인이다.


그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가장 먼저 본인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리소스가 타인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하죠. 자신의 가치가 상대방의 가치와 등가교환이 가능한지요. 그것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누구든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 겁니다." 그는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는 본토 미국인 창업가와 협력해서 상대방의 네트워크 안으로 들어가라고 조언한다. 실리콘밸리에서의 네트워킹은 촘촘히 연결된 망과 같아서 한 명과 연결되는 순간 잠재적으로 그가 아는 모두에게 닿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Pay it forward' 문화는 굉장히 유명하다. 한국어로 '선행 나누기'로 번역되는 이 문화는 성공한 선배 창업가가 대가 없이 다음 세대들을 끌어주는 것을 뜻한다.


내가 막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네트워킹 이벤트에 처음 참석했을 때 '선행 나누기'를 경험한 적이 있다. 당시 현장에서 만난 몇몇 투자자들은 내게 다가와 "내가 뭘 도와주면 될까?"라고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내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을 준비만 됐을 뿐, 실질적인 도움을 청할 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내게 어떤 니즈가 있는지', '그것을 본인이 채워줄 수 있는지'를 파악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에 답할 대답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조금 더 과감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네트워킹 방법을 모색하는 창업가들도 있다. 내기로 목표달성의 동기부여를 돕는 플랫폼 F사의 창업가 C의 이야기다. 그는 투자자와 스타트업 창업가 그리고 다양한 기업 종사자들이 모이는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를 네트워킹과 마케팅의 장소로 활용했다. 그는 팔로알토에 위치한 위워크에 코카콜라로 탑을 쌓았다. 콜라에는 앱 다운로드 QR코드와 문구가 담긴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만약 저희가 2023년 YC의 공고 마감일 전까지 500명 이상의 신규 고객을 유치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제가 건 $100을 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완벽하게 녹여내 '내기'를 건 신박한 이벤트였다. 그날 팔로알토 위워크에 있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의 아이디어에 찬사를 보냈다. 이 이벤트는 해가 두 번이나 바뀐 지금까지도 지인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되곤 한다.



전 세계 게임 산업의 혁신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부를 가진 N사의 창업가 D는 스페인 출신으로 진출 1년 만에 미국에서 약 4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그는 Inner Circle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성공의 90%는 그저 그곳에 있음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있으면 이 말에 깊은 공감할 수 있을 그예 요. 저는 매주 실리콘밸리 전역에서 열리는 이벤트를 검색하고 우리를 알려야 할 이벤트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곳에서 그들(The right people)'을 만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누가 어떻게, 또 어느 순간에 내게 도움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죠."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나에게 도움이 될 그들'을 찾기 위해 네트워킹 이벤트로 모인다. 샌프란시스코 전역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이벤트가 열린다. 단순 네트워킹 이벤트뿐만 아니라 실제 스타트업 창업가의 피치를 들을 수 있는 스타트업 피치(Startup Pitch)와 데모 데이(Demo Day)부터 실리콘밸리 내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패널토론(Panel discussion)까지 주제가 다양하다. 원한다면 언제든 이벤트 참가자가 될 수도, 개최자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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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icon Valley Summit 2022, 미국 서니베일>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일반 참여자로도 충분히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왜 굳이 이벤트를 개최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벤트의 개최자가 되는 것은 특정 산업 분야의 전문가를 한 자리에 모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스테이지에 올라 본인과 회사를 소개하고, 파트너십을 제안할 수 있기에 주목성 면에서도 단순 참가자보 다 큰 이점이 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본인이 몸담은 산업군을 타깃으로 한 네트워킹 파티를 개최한다. 작게는 열댓 명에서 크게는 수백 명에 이르기까지 이벤트의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자신만의 네트워킹을 어느 정도 구축했다면 이벤트 개최를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만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은 실리콘밸리 진출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다. 나 또한 내게 도움을 주는 업무 파트너 중 과반수를 네트워킹 이벤트에서 만났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과 회사를 알리려면 그만큼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열리는 다양한 이벤트와 네트워킹 방식은 [한국과는 다른 그들만의 네트워킹 방법]에서 보다 더 자세히 다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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