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고 나면 뭐라도 되겠지
2주간의 긴 휴가가 끝났다.
아이들과 복닥거리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고 나니 일상의 규칙적인 리듬에서 오는 평안함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휴가 떠난 동료들의 빈 책상이 주는 시각적 평안함이 더해졌으리라. 시원한 사무실에 앉아 일하듯 놀듯, 보내고 있으니 내겐 이 시간이 진정한 쉼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마음이 편해져서일까,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브런치의 첫 글을 끄적여본다.
주제도 없이, 아무 영감도 없이, 어떤 열망도 없이 그냥 일기 쓰듯 하얀 지면을 조금씩 채워가고 있지만 이 또한 소소한 즐거움이다.
누구나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 한다. 누군가가 말로, 패션으로, 그림으로 자기를 드러낼 때 나는 글을 선택했다. 아니, 선택이라는 매우 적극적인 단어보다는 매우 자연스럽게 글이 나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게 적절하다. 특별히 글재주가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글은 항상 편안했다. 맘에 안 들면 고치면 그만이었다. 내 생각이 바로 말이 되어 공중에 흩어지고 나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매우 불안한 상황을 직면하지 않아도 됐다. 그렇게 나는 글을 편애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글은 나를 드러내고 표현하기 이전에 나를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누구나 생각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그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극이 매우 좁아서 생각이 바로 행동이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과 행동 사이에 많은 이유와 설득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글을 쓰다 보면 내가 왜 그랬었는지, 나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이지만 그제서야 비로소 납득되곤 했다. 그리고 나서야 내 마음속의 엉키고 설킨 실타래가 가지런해지고 나름의 논리로 나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글쓰기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내게 글쓰기는 여전히 그렇게 나를 알아가는 작업이다.
일단, 꾸준히 써보자.
글을 쓰는 건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 '매일'이라고 말하기엔 부담스럽고, 내 형편에 맞게 멈추지 말고 써보자. 뭐라도 쓰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니까. 그래서 브런치 작가도 지원했던 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