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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Nov 09. 2024

아펜첼(Appenzell), 치즈와 맥주 그리고 자연

청명한 하늘의 끝자락에

타지에서 돈을 벌어 생활을 꾸려 나간다는 것은 분명 녹록지 않은 일이다. 스위스에 오면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가 있을 거라 기대했던 남편은 하루하루를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 부부가 매일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가 있다. “도대체 누가 스위스에 오면 여유롭고 한가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했던가?” 여행으로 방문하는 스위스는 소비와 함께 즐거움을 경험하기에 이곳의 삶이 여유롭고 한가롭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생활은 정 반대의 이야기다.


이런 생활 속에서 매주 일요일은 우리 가족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려 노력한다. 그 방식은 나들이를 하거나, 가족과의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주에 갔던 곳은 아펜첼.

마트에 가면 아펜젤러 치즈와 맥주를 자주 볼 수 있어 낯익은 지역이름이다. 도착하자마자 넓은 들판에 펼쳐진 목가적인 풍경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높은 건물하나 없이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에서 소, 양, 염소 등 가축들이 풀을 뜯고 스위스 카우벨 소리 울리는 모습은 고단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Appenzeller schaukäserei

알트슈타트(Altstadt, Old town)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치즈팩토리가 있다고 하여, 방문하였다.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있고, 공장 안에는 체험프로그램이 있어 공정과정을 볼 수 있다.

공간은 치즈의 숙성기간에 따라 풍미와 맛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하였다. 또한 공장 안에 치즈 만드는 사람들의 사진과 이름을 모두 전시해 놨는데 치즈 만드는 이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Museum Appenzell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가 못내 아쉬워 알트슈타트를 돌아보았다. 아펜젤러 뮤지엄이 있었는데 아펜첼의 역사와 가치를 담은 소품, 가구, 예술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유심히 들여다보는 아이를 보며 이곳에 와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가치를 담아 보존하는 것에서 세월이 지나도 추구하는 것의 의미와 신념을 느낄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틈틈이 시간을 내어 스위스의 도시들을 둘러보는데, 지역마다 가진 색깔과 개성이 다르다. 다 같은 스위스지만, 모두 다른 스위스의 모습이다. 우리도 우리의 색깔을 담아 삶을 살아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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