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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Dec 07. 2024

스위스 생활 쇼핑에 관해

스위스 북부지역에 사는 한국인 관점에서

블랙프라이데이를 거쳐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서 일 년 중 가장 쇼핑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스위스에 거주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 되고자 생활에 필요한 쇼핑을 중심으로 적어보았다. 


연말을 한국음식으로 마무리하고 싶다면

같은 층 옆집 사는 셰프님이 최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본 뒤, 한국음식이 만들어보고 싶다고 한국음식점이나 마켓을 소개해달라고 하였다. 이 동네에 있을 리가 있나. 아마 내가 Imbiss(간이음식점)라도 차리게 되면 한국식당 1호가 되지 않을까?


스위스 한인마트로 유명한 <유미하나>는 가장 가까운 곳이 취리히에 있으나, 그마저도 50km를 넘게 운전해 가야 한다. 한국 식료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나의 경우, 독일 아시안 마켓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쇼핑 후 배대지(배송대행지)에서 수령한다.

Asia market: 고 아시아(Go asia)

Internet sites: 한독몰(Handokmall), 다와요(Dawayo)

독일 사는 한국분들에게는 모두 잘 알려진 곳이라 우리 부부도 서칭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식에 기본이 되는 쌀, 간장, 참기름부터 국수종류(소면, 중면, 당면, 칼국수 등), 어묵, 각종 가루(짜장, 카레 분말 등), 참치액까지 거의 모든 재료가 있다.


스위스는 EU국가가 아니어서 배송비도 비싸고, 그마저도 오래 걸린다.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국경 근처 배대지에 가서 보통 5유로 미만의 수수료를 내고 직접 찾아온다. 참고로 내가 주로 이용하는 배대지는 Swiss Paket이다.

인터넷으로 처음 주문했던 한국 식료품


연말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면

아이의 크리스마스 선물, 혹은 친구들 선물을 사야 할 때면 쿠팡을 대신해 스위스 유명 쇼핑사이트인 갤럭서스(Galaxus), 잘란도(Zalando) 등을 이용한다. 물론 물리적, 시간적 여유가 되면 장난감, 완구 같은 것들은 독일 로푸(Rofu)를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지만, 급할 때는 미그로스(Migros)에 가서 바로 사는 경우도 있다.


쇼핑을 하면서 발견한 점은 알레시(ALESSI), 이딸라(iittala) 등 럭셔리 소품, 주방용품, 그릇 등의 가격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잘 찾아보면 한국 백화점의 절반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느낀 점을 예로 들자면, 한국에서 나를 비롯한 지인들은 컷코(Cutco) 혹은 빅토리녹스(Vixtorinox) 등 유명 브랜드의 칼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고급지다(?), 만족도가 좋다(?)고 느꼈던 것에 반해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다마스쿠스 수제칼(Damascus knife)을 직접 만들거나 사서 사용하는 것이 보다 럭셔리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칼을 만들어 오래 사용하고 물려줄 수 있다는 점을 더 고급스럽고, 특별하다고 여기는 것을 보아 '럭셔리'의 정의가 분명 다르다고 느꼈다. 이러한 수제칼은 하나에 대략 100만 원 가까이하는데 결코 쉽게 살 수 없는 금액이다. 비단 칼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거쳐 그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것 혹은 특별한 가치와 역사,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명품이라 생각하고 가지고 싶어 하는 듯했다.


좀 더 품질 좋은 식료품을 원한다면

부모들은 매일 아이의 스낵박스를 준비해 보내야 하는데 유치원과 학교에서는 설탕이 들어간 음료와 스낵을 지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콜릿이 유명한 나라에서 아이들의 설탕섭취 제한이 보다 엄격하다는 것이다. 주변 학부모들을 보아도 과자나 초콜릿, 케이크를 철저히 제한하는 편이고 그 대신 신선한 과일, 채소, 요거트, 치즈, 라이스 크래커 등을 간식으로 준비한다. 미그로스(Migros)나 쿱(Coop)의 식료품도 충분히 좋지만 좀 더 나은 유기농 식재료를 원한다면, 지역의 유기농 마켓(Biomarkt)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만 그 지역의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 과일을 구매할 수 있고, 맛도 조금 더 낫다.



동네 크리스마스 마켓에 모인 사람들

내가 한국사람이니 한국은 정보도 참 많은 것 같고,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찾는 맛있는 곳, 좋은 곳, 비싼 곳, 가고 싶은 곳에 대한 기준이나 가치가 어느 정도 비슷하다고 느꼈는데, 스위스에서 좋다는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한국문화와도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발견한 재미있는 점은 고급 브랜드를 알아봐 주는 이도, 내가 무언가를 새로 샀다고 해서 언급해 주는 이도 없어 주방용품이건 접시건 옷이건 신발이건 제품을 사는 흥미가 뚝 떨어지고, 나는 지금 아무것도 사지 않고 있다. 나에게 예뻐 보였던 그 수많은 제품들이 실제로 내가 아름답다고 느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알아봐 주었기에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음을 깨달은 순간이다. 


그렇다면 내가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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