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블루 ...
용인 자연농원(지금의 에버랜드)에 캐리비안 베이가 없었던 시절에 동네마다 대중목욕탕이라는
워터파크가 있었다. 일요일 아침이 되면 초등학교 친구들은 아버지를 따라 목욕탕으로 왔다.
친구들과 동네 목욕탕에서 했던 놀이는 냉탕에서 목욕 바가지를 머리에 쓰고 잠수왕을 뽑는 것이다.
목욕탕 주인이 우리에게 집에 가라고 호통을 칠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놀았다.
이 잠수 놀이 때문에 나는 지금도 목욕탕과 수영장만 가면 혼자서 잠수를 한다.
예전에는 1분 20초까지 숨을 참았는데...
지금은 1분을 넘지 못한다.
필리핀 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검푸른 바다 절벽을 보았다.
깊게 들어가는 바다 골목 주변에는 기이한 열대어가 때로 몰려다녔다.
호기심에 이끌려 잠수하여 절벽이 시작되는 바닥 근처까지 내려가 보았다.
내가 상상했던 이상의 세계를 보았다.
만약에 2분 만이라도 잠수를 해서 내려간 바다 밑은 어떤 모습일까?
2시간 동안 숨을 쉬지 않고 바다에 잠수할 수 있다면 나는 바다를 얼마나 알 수 있을까?
20시간 동안 숨을 쉬지 않는다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바다 깊이 들어갈수록 신비로운 바다가 보인다.
.
.
.
.
.
.
나는 아침마다 심해 잠수 deep dive 한다.
나의 경우에 글쓰기 위해서 책상에 앉는 것은 잠수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글을 쓰려고 앉아 있으며 잠수하는 것처럼 아무 생각과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생각은 무중력 상태가 된다.
숨을 참는 것처럼, 앉아 있는 것도 고통스럽다.
내가 쓸 수 있는 글의 밑바닥을 알기 위해 자리에 일어나고 싶지만, 그 충동을 참으며 깊이 생각(잠수)한다.
그렇게 나는
흰 종이 앞에 펜을 들고 내 마음의 바닥으로 잠수(상상과 생각)하여 들어간다.
컴퓨터로 글을 쓰면 (숨이)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검색하여 자료를 찾고 싶은 마음 때문에
나는 새로운 주제를 쓰는 첫 글은 흰 종이와 펜을 잡고 잠수한다.
글을 쓰기 위한 자료, 그러니깐 스쿠버 탱크(일명 산소탱크) 없이 나는 숨을 참으며 내가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를 위해 종이와 연필로 글을 쓴다.
하루에 한 시간씩 아침마다 글쓰기 잠수를 한다.
어느 날은 쓰레기만 굴러다니는 내 마음의 바닥을 뒤지다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
운 좋은 어느 날은 진주를 품은 조개를 보는 경우도 있다.
내가 찾고 싶은 것은 보물선을 찾아 끌어올리고 싶지만, 항상 보이는 것은 유령 같은 해파리다.
개인적인 취향과 관점이지만 좋은 글감을 찾아서 인터넷을 뒤지는 것은 산소 탱크를 메고 거대한 수족관에 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물 반 고기 반 수족관 잠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지만 바다가 아니라 큰 어항일 뿐이다.
.
자리에 오래 앉아 있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
.
.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념의 바다에 뛰어든다.
흰 종이가 바다의 바닥에 깔린 모래 바닥처럼 보인다.
바다 바닥을 손으로 뒤적이면 먼지가 일어나는 것처럼, 낙서하면서 생각을 뒤적이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단어들을 찾아본다. 그렇게 글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