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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 Aug 01. 2022

패션 브랜드의 해외진출 그리고.

최정희 '앤더슨벨' 대표의 질문

이번 글은 국내 패션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경영자들의 '브랜딩' 관련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최정희 '앤더슨벨' 대표의 질문과 저의 답변입니다.


Q. 첫 번째 질문입니다. 한국의 패션 대기업 브랜드가 해외 진출하는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자금력과 인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Q. 두 번째 질문은 브랜딩입니다. 브랜딩은 고집을 증명하는 세련된 방식, 일정 시간 이상의 기다림 그리고 시대적 타이밍의 합성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독 국내 브랜드 가치를 매길 때는 순이익 매출로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또한 잘못된 계산은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자본가와 브랜드의 의견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다른 기준이 될 만한 건 없을까요?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저도 오랫동안 의문을 가졌습니다. 먼저 저의 대답은 '대기업은 브랜드를 만들 수 없다'입니다. 제 대답이 도발적이고 황당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드린 이유는 최정희 대표께서 두 번째 질문에 그 이유가 있습니다. 브랜드가 브랜드 되는 브랜딩은 [자신만의 철학과 태도, 일하는 방식 그리고 시간과 관계]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대기업에서는 시장 확대에 관한 마케팅은 있지만 브랜드 성숙에 관한 브랜딩은 없기 때문입니다.


최 대표께서 말씀하시는 브랜딩은 오직 브랜드 오너만이 가능한 일입니다. 브랜드 오너십이 직원들에게 없는 대기업 시스템으로는 브랜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만든 브랜드를 찾아보시면 알 것입니다. 손에 꼽는 브랜드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좋은 인력과 인프라를 누리고 있는 그 어떤 대기업도 브랜드를 만든 경우는 없습니다. 물론 인지도가 있어서 신뢰도를 가진 상표는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 대표께서 말씀하신 고집, 인내, 타이밍을 기다리면서 만들어진 비제품 속성이 제품 속성을 뛰어넘는 브랜드를 상상할 수도, 창조할 수도 없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서 해외 라이선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잘하려는 것입니다. 대기업이 라이선스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인지도 때문입니다. 대기업 시스템에서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고 성장시키고 기다려주는 브랜드 환경이 없습니다. 그 대신에 기존 마케팅 툴을 통해 자신의 영업망으로 시장 확대를 하는 기업의 장사 DNA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 DNA를 가진 분이 여전히 경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해외 진출보다 해외 라이선스 수입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입니다.


특히 SNS의 발달과 퍼포먼스 마케팅을 통해서 인지도와 유행을 동시에 폭발시키는 것이 오늘날의 흐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브랜드 환경에 척박하죠.  브랜드가 거대 시장에서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중국과 미국에서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의 대답이기도 하지만 명품 브랜드의 가치와 속성을 그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질문의 대답을 한다면 투자가들이 브랜드 가치에 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은 [주식 가치]입니다. 5천 원 주식이 5만 원이 되고, 다시 500원이 되는 것처럼 브랜드 가치는 주식 가치처럼 소비자의 응원이고 지지입니다. 브랜드 가치를 단순 이익으로 보는 사람은 가급적 멀리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최 대표께서 말씀하신 [브랜딩은 고집을 증명하는 세련된 방식, 일정 시간 이상의 기다림 그리고 시대적 타이밍의 합성어]에 대해서 이것이 브랜드 경영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나누고 싶습니다.


◇ 아르노 회장의 브랜드 경영철학
먼저 2007년 10월 19일 LVMH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중국 만리장성에서 열린 LVMH 소속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 패션쇼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발췌했습니다. 15년 전 인터뷰를 가져온 것은 아르노 회장의 말이 여전히 유효한가에 대해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 명품이란 무엇인가.
아르노 : "역사다. 브랜드 역사가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 전 세계 소비자 마음속에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것은 역사뿐이다. 여기에 제품의 독창성과 수준 높은 품질이 더해진 것이 명품이다. 한국 소비자가 사는 명품 브랜드는 상품뿐만 아니라 유럽의 문화를 구매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그룹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다."


질문 : 문화를 팔기 위한 전략이 있나?
아르노 : "시간이 필요하다. 수많은 브랜드, 또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통을 이해시켜야 한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시장이 성숙되어야 했고 또 최상의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명제를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모든 명품, 그중에서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명품은 3가지의 명품 코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품질을 대표할 수 있는 정통 master, 브랜드의 이야기와 시간의 경외감을 만들어 주는 전통 history 그리고 시대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트렌드 trend입니다.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코드가 단계별로 성장하는 병렬적 진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처음에는 품질로 신뢰감을, 그다음은 일관성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인지도와 충성도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트렌드를 통해서 '쿨한 브랜드'가 되어야 하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세 가지 코드의 횡렬적 조합과 운영을 통해서 '시장을 아우르는 강력한 명품 브랜드'가 되는 것입니다.


먼저 명품 코드라고 할 수 있는 1단계인 정통(품질)은 명품 브랜드의 시작입니다. 이 말에 대해서 마치 '부자가 되기 위해서 잘 벌어야 하며 그것을 아껴야 한다'라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이것은 구호가 아니라 브랜드 성장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명품 반열에 오른 브랜드들은 초창기에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상의 재료들을 사용하였고, 재료 발굴과 제작의 전 과정을 엄격하게 통제와 조정합니다.


 이를 위해 좋은 인격과 지식이 필요하게 되었고, 지속적인 전문 인력 확보와 지식 축적을 위해 돈을 벌었죠. 한마디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 돈을 벌었고 그것을 다시 브랜드의 품질을 위해 투자했습니다. 따라서 품질을 지켜내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2단계 과정인 브랜드 스토리가 되었고, 그것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입니다. 3단계인 트렌드의 반영은, 유수한 명품들이 즐겨 사용하는 전략으로서 현시대의 기린아라고 할 수 있는 '천재 디자이너'와 결합해서 시간의 차이가 아니라 선호의 차원이 다른 브랜드로 만듭니다.


즉, 시간과 품질의 명품에서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그리고 누구 앞에서도 자랑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죠. 대부분의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을 만나면 재료와 품질, 그리고 그것을 찾는 과정이 브랜딩의 처음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특히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트렌드로 인해서 이러한 기본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더욱 등한시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말씀드린 것은 유럽의 브랜딩 관점입니다. 미국은 프랜차이즈 역사로서 명품 브랜딩 프로세스와 다릅니다. 요즘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만나면 브랜드를 만드는 '시간 단축'을 능력의 전부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물론 최고의 능력입니다. 하지만 결혼식보다 결혼 생활이 더 중요한 것처럼 브랜드 론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브랜드 운영이 더 중요하죠. 브랜드 운영의 시작은 '처음에 브랜드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최근 명품 브랜드를 꿈꾸지만 '디자인과 트렌드'가 돈을 만드는 디지털과 스피드 문화에서 '명예와 명성'을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포함하는 브랜드를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정말 명품 브랜드를 원한다면 '재료의 선별'에서 시작해서 '철학의 완성'으로 끝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고급 와인처럼 브랜드의 숙성은 완성과 같은 개념이라는 것도 인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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