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듦의 계절, 인디언 서머(9)
죽지 않는 불사의 해파리로 알려진 투리토프시스 도르니(Turritopsis dohrnii, 일명 홍 해파리)는 성숙(성체)단계에 도달한 후에도 다시 폴립(polyp), 즉 강장동물의 기본 형태로 돌아갈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죽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천적에게 잡혀 먹히거나 환경 변화로 인해 사망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특성은 여전히 자연계에서 주목받는 현상이다.
홍 해파리는 생물학적으로 해파리보다는 히드라(Hydra)와 가까운 특성을 지녔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 노화하지 않는 히드라와는 달리, 홍해파리는 노화하지 않을 뿐 아니라, 다시 어린 상태로 되돌아가 성장하는 특이한 생명 주기를 가지고 있어 진정한 ‘영생불사’의 동물로 평가받는다. 자연계에서 홍해파리의 이러한 영원한 생명 사이클은 매우 독특하다.
그런데 브랜드의 세계에서는 이미 리뉴얼(renewal)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지속 가능성을 구현한 사례들이 존재한다. 아래는 이를 설명하는 브랜드 리뉴얼 매트릭스다.
기업들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발전시키고 신제품을 출시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고객에게 기존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자신만의 시장을 확고히 구축하는 전략을 ‘기존 시장 강화’라고 한다. 주로 명품 브랜드들이 이 전략을 활용하며, 기존 고객층과의 유대감을 공고히 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높인다. 이를 레이포스 전략이라고 한다.
한편, 기존 가치를 새로운 젊은 고객층에 어필하기 위해 광고나 홍보 방식을 새롭게 하는 것을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특정 명품 브랜드가 기존의 고급 의류만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기 위한 현대적 메시지나 미디어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또 다른 전략으로는, 기존 고객층에게 새로운 제품군을 제안하는 ‘리뉴얼(Renewal)’이다. 명품 의류를 주력으로 판매하던 브랜드가 같은 고객에게 명품 향수와 같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 나아가, ‘리바이벌(Revival)’ 전략은 기존 브랜드가 가진 고정적인 이미지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컨대, 고전적이고 클래식한 스타일의 명품만을 선보이던 브랜드가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하여 중가 제품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들을 구분하기보다는, 종합적으로 ‘리뉴얼(Renewal)’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리뉴얼이라는 단어에는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1. 재개, 부활
2. 갱신, 연장
3. 재개발, 회복, 개선
브랜드 리뉴얼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Apple)을 꼽을 수 있다. 애플은 1976년 Apple Computer, Inc.로 시작했으며, 이후 지속적으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초기 로고부터 현재의 심플한 사과 로고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이미지를 여러 차례 재구성했으며, 회사명에서도 ‘컴퓨터’라는 단어를 삭제해 더 넓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또한, 애플은 제품 혁신과 카테고리 확장을 통해 끊임없이 리뉴얼을 이어갔다. 초기에는 컴퓨터에 집중했으나, 현재는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서비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처럼 리뉴얼은 애플이 단순한 IT 기업에서 전 세계적인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애플은 초기 컴퓨터 판매를 시작으로 점차 소프트웨어, 그리고 MP3 플레이어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고객층을 결합하는 시장 혁신을 주도했다.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제품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애플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
애플의 비즈니스 전략은 자연계의 홍해파리와 비슷하게 비유될 수 있다. 마치 홍해파리가 성체로 성장한 후에도 폴립(polyp) 상태로 돌아가며 다시 진화와 변화를 반복하는 것처럼, 애플은 끊임없이 제품과 가치를 재창조하며 지속 가능한 브랜드 사이클을 구축해왔다.
특히, 애플은 컴퓨터 판매에 집중하던 회사에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하며 완전히 다른 회사로 탈바꿈했다. iPod에서 시작된 디지털 음악 경험은 iPhone이라는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확장되었고, 이 과정에서 애플은 단순히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기업을 넘어 일상의 모든 기술을 연결하는 생태계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최근 몇 년간 애플의 혁신 속도가 예전만큼 대담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애플은 여전히 자신만의 지속 가능한 성장 주기를 유지하며, 홍해파리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애플의 성공은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고객과 가치를 결합해 끊임없이 재탄생하며 브랜드의 생명력을 유지한 데 있다. 이는 기업 경영에서 자연계의 생명 주기를 연상시키는 독창적이고 지속 가능한 모델로 평가받을 만하다.
사람의 삶을 돌아보면, 자연계의 홍해파리 사이클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있다. 바로 “늙으면 애가 된다”는 말이다. 이는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거나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를 묘사한다. 동시에, 노화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약화되는 과정을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의학적으로 보면, 이 표현은 전두엽의 축소, 손상, 퇴화로 인해 나타나는 인지 및 판단 능력 저하를 상징한다. 따라서 “늙으면 애가 된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노화로 인한 뇌 기능 감퇴와 관련된 심리적·신체적 변화를 함축적으로 나타낸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약해질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과 역할 변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세워야 하는 도전에 직면한다. 특히 은퇴는 이러한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은퇴 후 많은 이들이 신체적 변화와 외부 환경 변화의 이중고를 겪으며, 이는 노화의 속도를 가속화하기도 한다.
나는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책을 쓰기 위해 은퇴한 지인들과 은퇴를 준비 중인 사람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점은, 은퇴 시기와 노화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은퇴를 앞두거나 경험한 사람들은 신체적 퇴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역할 상실로 인해 심리적 변화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변화는 한 사람의 삶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중요한 전환기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인류학자 아놀드 반 게넵(Arnold van Gennep)은 인생의 전환점을 설명하기 위해 통과의례(rite of passage)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주요 전환기를 거치며 아래와 같은 세 단계를 경험한다.
1. 분리 단계
기존의 역할과 소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결혼을 앞둔 신랑과 신부가 각자의 집을 떠나는 것, 혹은 은퇴를 앞둔 직장인이 점차 업무와 직장 생활에서 물러나는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2. 전환 단계(과도기)
새로운 역할로 전환하기 위해 적응하고 준비하는 과정으로, 기존과 새로운 정체성이 혼재된 상태다. 이 시기에는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군대 훈련이나 성인식 준비 과정이 이에 속하며,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재정 관리와 새로운 삶의 목적 찾기가 이에 해당한다.
3. 통합 단계
새로운 역할과 정체성을 받아들여 사회적, 개인적 삶에 통합되는 과정이다. 결혼식 이후 신혼부부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거나 은퇴 후 취미 활동과 공동체 참여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을 회복하는 사례가 이에 속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은퇴와 같은 주요 전환기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기는 또한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고,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홍해파리가 성체에서 다시 폴립 상태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 주기를 시작하듯, 사람 역시 인생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며 삶을 이어간다. 결국, “늙으면 애가 된다”는 표현은 단순히 신체적 노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본래 순환적 생명 주기 속에서 변화를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통과의례는 출생, 성인식, 결혼, 은퇴, 장례식과 같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상징하며, 사회적·문화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의식은 개인의 변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새로운 역할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중요한 신호다. 이를 통해 개인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며, 주변 사람들은 그 변화를 축하하고 받아들인다.
통과의례의 대표적 사례
1. 출생 의례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며 새로운 생명을 환영하는 의식이다. 이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인정받고, 가족과 공동체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자리다.
2. 성인식
청소년이 성인이 되는 과정을 기념하며,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자각하는 중요한 행사다.
3. 결혼식
두 사람이 새로운 가족을 이루고 사회적·법적 지위를 얻는 의식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준비와 의미를 부여하는 행사다.
4. 은퇴식
직장에서 물러나며 새로운 삶으로 전환하는 것을 기념하는 의식이다. 이 과정은 과거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는 기회가 된다.
5. 장례식
사망한 사람을 기리며 삶을 마무리하는 의식이다. 이를 통해 유족과 주변 사람들은 고인을 추모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50대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생, 성인식, 결혼과 같은 주요 통과의례를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 남아 있는 의례는 주로 은퇴식과 장례식이다.
특히, 사람들은 결혼식이나 성인식처럼 기쁨을 수반하는 통과의례에 대해 많은 준비와 관심을 기울인다. 매년 돌아오는 결혼기념일조차도 생일처럼 특별하게 기념하며 그 의미를 되새긴다. 반면, 은퇴식과 장례식은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으며, 이에 대한 준비 또한 부족하다.
은퇴와 죽음을 준비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간단하다. 은퇴와 죽음은 종종 상실과 두려움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피하려 하거나 준비를 미룬다. 두 번째 이유는 준비 부족이 위기를 초래한다. 은퇴는 예상보다 빠르게 찾아오기도 하며, 장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 전환점을 위기로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은퇴와 장례식은 단순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정체성 재발견을 의미한다. 준비가 되어 있다면, 이 의례들은 개인과 주변 사람들에게 존엄과 치유의 시간을 제공할 수 있다.
나는 50대가 맞이하는 은퇴식과 장례식이 출생 의례, 성인식, 결혼식에 버금가는 중요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면, 은퇴식과 장례식은 출생 의례, 성인식, 결혼식과 같은 전환 의식을 대체하거나, 삶의 또 다른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은퇴는 홍해파리가 폴립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과거의 성체 역할을 내려놓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과 닮아 있다.
이를 아놀드 반 게넵(Arnold van Gennep) 교수가 정의한 통과의례의 세 단계로 살펴보면, 은퇴는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통과의례를 다음과 같은 세 단계로 구분했다. 1. 분리 단계는 기존의 사회적 위치나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과정이다. 은퇴는 직장과 업무 중심의 삶을 떠나야 하는 시기로, 이 단계에서 개인은 과거의 정체성과 작별을 고한다. 2. 전이 단계는 과거와 새로운 정체성 사이에 존재하는 과도기적 상태로, 혼란스럽고 경계적인 성격을 띤다. 이 시기에는 삶의 의미를 재정립해야 하며, 방향을 잃기 쉽다. 3. 통합 단계는 새로운 정체성과 역할을 받아들이며, 사회 내에서 자신의 새로운 자리를 찾아가는 시기로, 은퇴 후의 삶을 정착시키는 단계다.
하지만 준비 없이 맞이하는 은퇴는 2단계인 전이 단계에서 길을 잃기 쉽다. 준비 부족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이로 인해 변화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운명적으로 닥친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3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만약 1단계에서 철저히 준비한다면, 2단계의 혼란을 줄이고, 더 나아가 새로운 정체성을 주도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
나는 1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준비한다면 2단계의 혼란과 3단계의 수동적인 수용을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아가, 1단계를 확실히 계획하면 3단계로 바로 건너뛸 수도 있을 것이다. 은퇴는 단순히 외부 변화에 의해 나 자신이 변해야 하는 과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먼저 변화시켜 외부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맞이하는 변환(變換)의 과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은퇴는 타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닌, 스스로 준비하고 주도하는 통과의례로 바꿀 수 있다. 나는 홍해파리 투리토프시스 도르니(Turritopsis dohrnii)처럼 폴립으로 돌아가 보았다. 그 과정은 과거의 나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다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면 은퇴도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나는 브랜드의 리뉴얼 법칙을 나에게 적용했다.
나의 직업 여정은 25세 광고 기획자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광고 기획자로서의 길보다는 광고 일을 더 오래 지속하고 싶었기에, 26세에 카피라이터로 직업을 바꾸었다. 광고라는 분야를 더 깊이 경험하던 중,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브랜드와 관련된 것임을 깨달았고, 28세에 브랜드 기획자로 새로운 길을 택했다.
브랜드 기획자로 일하던 중, 브랜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려면 더 깊이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33세에 브랜드 컨설턴트가 되었고, 이후에는 브랜드와의 긴 여정을 이어가기 위해 브랜드 잡지 편집장으로 일했다. 결국, 내가 브랜드와 함께하는 일을 죽을 때까지 지속하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지금은 브랜드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나는 브랜드라는 한 길을 25년간 걸어왔다.
내가 브랜드와 관련된 일을 할 때 항상 주력했던 것은 두 가지였다. 첫째, 기존의 나와 지식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것. 둘째, 브랜드와 함께 지속적인 리뉴얼 사이클을 조정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만의 리뉴얼 사이클을 관리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던 나는, 50세가 되어 여러 가지 심각한 변화를 마주하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몸이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급발성 난청, 그리고 당뇨 전단계라는 건강 문제들이 나를 엄습했다. 체중은 98kg까지 늘어났고, 잇몸 염증으로 인해 임플란트 시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내 몸은 내게 경고를 보내고 있었고, 더 이상 지금의 방식을 유지할 수 없음을 깨닫게 했다.
그렇게 나는 54세가 되어 자기다움에 다시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2~3년 후 다가올 은퇴를 앞두고 다음 삶을 준비하기 위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느꼈다. 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내 몸을 변화시키는 일에 집중했다.
운동과 체중 조절은 뇌와 신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커피와 밀가루 음식을 끊고, 체중을 감량하며 근육을 키우기 시작했다. 매일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며 내 몸이 젊어질 수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내 몸은 단순히 건강을 회복하는 것을 넘어, 삶 자체가 바뀌는 경험을 선사했다. 피로감이 감소하고, 집중력이 눈에 띄게 높아졌으며, 삶의 활력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아무리 운동을 하고 건강을 회복한다고 해도, 나는 홍해파리처럼 생애의 첫 통과의례인 출생으로 돌아갈 수 없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인간으로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결론은 명확했다. 나는 ‘세 번째 나’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세 번째 나’란 기존의 나를 조금씩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지금의 나를 벗어나 나 자신조차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변화를 넘어, 내 안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제2의 삶을 창조하는 일이다.
나는 스스로를 다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나는 내 몸과 마음이 경고를 보내기 전까지 오로지 브랜드를 위해 달려왔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나는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내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는 세 번째 나로서의 여정을 만들어갈 것이다.
나의 아들은 나의 유전자를 50% 물려받아 태어났다. 겉으로는 비슷한 점도 많지만, 완전히 다른 면도 존재한다. 아들은 유전적으로 나의 확장이며, 내 DNA를 담고 있는 또 다른 나라고 할 수 있다. 내가 수많은 조상의 유전자를 품고 있는 것처럼, 아들도 나를 포함한 조상들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 내가 죽더라도 내 아들은 나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할 것이다. 유전자뿐만 아니라, 나의 진짜 성씨인 조(趙) 또한 물려받았다.
아들은 나와 다르다. 그러나 동시에 나의 유전자를 가진 또 다른 나이기도 하다. 우리는 각자 자의식이 다르지만, 공통된 유전 정보를 공유한다. 내가 말하는 ‘새로운 나’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뜻한다. 이를 가장 쉽게 설명하면 ‘제자’라고 할 수 있다. 제자는 단순히 문하생이나 후계자의 역할을 넘어, 도제의 전통과 추종자의 사명을 함께 담고 있는 존재다.
홍해파리가 성체에서 다시 폴립으로 돌아갔을 때, 그것은 과연 같은 홍해파리일까? 홍해파리의 자의식을 우리가 알 수 없기에 확답할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는 다르다. 이는 마치 나와 똑같은 유전적 복제 인간이 존재한다고 해도, 기억과 경험이 다르다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봐야 하는 것과 같다.
나는 내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죽을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내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전파하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를 대비해 글을 쓰고, 책을 남기고 있다. 그리고 1996년부터 지금까지 배워온 브랜드 지식을 더유니타스(theunitas.net)라는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나(타인)에게 전하고 있다.
내가 말하는 세 번째 나는 바로 이러한 작업을 통해 탄생한다.
세 번째 나(타인)가 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할 때, 그것은 또 다른 나, 즉 네 번째 나가 된다. 이는 단순히 내가 남긴 지식을 전수받는 것을 넘어, 그것을 기반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존재를 의미한다. 나의 역할은 단순히 나의 아바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를 넘어서는 존재를 만드는 데 있다. 네 번째 나는 그렇게 탄생할 것이다. (계속)
나는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방법으로 ... 브랜드를 제안할 것이다.
아래 교육 과정은 [더 이상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와 [두 번째 나] 책을 모두 읽으신 사람을 위해 2025년에 시작될 [두 번째 나를 위한 자기다움 워크숍]입니다.
1주 차. 발견과 인정 (Uncover & Accept)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결정할 때 비로소 나답게 살 수 있듯이, 중장년의 전환기를 인정해야 비로소 성장의 길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이 듦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러나 나답게 사는 것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이 듦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기다움을 발견하는 여정을 시작하자.
2주 차: 발견과 개발 (Discover & Develop)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직업명으로 그려진 목표였다. 중장년이 되면, 우리는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일하지 않을 때,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직업이 아닌 진짜 나의 정체성으로 답할 때가 되었다.
3주 차: 정의와 습관 (Define & Habit)
삶의 중요한 부분은 습관으로 이루어진다. 직업과 역할을 넘어선 정체성을 정의하고, 작은 습관을 통해 진정한 자기다움을 구축하자. 정체성은 반복된 선택과 습관에서 피어난다. 내가 되는 습관을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4주 차: 변화와 일상 (Change & Routine)
하루의 작은 변화가 인생의 혁신을 만든다. 하루를 설계하고 기록할 수 있는 종이와 연필만 있다면 충분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가면 단순히 나이 들어갈 뿐이지만, 변화를 통해 내가 될 수 있다.
5주 차: 리셋과 설치 (Reset & Install)
나이 들어가는 것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평가하며 진정으로 나다운 삶을 시작할 준비가 필요하다. 내가 되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실천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자.
6주 차: 탄생과 명명 (Birth & Naming)
새로운 시작은 자신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할 때 완성된다. 이제 새로운 정체성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자. 그것이 바로 자기다운 삶이다.
7주 차: 회상과 성찰 (Recollection & Reflection)
과거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과정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다. 실수와 성공을 회상하며 얻는 교훈은, 현재 나를 성장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8주 차: 기억과 창조 (Memory & Creation)
미래의 기억은 단순히 과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도구다. 상상을 통해 떠올린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자.
9주 차: 목적과 유산 (Purpose & Legacy)
나의 유산을 정의할 때,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가 분명해진다. 지금까지 나답게 살아온 삶을 정리하며 나의 인생 황금기를 준비하자.
10주 차: 연결과 공동체 (Connection & Community)
진정한 공동체는 혈연이나 학연이 아닌 같은 목적과 소명을 공유하는 사람들 속에서 찾아진다. 중장년의 삶은 직장인의 정체성을 넘어, 나와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부족의 일원이 되어가는 여정이다.
관련 사이트
https://www.goodbrandgoodecosyste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