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심장(意味心臟)
인생 2막의 햄릿(3-2)
인생 2막은 의미심장(意味深長)인가, 의미심장(意味心臟)인가
혼자 있는 시간은 우리가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생각보다 낯설고, 때로는 감당하기가 버겁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은 그 적막을 견디지 못한다. 유튜브와 OTT, SNS의 끝없는 피드로 도망치며 시간을 흘려보낸다. 텅 빈 방에 홀로 남겨진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 불편하고 두렵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고독 자체가 두려운 것은 아니다. 퇴직(은퇴) 이후 고독 속에서 선명하게 드러나는 ‘내 안의 공허’가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온전히 통과할 때 비로소 우리는 내면 깊은 곳의 감정과 욕구, 그리고 ‘진짜 나’를 만난다. 사람들이 이 시간을 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는 그동안 자본주의라는 거울 앞에서 “돈이 되는가?”라는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해 왔다. 직함이 사라지고 돈이라는 잣대가 거두어지는 순간, 내 안이 비어 있다는 사실이 들킬까 봐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애써 외면한다.
특히 은퇴같은 퇴직 이후 혼자만의 시간이 강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장년은 당혹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고립된 상태와 그때 올라오는 본질적인 질문들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는 혼자 있을 때 나를 진화시키는 도구를 든다. 바로 ‘글쓰기(회고록)’다. 여기서 말하는 글쓰기는 작가가 되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내 안의 진짜 나를 발굴하는 ‘탐사’이자, 과거를 재료 삼아 미래를 기획하는 설계다. 거창한 주제는 필요 없다. 기억에 남아 있는 장면을 떠올리고, 그 장면에서 내가 진정 원했던 것을 적고, 그 순간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를 붙잡아 둔다. 그렇게 조용히 써 내려가다 보면 문장들이 지층처럼 겹겹이 쌓이고, 비로소 내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욕망하는지 선명하게 드러난다.
남들처럼 흉내내지 않고 자기답게 사는 것이 진화라면, 글쓰기는 그 진화를 이끄는 가장 강력한 혁신이다. 이것이 내가 삶에 부여하는 의미다. 흔히 ‘의미심장(意味深長)’이라는 말을 쓴다. 본래 뜻은 ‘말이나 글의 뜻이 매우 깊다’는 의미지만, 내게는 이 말이 완전히 다르게 들린다.
의미가 심장을 뛰게 한다.
그래서 나는 ‘의미심장(意味心臟)’이라는 말을 새로 쓴다.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부여한 의미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삶. 그것이야말로 내게 진짜 ‘의미심장’한 인생이다.
나는 오늘도 혼자만의 시간에 의미심장한 일을 한다. 살아왔던 시간을 뒤적이며 회고록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 순간, 마치 거대한 시추선의 해머가 땅을 향해 쿵, 쿵 울리듯, 나를 다시 만나는 내 심장도 힘차게 박동하기 시작한다. 이 벅찬 고동을 느낄 때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The Fabelmans)〉의 한 장면이 겹쳐진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엄마는 어린 스티븐에게 이렇게 말했다.
“You do what your heart says you have to. ’Cause you don’t owe anyone your life. Not even me.”
(네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해. 넌 누구에게도 네 인생을 빚지지 않았어. 그게 나라도 말이야.)
중년의 나이에 심장이 뛰면 부정맥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뇌사 상태로 살고 싶지 않다. 가슴이 뛰는 일은 막연한 버킷 리스트가 아니다. 그것은 오직 나만 할 수 있고, 나만 볼 수 있으며, 결국 나여야만 하는 바로 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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