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al 11 Minutes
중장년에게도 크리티컬 11분이 있다
비행 용어 중에는 ‘크리티컬 11분(Critical 11 Minutes)’이라는 말이 있다. 이륙 후 3분과 착륙 전 8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구간은 조종, 고도 변화, 속도 조절, 관제 교신이 집중되는 시간이라 사고 위험이 가장 높은 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륙이 중력을 거슬러 솟구치는 힘의 문제라면, 착륙은 훨씬 복잡한 조율의 문제다. 올라가는 것은 기세로 할 수 있지만, 내려오는 것은 정교한 판단과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나는 인생에도 이 크리티컬 11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으로 사회에 진입하는 시기와 장년으로 퇴직하는 시기다. 사람들은 대개 출발의 긴장만 생각한다. 어떻게 올라갈 것인가, 어떻게 자리를 잡을 것인가에 집중한다. 그러나 인생에서 더 위험한 시기는 어쩌면 내려와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은퇴 같은 퇴직을 앞둔 장년은 비행기의 착륙처럼 인생에서 가장 복잡한 구간을 지난다. 아직 돌봐야 할 자녀와 부모가 있고, 대출이 남아 있는 집도 있다. 인생이 100세라고 하면 앞으로도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나는 마흔넷에 『자기다움』을 쓰면서 예순에는 무엇을 할까를 미리 생각했다. 그리고 쉰 살에 3개월 무급 병가 휴직을 하며 다른 직장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그동안 직장 생활 속에서 경험한 수많은 프로젝트가 다시 이륙할 수 있는 조건이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내가 무엇을 했느냐보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느냐, 그리고 몇 명의 직원을 대신할 수 있느냐를 더 궁금해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내 계기판을 직접 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전까지 나는 조직이라는 거대한 비행 시스템 안에서 살았다. 자동조종장치처럼 정해진 항로를 따라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퇴직과 동시에 상황은 달라진다. 이제부터는 내가 직접 연료를 확인해야 하고, 어디로 내려가야 하는지, 다시 이륙할 활주로는 어디에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퇴직 준비는 40대부터 해야 한다. 그리고 랜딩기어를 내리고 내려오는 실질적인 준비는 50대부터 시작해야 한다. 중장년의 목표는 잘 퇴직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이륙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이륙하지 못하는 이유는 착륙 직전에 수많은 변수가 몰려오기 때문이다. 건강, 관계, 경제, 정체성, 시간 사용 방식까지 모든 것이 동시에 흔들린다. 은퇴 같은 퇴직의 시기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래서 이 시기 중장년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버팀이 아니다. 자신의 활주로를 다시 찾는 일이다. 어디에 내려설 것인지,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길 것인지, 누구와 함께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다시 떠오를 것인지에 대한 준비다.
중장년은 잘 내려오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잘 내려온 뒤에 다시 날아오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인생의 크리티컬 11분은 비행의 끝이 아니라, 다음 비행을 준비하는 가장 결정적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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