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좋아합니다] 다정함은 마음에 오래 남아

반짝이던 시절을 기억하게 하네

by 우주

언젠가 농구선수들의 퇴근길을 갔을 때였다. 퇴근길을 자주 가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때는 응원팀이 먼 곳으로 연고지를 옮기거나 최악의 경우 공중분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있어 한 번이라도 더 선수들을 만나고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퇴근길이 복작복작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팬서비스까지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되어서까지 기다리던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자주 오는 퇴근길이 아닌데, 기다린 김에 꼭 보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다. 평소엔 늘 팬서비스를 잘해주는 선수로 알려져 있기에 기다리면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튜브 촬영팀 스태프가 걱정스럽게 누굴 기다리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돌아보니 복작거리던 퇴근길에 나와 친구들만 남아있었다.

스태프 역시 같은 선수를 기다리는 중이었고, 늦어진다는 연락을 받았단다. 오랜 기다림에 조금은 서운해질 뻔했던 마음이, 우습게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안도로 바뀌었다. 퇴근길 팬서비스를 안 해주고 도망간 건 아니구나-하는 얄팍한 마음이었다. 그제야 욕심을 내려놓고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다시 생각해도 같이 기다려 준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다음날 구단 유튜브를 보는데 이야기를 전해줬던 스태프가 기다려서 촬영한 것 같은 인터뷰가 올라왔다. 꼭 나를 지칭한 건 아니겠지만, 선수는 인터뷰 마지막에 "팬분들이 많이 기다리셨다고 전달받았는데 너무 죄송하다. 치료 때문에 늦어졌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말을 듣자 늦은 밤 기다리며 나도 모르게 쌓였던 서운이 스르륵 녹는 기분이었다. 치료받느라 늦은 건데, 퇴근길 안 나온 게 뭐가 서운하다고 했을까 괜히 미안해지기도 했다.

결국 다음 경기에서도 퇴근길을 기다렸다. 그 선수는 당시 팬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던 선수인 데다가, 나처럼 지난 경기에 싸인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더해져서 그런지 줄이 유독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줄이 끝나고 더 이상 아무도 붙잡지 않을 때까지 한참이나 팬서비스를 이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부상이 심했던 상태라, 아프다고 양해를 구하고 적당히 자리를 떴어도 됐을 텐데 말이다. 어쩐지 허리를 계속 만진다 싶었다.

이후 많은 일이 있었고 그 선수는 팀을 떠났다. 지금은 예전처럼 그의 경기를 챙겨보지 못한다. 그래도 그 선수를 떠올리면, 늘 그날의 다정함이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그 선수를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과 함께, 그 시절의 반짝이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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