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의 여정이란
얼마 전, 한 달여만에 만난 지인 한 분이 나를 보더니 이야기한다.
"편해 보여~ 집에서 봐서 그런가?"
집으로 초대한 만남이라 급히 선크림만 대충 슥슥 펴 바른 얼굴에 후줄근한 차림으로 손님들을 마주했다.
"집이라서 그런가 봐요 ㅎㅎ"
또 며칠 전에는 아지와 산책을 하다가 아지를 예뻐해 주시는 동네분 한 분을 마주했다. 꽤 오랜 시간 아지를 예뻐해 주시고, 잠깐 기다리라고 하시고는 집으로 뛰어가 간식을 가져다주시기도 하시고, 가끔 아지가 손길을 허락하면 정성을 다해 마사지를 해 주고 만져주시는 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 따라, 컨디션 따라 선택적으로 곁을 주는 아지가 그날은 동네분이 쓰다듬는 손길에 온전히 내맡기고 있었다.
“아지가 요즘 많이 편해진 것 같네”
동네 분은 손으로는 아지를 쓰다듬으며, 나를 보고 이야기하셨다.
“네 요즘 좀 편해 보여요”
라고 대답을 했는데 문득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제가 편해졌어요'
지난 주말에 만난 친구는, 회사 일로, 가족 일로 어려운 본인의 마음을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나에게 이야기했다.
"언니는 많이 편해 보여요. 전에도 그랬지만.. 유복하게 사랑 많이 받고 자란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더 편해 보여요. 어떻게 그렇게 됐어요?"
그랬다.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내가 편해졌다.
최근 받은 건강검진의 결과는 여러 항목들이 관리 대상, 주의 대상이었고 회사에서는 갑자기 신규 프로젝트를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엄마는 7월보다 조금 더 나빠 보이는 듯하기도 하고, 다른 가족들과 친지들에게도 이래저래 일이 있었다. 아지는 최근 컨디션이 안 좋아 병원을 다니며 새벽에도 상태를 보아야 했고, 냥이는 새벽에 두 시간마다 밥을 달라며 잠을 깨우는 통에 3주째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상황만 보면, 주변 여건만 보면 좋아진 건 없다.
우연한 기회에 인생책을 만났다. 가지고 있던 많은 질문들이 해결이 되었다. 바쁘게 보내던 출퇴근 루틴들을 모두 무시하고, 엄마 통화 - 영어 공부 - 불교 법문으로만 시간들을 채우고 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메모들과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기기 시작한 것이 22년 11월, 지구가 태양을 거의 두 바퀴를 돌고 나서야 머리에 머물던 생각들이 최근 마음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음공부'의 여정 중에 머리(뇌)에서 생각만으로 표류하던 지식 혹은 정보들이 가슴으로 내려와야 함을 깨닫고 난 후, 나는 이 여정이 42.195km 마라톤 같이 오래 걸리고 힘들다 생각했다.
그러나 머리에서 마음까지 내려오는 시간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멀었고 오래 걸렸다. 지구를 정확히 원형으로 가정했을 때 지구의 둘레가 40,075km라고 하니 두 바퀴를 마라톤 풀코스로 계산하면 1,899.5가 나오니 대충 마라톤 1,890번의 길이와 시간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결승선은커녕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 ㅎㅎ
그러나 헤매었던 생각들이 '마음'이라는 종착지를 찾고 어디로 가야 할지 파악하고 드디어 출발선에 섰으니 이젠 종착지를 향해 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가끔 옆길로 새기도 하고, 이 길이 정말 맞을까 의심도 하고, 굳이 이 길을 가야 할까 고민도 하겠지만 가야 하는 종착지가 어디인지 안 것만으로도 나는 안도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길을 가는 것이 나의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하는 걸 보면 나는 이 길을 가는 것이 꽤나 편한 모양이다.
편안해진 근래 2~3주, 전에는 생각만 많았던 산책길에, 변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던 나와의 대화를 뒤로 하고 첫걸음을 ’ 감사행'으로 시작한다.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다만 사랑합니다.
지금 여기 행복합니다.
참, 멋진..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