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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수학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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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호영 Dec 03. 2022

원의 비밀을 찾아라 1

1  안녕! 동그라미

운동장 흙은 뽀얗고 고왔다. 

시내와 수담이는 운동장에 원을 그렸다. 엄지손가락을 땅에 콕 짚고 엉덩이를 높이 든 채 빙 돌면서 나뭇가지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한 뼘 크기 원이 뭉게구름 피어나듯 늘어났다. 순식간에 운동장 바닥에 여러 개의 원이 생겨났다.


“수담아, 잘 봐. 이제 보이지 않는 원을 그려 줄게.”


시내는 한 손으로 수담이의 흙 묻은 손을 잡고는 팔을 벌린 채 빙빙 돌았다.


“내 손끝을 봐. 지금 원을 그리고 있어.”


시내가 빙글빙글 계속 돌았다. 한 손으로 시내를 잡고 제자리에 선 채 같이 돌던 수담이는 시내가 밖으로 튕겨 나뒹굴 것만 같았다. 수담이는 두 손으로 시내를 꼭 잡고 발뒤꿈치에 힘을 주며 버텼다. 그럴수록 시내가 점점 빨리 돌았다.


“어? 어? 어?”


어찌 된 일인지 시내가 멈추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시내와 수담이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먼저 눈을 뜬 시내가 수담이를 흔들어 깨웠다.


“우아! 이게 뭐지?”


눈앞엔 여러 가지 빛깔의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이 떠 있었다. 순식간에 동그라미들이 시내와 수담이를 둥그렇게 에워쌌다.


“안녕, 수담아.”

“안녕, 시내야.”


동그라미들은 저마다 시내와 수담이 이름을 부르며 앞다퉈 인사를 했다. 시내와 수담이는 어리둥절했다. 그때, 한가운데에 있던 작고 오똑한 코에 동그란 두 눈을 가진 동그라미가 동그란 입을 벌려 말했다.


“여기는 동그라미나라야. 나는 뽀얀동그라미라고 해. 너희가 운동장에 그린 원이지.”

“우리가 운동장에 그린 원이라고?”


수담이와 시내는 깜짝 놀라 물었다.


“응. 그래서 운동장 흙색을 닮아 내가 이렇게 뽀얗단다. 동그라미나라 어른들도 모두 너희에게 고마워하고 있어. 그동안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아서 애를 태웠대. 그런데 너희가 이렇게 많은 원을 즐겁게 그려 줘서 이제 동그라미나라에 아이들이 많아졌어.”


시내와 수담이는 눈이 동그래졌다. 


‘놀면서 숙제를 했을 뿐인데…… 동그라미들이 태어났다니…….’ 


“안녕, 우리도 너희가 운동장에서 그린 원이야.”


다른 동그라미들이 모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수담이가 굴렁쇠를 굴리며 만든 원!”

“우리는 너희가 우물 속에 만든 원이야. 반가워!”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이 두 사람을 에워싸며 인사했다.


“나는 소가 풀을 뜯어 먹은 자리에 생긴 원이야.”


초록빛을 띤 동그라미가 나서며 말했다. 초록빛동그라미는 조금 울퉁불퉁했다.


“우리는 운동화가 빙빙 돌 때 생긴 원이야.”


뒤쪽에 서 있던 한 무리 동그라미들이 나서며 말했다. 다른 동그라미들이 다 인사를 하고 나자 저쪽에서 커다란 동그라미들이 다가왔다.


“안녕, 반가워. 우린 시내가 수담이 손을 잡고 빙빙 돌 때 시내 손끝에서 생긴 원이야. 악수 한번 할까?”


커다란 동그라미들은 목소리도 엄청 커서 말할 때마다 숲이 우렁차게 울렸다. 


“자! 이제 뛰자.”


뽀얀동그라미가 앞장섰다. 동그라미들이 모두 가느다란 두 팔을 앞으로 모으고는 휘익 몸을 돌려 굴러갔다. 눈이 휘둥그레진 시내도 영문도 모른 채 동그라미들을 따라 달렸다. 수담이도 덩달아 시내를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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