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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호영 Jan 12. 2023

원의 비밀을 찾아라 9

9  칡덩굴 두 줄기

불이 활활 타오르자 동굴 안은 이내 밝고 따뜻해졌다. 동그라미 셋과 시내와 수담이는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둘러앉았다. 모두의 얼굴 위로 불빛이 일렁거렸다.


“수담아, 여기에도 원이 있다.”


시내가 둥그렇게 앉은 일행을 손으로 빙 둘러 가리키며 말했다. 수담이가 웃었다.


“시내야, 드디어 생각이 났어.”

“뭐가?”

“π(파이)야.”

“파이라구? 무슨 파이?”

“원들은 다 닮았잖아. 반지름만 다를 뿐이지 생김새는 다 같아. 그걸 말해 주는 값이 원주율인데, π(파이)라고 간단히 말한대. 옆집 형이 공책에 적는 걸 본 적이 있어. 처음 보는 글자라서 물어봤더니 가르쳐 줬어.”


수담이가 삭정이를 하나 집어 동굴 바닥에 커다랗게 π를 써 보였다.


“아까 계곡을 건너올 때 칡덩굴 두 줄기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생각이 날 듯 말 듯 했었거든.”


시내와 멋쟁이동그라미, 빙글이동그라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수담이가 쓴 π를 바라보았다.


“π가 원주율을 나타낸다고?”

“음. 그렇대…….”


수담이는 말꼬리를 흐렸다. 그때, 구름위동그라미가 수담이 손에 든 삭정이를 받아 모닥불을 돋우며 말했다.


“그래. 우리 원들은 크거나 작거나 다들 똑같은 모습으로 수 하나를 품고 살아. 모든 원은 원주를 지름으로 나눈 값이 똑같거든. 그 값을 원주율(π)이라고 부른다고 했어.”

“아니, 모양까지 똑같다 못해 모두 똑같은 수 하나를 품고 산다고?”


멋쟁이동그라미는 기가 막혀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아! 원주율이 3.14지? 들어봤어.”


신이 난 시내의 말에 구름위동그라미가 덧붙였다.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원주를 계산했대. 덕분에 원주율은 소수점 아래 끝이 없는 수라는 게 밝혀진 거야. 반복되지 않는 끝이 없는 수!”

“3.14가 아니고?”


반복되는 시내의 말에 구름위동그라미는 들고 있던 삭정이로 원주율을 썼다.   

   

3.14159265358979……      


“지혜로운 노인들이 사는 마을에서 배울 때는 더 많이 계산했었는데, 좀 잊어버렸네. 되풀이되는 부분이 없으니까 기억하기 힘들어.”


구름위동그라미의 말에 시내 눈빛이 반짝였다. 


“계산을 했다고? 그럼 원주를 지름으로 나눴다는 말이니까 원주를 구했겠네? 어떻게?”

“줄자로 쟀어?”


수담이의 말에 시내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나 참, 재서 될 일이 아니라니까.”

“맞아. 줄자로 아무리 정확하게 재도 소수점 아래 몇 자리나 내려가겠니? 눈금이 0.1cm 단위로 되어 있는데.”

“맞아. 그러니까 원주를 어떻게 구했어?”

“너 스스로 알아낼 수 있을 거야. 계속 의문을 품고 생각하다 보면 어느 날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 되는 날이 찾아와.” 


시내와 구름위동그라미가 주고받는 말을 들으며 생각에 빠져 있던 멋쟁이동그라미가 ‘아하’ 하며 무릎을 쳤다. 


“왜 그래?”


모두 깜짝 놀랐다. 


“우리가 품고 사는 수가 끝도 없는 긴 수인데, 중간에 되풀이되는 부분도 없다잖아. 얼마나 멋있니? 우리 원이 모두 닮은 이유가 그런 멋진 수를 품기 위해서라면, 모두 닮았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야?”


멋쟁이동그라미가 빙글이동그라미의 손을 꼭 잡았다.

동그라미들의 얼굴이 빨갛게 익어 갔다. 시내와 수담이 옷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다. 동그라미들도 시내와 수담이도 잠시 말없이 모닥불을 바라보았다. 탁탁 소리를 내며 타던 모닥불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구름위동그라미가 다시 긴 막대로 불기운을 돋우며 입을 열었다.


“나는 아무래도 네모나라로 가 봐야겠어.”

“네모나라?”


모두들 놀라 눈이 동그래져서 구름위동그라미를 쳐다보았다.


“어른들이 왜 동그라미가 완전하다고 말씀하셨는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전에 동네 어른 한 분이 도형들이 동그랗게 앉아 있는 걸 보면 누구도 구석에 있지 않고 누구도 위에 있지 않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 가운데에서는 모두 거리가 똑같다고 그때는 그 말뜻을 헤아리지 못했는데 이제는 알겠어.”

“그래, 맞아.”


수담이가 말을 보태자, 구름위동그라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아까 시내가 여기도 원이 있다고 했지? 정말 우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닥불 주위에 둥그렇게 앉았어. 뾰족한 삼각형이나 네모난 사각형 모양처럼 앉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구름위동그라미의 말에 빙글이동그라미가 모닥불 쪽으로 손을 펴며 말했다.


“누구는 불에서 멀리 떨어져 앉아 벌벌 떠는데, 누구는 불이 너무 가까워 뜨겁겠지.”

“그래. 어른들께서 원이 완전하다고 하신 것은 바로 우리가 이렇게 둥그렇게 앉아 불을 똑같이 나누어 쬐듯이 서로 골고루 사이좋게 나누며 사는 것을 말씀하신 게 아니었을까?”


구름위동그라미는 꺼져 가는 모닥불을 헤집느라 하던 말을 잠시 쉰 다음 다시 말을 이었다.


“네모나라로 끌려간 우리 동그라미들도 염려되지만, 네모나라 도형들도 동그라미들을 괴롭히면서는 제대로 산다고 할 수 없을 거야. 네모나라의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가 보고 싶어. 그게 원이 완전하다는 의미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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