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멋진 신세계

"가깝다고 느끼면 안되는데 가깝게 느껴지는 세상, 멋진 신세계"

by 우주

왜 이 책을 읽게 됐냐면...

요즘 점점 발전하는 기술과 가속화되는 자본주의, 그리고 점점 인간성이 없어지는 현실이 디스토피아 미래 소설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한번 읽어보고 싶더라고.

또 예전에 유튜브에서 '설믹석의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영상에서 이 책을 요약해준 영상을 봤는데, 그때 주인공 존의 입장이 굉장히 공감 가서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었거든. 그래서 언젠가 읽어봐야지 하다가, 요즘처럼 점점 말세로 치닫는 시국에 잘 맞아떨어진다 싶어서 바로 주문해서 읽었지.

근데 재밌는 점은, 그 영상에서 봤던 느낌과는 다르게 막상 책으로 읽어보니 존이 그렇게 공감되진 않더라고.


책을 읽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는...

아마 이 책 통틀어서 가장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마지막 직전 챕터에서 총통과 야만인 존이 나누는 대화일 텐데, 이 둘이 그 챕터에서 세상에 관해, 행복에 관해, 인간성에 관해 여러 가지 철학적인 대화를 주고받거든. 근데 거기서 총통은 논리적으로 아주 명료하게 모든 질문에 척척 대답을 하지만, 존은 논리 없이 감정에 너무 호소하는 느낌으로 대화해서 독자로서 그다지 존의 입장이 설득력 있게 들리진 않더라. 나도 이 책에서 묘사하는 인간성이나 자유라고는 없는 미래 세상이 상상하기도 싫게끔 끔찍하게 싫지만서도, 그 반대편에 선 야만인 존 역시 뭔가 해답을 알고 있는 것 같진 않아서 좀 답답했달까. 오히려 존도 그냥 다른 알파, 엡실론들처럼 자기가 자라온 세상의 프로파간다를 의심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


이게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포인트 중 하나고, 또 다른 장면은 여성 독자로서 책 후반부에 존이 레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묘사가 있는데, 아무래도 앞서 얘기한 대화 장면에서 존에게 이입이 안 됐던 건 이 장면 이후라서 존에게 거부감이 생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레나와의 섹스를 거부하기 위해 그녀를 상처 입히고 아주 굴욕적으로 겁을 주는데, 존이 야만인이라는 설정을 생각하면 알맞은 묘사일 수도 있겠지만, 덕분에 존을 주인공으로서 응원할 수는 없게 되더라고.


이 두 장면을 이어서 정리하자면, 존은 원래 인류가 살아오던 방식을 그대로 고수하며 살지만, 그 안에서 인간성과 자유, 개성이 허락되는 세상을 대표해 총통과 세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거고, 총통은 기술 발전으로 이룬 새로운 완벽한 세상, 그러나 자유도 개성도 모험도 인간성도 아무것도 없는, 그치만 어떤 불행도 없는 세상의 대표격인 셈인데. 책에서는 이 대화 몇 챕터 전에 존이 레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창녀'(책에서는 '화냥년')라고 소리치고 하는 걸 보고, 두 세상 어느 곳도 여자를 위한 세상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둘의 대화가 내게는 어떤 쪽도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았어. 어느 쪽 세상에서도 여자는 통제의 대상이라는 건 똑같으니까.


또 책 맨 처음 부분에서는 이 세상에서 아기를 어떻게 잘 생산해내고 교육시키는지가 자세히 묘사되는데, 예전에는 나도 이런 생각을 한 적 있었어. 여성은 항상 세상에 임신을 빚진 사람처럼 사회적으로 의무를 지우는 분위기가 있는데, 만약 그런 생물학적인 의무에서 벗어나면 여성도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으며 더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임신 자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왔는데도, 그게 꼭 여성의 자유로 이어지지는 않는 모습이 그려져서 느낀 게 있어. 기술로 생명의 탄생을 다루는 분야에서는 결국 누가 그 기술을 통제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걸 깨달았달까. 그래서 기술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항상 도덕적인 문제가 따라오는 거고, 그 부분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 정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느꼈어. 왜냐면 이 책에서 아기가 탄생하는 과정이 너무 끔찍하고 역겹게 느껴졌거든.


그리고 마지막 결말에서 직접적으로 존이 목숨을 끊었다는 말은 없지만, 문학적으로 잘 표현되어서 인상 깊었어. 결국 어느 쪽 세상에도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더에게 남은 길은 퇴장뿐인가... 안타깝지만 현실적인 결말이라고 느껴졌어. 사실 존은 문명화된 세상에도 속하지 못하고 야만인 세상에도 섞이지 못하는 존재지만, 동시에 두 세상 모두에 속하는 존재라고도 볼 수 있잖아. 그런 그를 이해해주고 알아봐 주는 사람 딱 한 명만 있었어도 존은 죽지 않았을 거라 생각해. 그런 걸 알아봐줄 만한 세상이었다면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의미였겠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멋진 신세계 같은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 그래서 더 여운이 깊게 남는 결말이었어.


읽고 난 느낌을 굳이 말하자면...

정말 내 인생에 오지 않았으면 하는 미래지만, 점점 기술 발전이나 세상의 정치 움직임이 디스토피아 소설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어. 그리고 이런 얘기를 100년 전쯤에 쓸 수 있었던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


한 줄 평?

"가깝다고 느끼면 안 되는데, 가깝게 느껴지는 세상, 멋진 신세계"


별점

★★★☆☆ (레나한테 폭력 묘사 씬 하나 깎고, 다시 안 읽을 것 같아서 깎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