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막 첫돌이 지난 귀여운 왕자님과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29살 엄마이다. 복동이는 뱃속에서부터 지금까지 아팠던 적도 없고 나를 힘들게 한 적도 없다. 그저 본인이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며 아주 태평하게 자라 주고 있다. 걱정이 많고 급한 성격을 가진 엄마랑은 아주 반대인 아기. 너무나도 다행이고 고마워하고 있다. 주니는 부디 삶을 여유롭게 즐기며 살기를 바란다.
아기는 아기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음.. 엄마로서는 그럭저럭 봐줄 만한 것 같다. 한 번도 시댁이나 친정에 아기를 부탁한 적도 없고 힘들다고 운 적도 없으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12개월은 아기와 24시간 붙어있느라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은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임신 전부터 사이버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고 있어서 이걸 끝내야 했기 때문에 4학기 정도는 아기를 안거나 재운 후 혹은 남편이 봐줄 때 강의를 듣고 틈을 내서 과제를 했다. 시험 기간에는 제출해야 될 논문 과제가 넘쳐나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뒤돌면 웃어주고 뽀뽀해주는 아기와 남편이 있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석사를 밟았던 건 다행이었다 싶다.
나는 공부를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번 석사 졸업장이 내 인생 마지막 가방끈이라고 다짐했다. 그렇게 마지막 학기가 끝난 지 두 달째.. 공허하다. 응? 겨우 그걸로? 아마 남들은 이렇게 반응할 것 같다. 하지만 두 달이나 되었다.
아는 엄마는 첫째가 복동이랑 동갑인데 벌써 둘째 여동생을 낳았다. 동시에 대기업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는 재택근무 중이다. 내가 요즘 들어 가장 부러워하고 있는 케이스다. 연년생을 갖고 싶었는데 둘째가 8주 만에 세상을 떠나 계획이 무산되었고 재택근무는 취업부터 해야 하니.. 현재로선 그림의 떡.
아기를 보면서 할 수 있는 값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입이 생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까진 욕심이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 알림이 울렸다
"정원쓰"
"나도 당근에 물건 잘 팔고 싶어ㅠ"
"많이 올리는 게 아니고.. 팔리고 싶어"
청소하던 중에 사촌언니로부터 받은 카톡이다. 밀대를 내려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물건을 잘 팔고 싶다고? 그러고 보니 나도 당근을 처음 시작할 때 이런 고민을 했었다. 정확히 같은 고민거리였다. 지금은 나만의 노하우가 생겨 밥 먹듯 글을 쓰고 사진을 올리고 판매한다. 일 년 사이에 240건이 넘는 물건을 판매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막연히 남들도 나와 같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도움이 필요한 당근이도 있었다. 당근마켓의 사용자 수가 월평균 1500만 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봤는데 그럼 이는 분명 언니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래.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보자.
매너 온도가 엄지 척 78.7이니 신뢰할 만하겠지.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리얼 당근마켓 이야기'를 써봐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동안의 내공으로 쌓인 나만의 비결이 누군가에겐 맥주 같은 시원함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솔직하게. 느낌 있게. 자신 있게! 먼저 당근마켓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준 남편부터 등장시키는 게 좋겠다. 두근두근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