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몰래 행동하는 주인공

by 고광석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은 쇼생크 탈출, 미저리, 샤인 등 여러 영화의 원작 소설을 쓴 작가이다. 그가 쓴 책 《유혹하는 글쓰기》를 보면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그건 등장인물들이 자기 방식대로 움직여서 작가가 의도했던 결말과 다르게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이 소설 《미저리》를 처음 구상했을 때에는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살해당하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남자 주인공이 훨씬 더 영리해서 마침내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미저리》는 주인공이 작가도 모르게 행동해서 작가가 원래 의도했던 것과 다르게 결말을 맺은 작품이 되었다.



추리소설가가 자기 작품 속의 범인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하면 아마 수긍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셜록 홈즈가 틀렸다》를 읽고 나면 실제로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코난 도일과 셜록 홈즈는 《바스커빌 가문의 개》에서 진범 대신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얼렁뚱땅 사건을 종결짓는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직접 읽어보시라. 셜록 홈즈가 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워서 범죄자로 만들고 작가가 이에 동조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것이다. 이보다 더 짜릿짜릿하게 지적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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