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 속을 홀로 뚜벅 뚜벅 걷는 기분
저는 참 이상한 사람입니다. 조울증이면서 갓생 추구형입니다.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는 것에 미쳐 있습니다. 늘 그렇게 살아왔고, 번번히 조울증의 늪에 빠져왔습니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딱히 나쁘지 않았고, 학교에서나 프리랜서적으로나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 제 몸이 고갈되고 있다는 것만 빼면요.
몇 년 전에 수능을 봤고, (제 입장에서) 처참히 망했습니다. 그때 저는 15kg 감량하면서,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 입시도 병행했습니다. 뭐라도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습니다. 저에게는 N수라는 발목이 항상 붙잡고 있었고, 언제나 절 꾹 밟아 눌렀습니다. 그때도 망한 원인은 우울증이었습니다. 몸이 고갈되어서 1달 간은 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TMS도 받고, 약도 먹고 해도 스트레스나 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유지했습니다. 어찌저찌 대학교에 입학하고, 몇 년 간 저를 따라다닌 건 우울증이었습니다. 학기 중에 스스로를 쥐어짜내면서 공모전에 과외에 프리랜서 업무에... 그렇게 하고 남은 건 찌꺼기같던 우울이었습니다. 성과가 좋아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단단히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8월에 허리 다치고, 9~10월에는 환경 변화가 있었습니다. 원하지 않는 사람과 방을 함께 써야만 했고, 한 달 내내 비만 왔습니다. 업무량은 많았고, 중간고사까지 겹쳐 있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편입 시험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물론 편입 공부하지 못한 날도 많았지만요. 물론, 다 하긴 했습니다. 무슨 정신으로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이 악물고 눈물 흘리면서 했습니다. 그 외 시간에는 누워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바다에 잠기는 느낌이었습니다. 온 몸에 힘이 빠지는데, 아무도 나를 잡아주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잠은 하루에 11~12시간씩 잤고, 부정적인 사고는 끊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11월 12일, 저는 이대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병원에 갔습니다. 애드피온, 항우울제를 처방 받았습니다.
그리고 11월 16일, 약 4일이 흘렀습니다. 저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에 1시간, 저녁에 1시간씩 걸으면서 곱씹었습니다. 이 망할 잡것이랑... 어떻게 같이 살아야 하지? 불편한 룸메랑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한다는데, 반가울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울증 관련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이미 개념은 다 알고 있었던 것들... 다시 한 번 정리했습니다.
그건 EP 2.에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 입시 일기는 일단 유보하겠습니다. ㅠㅠ 몸부터 회복하고, 그 다음을 밟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지금 상태에서는 엔진만 고장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