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행의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
‘클롱 해 플로팅 마켓’까지 10여 분 정도 남겨두고
다섯 시 삼십삼 분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이렇게
아슬하게 놓칠 때면 잠깐 허탈한 마음이 든다.
흩날리는 먼지와 매연과 들개들을 뚫고 핫야이의
도로를 열심히 걸은 것은 ‘그 시간’에 ‘거기’에
도착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입속이 텁텁해졌고
발바닥이 아파왔지만 결국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며칠 전 국경을 넘을 때부터 긴장한 탓인지 머리도
지끈거렸다.
매일 같은 시간 찍게 되는 시진은 ‘여행 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세탁기, 유튜브 보는 모습 아니면
어딘가 이동하고 있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그런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이 이 작업의 목적이었지만,
가끔은 ‘나도 여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시간에 맞춰 ‘특별한 장소’에 가 있고 싶진
않았다. 그러면 내가 너무 드러나니까. 물론
어디까지가 인위적이고 어디까지가 자연스러운
것인지가 애매하다는 문제는 있지만, 나름대로는
착실히 따르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인위적이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걸었다. 시간과
장소가 맞아떨어지길 바랐다. 하지만 알람이 울렸을 때
내가 멈춰 선 곳은 차와 오토바이가 매연과 흙먼지를
날리며 달리고, 동네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흔한 어느 곳이었다. 무엇을 찍어야
좋을지 몰라 두리번거렸고, 그래도 찍어야겠기에
셔터를 몇 번인가 눌렀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을 통해 보게 되는 것은 그들이
보여주고 싶은 ‘어떤 순간’들이다. 그것이
인도네시아의 어느 사원 뒤로 떠오르는 아침놀이든
인도의 발칙한 길거리 도인이든. 그런 순간들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편집’되어 사라져 버릴 길고 긴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잠깐’ 허탈한 것일 뿐이었기에 우리는 ‘클롱 해 플로팅
마켓’에서 완벽한 타이밍의 저녁놀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돌아와서 다섯 시 삼십삼 분에 찍은 사진들을
살펴보는데, 그때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나무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나무의 애매한 위치에 걸린 해와
애매한 노을이 어쩐지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