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행의 특별하지 않은 순간들
점심 즈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모처럼 빨래를 해서 널었는데 마르는 데 시간이 꽤 걸릴 듯했다.
비가 내리는 날엔,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 한 걸음 달아날 수 있다. 그동안 쌓인 여독을 씻어버리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영화 <온리 갓 포기브스>를 봤다. 우리가 다음에 갈 곳이 방콕이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그곳에 대한 아무런 인상도 생기지 않았다. 그보단 지나치게 멋을 강요하는 듯해 따분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