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평가(=과정중심평가):수업 중 학생에게 일어난 배움과 평가의 일관성
전국의 유, 초, 중, 고등 선생님이라면 실제 경력이 만 3년 이상이 되었을 때 자격연수의 기회가 주어진다. (특수교사, 보육, 영양, 교사 역시도 포함이다.) 대학교 졸업과 동시에 수여되는 2급 정교사 자격증이 이런 자격연수를 통해 '당당히' 1급 정교사 자격증으로 레벨 업 되는 것이다. 1급 정교사 자격연수(=일정 연수)에 가면 간혹 몇몇의 강사들은 우스갯소리로 교장, 교감으로 승진하지 않을 것이라면 이 기회가 마지막 평교사로의 승진기회가 된다고 말한다. (2급 자격증 소지자 교사가 1급 자격증을 소지하게 됐으니 '급'이 올라간 것 아니냐며!)
이 자격연수는 말 그대로 교사에게 1급 정교사의 자격을 부여하는 연수로,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연수이다.
초등의 입장에서 이 자격연수는 전 교과와 함께 범교과(인권, 세계시민, 다문화, 통일, 환경 등과 관련된)와 관련된 여러 내용을 다시 한번 짚고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물론 초등에서 담임교사가 가르쳐야 할 교과만 10개(국, 수, 사, 과, 영, 도덕, 체육, 음악, 미술, 실과, 창의적 체험활동)가 넘어가기에 심도 있게 교과의 지식을 공부한다는 의미보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 저경력 교사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 생각해보고 고민스러운 부분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자신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자격연수는 다양한 주제로 강의가 진행된다. 주제에 따라 강의식, 전달식 수업을 듣기도 하고 토의, 토론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들도 있다. 토의, 토론 수업에서는 여러 사람들과 분반, 분임으로 쪼개져 다양한 상황과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선배 교사들의 사례 나눔을 공유받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 시간들을 통해 자신의 학급경영(생활지도, 학부모 상담기법, 학생 상담 기법, 교사로서의 생각과 고민 등)과 수업을 돌아볼 시간을 갖기도 한다. 또한 대학교 학부 이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는(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론들을 다시 상기시키며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예전에 비해 자격연수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3주간 96시간을 연수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연수를 이수하면 자격이 주어지지만 이 연수에는 마지막 테스트가 기다리고 있다.
단답, 객관식이던 문항들이 최근 '성장평가', '과정 중심 평가'의 트렌드에 걸맞게 서술형, 논술형으로 변화하였고 학생들의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을 주던 교사가 문제 풀이의 대상, 채점의 대상이 된다.
이 시험은 은근한 부담, 스트레스가 된다.
시험 점수는 교사의 개인적 인사기록카드에 등재되며 각 학교급으로 OOO교사 OO점으로 공표되어 오기 때문이다. (물론 점수는 본인과 학교 관리자 일부만 알게 된다.)
내가 몇 점을 맞게 되는지, 내 등수는 어느 정도가 되는지 암암리에 서열화가 된다.
늘 학생의 평가를 실시해오던 교사가 이 자격연수에서는 평가의 대상이 된다.
(물론 매년 학생, 학부모, 동료 교사들에게서 교사로서의 전반적인 수업, 학급경영 등과 관련해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이뤄지긴 한다. )
*성장 평가 : 단편적인 지식 암기와 결과 중심의 줄 세우기 평가가 아닌 수업 속에서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아보고 삶과 연결된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
(서열과 결과 중심의 암기식 일제 평가가 아닌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아보고 학생의 삶과 연계하여 의미 있는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 참함력이 신장되는 과정 중심의 전북형 초등 평가제도)
*참학력 : 지식 위주의 학력을 넘어서 지식, 가치와 태도, 실천이 조화를 이루어 공동체와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힘[전라북도교육청 학력관]
(참고 : 전라북도 교육청 초등 성장평가 홍보 리플릿)
*과정 중심 평가 : 평가 자체가 수업의 한 과정으로 학생 스스로의 진단과 성찰 활동으로 연계되는 것으로 학습의 결과보다는 과정이 평가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요구에서 등장.
(참고 : 미래 사회와 우리 교육의 방향, 이동성)
전북에서는 '성장 평가', '과정 중심 평가' 이 두 표현을 같은 말로 사용하고 있다.
교사는 국가가 제시한 국가 교육정 안에서 아이들이 성취해야 할 성취기준(=해당 학교급에서 어떤 내용을 배워야 하는지, 해당 학년군에서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지)을 가지고 수업내용과 필요한 자료들을 구성, 준비, 개발하게 된다.
교사는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을 교사가 수업하기 편리하게 만들어 놓은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할 수도 있고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엔 교사가 직접 성취기준을 가지고 수업자료를 개발하면 된다.
요즘의 트렌드(?)는 학생의 요구와 지역사회, 학부모,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실제로 학생들에게 와 닿는 학생에게 유의미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혁신학교, 혁신 미래 학교, 자율형 사립고 등은 이러한 취지에서 생겨난 학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사에 관심을 두고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교사는 학생들이 배워야 할, 꼭 알아야 할 교육 내용을 학생의 관심사와 엮어 수업을 구성하는 것,
이러한 수업 안에서 자연스러운 평가가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을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라고 표현하며 이 안에서 교사의 수업 전문성은 신장하게 된다. 물론 스스로의 수업을 반성하고 되돌아보는 시간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교사들의 전문성 신장은 책을 읽는 것도 포함할 수 있으며 여러 선생님들과 수업 나눔을 하고 여러 연수를 찾아다니며 새로운 교육 방향, 집중되는 이슈에 집중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길러낼 수 있다.
성장평가(=과정 중심 평가)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말하는 것인데 이는 이전에 시행되어온 일제고사(=중간고사, 기말고사)처럼 같은 날,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방법으로 치러지는 시험지의 점수를 가지고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했다.
(물론 평가의 종류에는 결과 중심 평가, 과정 중심 평가가 모두 사용되며 둘 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편중된 평가 방식으로 학생을 평가했던 과거의 오류에 대한, 고민에 대한 결과로 새롭게 부상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각각 다른 선생님이 또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실에서 학생들은 중간고사, 기말고사라는 이름으로 한날한시에 똑같은 시험지를 가지고 평가를 받아왔다.
성장평가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교사가 학생들이 배운 내용(=성취기준과 관련한)을 평가할 때 학생을 직접 가르친 교사가 그 학급의 상황에 맞게 문제를 개발 혹은 변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르친 사람이 다르고 배운 사람이 다른데 왜 시험은 같은 시험지냐!"를 대변해 줄 수 있는 평가 방식이기도 하다.
학급 안에서 이뤄지는 평가의 종류는 매우 많다. 2016학년도부터 부분적으로 시작된 성장평가는 현재 전북에서 4년째로 전면 시행되고 있다.
학급에서는 과목과 학급의 상황에 맞게 단답, 지필과 같은 결과 중심 평가를 사용하는 과목도 일부 있고 학생들의 태도, 참여 정도, 구술능력 등을 통해 수업시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과정 중심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학생들이 자신들의 성취를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평가의 기준은 자연스럽게 학부모들에게 공지가 되고 학생들에게도 안내가 된다. 하지만 날 잡아서 시험을 보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배움터 안에서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평가가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학교에는 학교에 실정에 맞게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교사는 각 교과별로 국가가 제시하는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할 교육내용과 핵심역량(강조하는 역량)등을 골고루 녹여 수업을 하고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평가를 하고 있다.
2016학년도 처음 성장평가를 시행했을 때 학부모님들의 걱정스러운 염려와 궁금증에 대한 질문을 대폭 받았던 적이 있다.
"성장평가가 무엇인가요?"
"그럼 시험이 없어지는 건가요?"
"아이들의 공부 수준이 낮아지는 것은 아닌가요?"
"그냥 원래대로 시험 보면 안 되나요?"
성장평가 시행에서 가장 이슈 된 내용은 더 이상 일제식 지필평가(흔히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알고 있었던 시험)를 시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평가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도울 수 있는 의미 있는 평가가 되기 위해 시행된 이 성장평가가 "성장평가 시행 = 일제고사(=중간고사, 기말고사) 미실시 = 더 이상 학교에서는 시험을 보지 않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맞지 않는 말이기도 했다.
성장평가의 시행으로 더 이상 학생들은 학년 전체가 한날한시에 똑같은 과목 시험지를 가지고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성장평가에 대한 잘못된 해석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듯했다.
시험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학급 상황에 따라 '언제든' 학급 시험을 볼 수도 있고 시험이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평가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첫 성장평가의 시행은 매우 어려웠고 복잡했다. 현장의 교사 역시 처음 듣는 용어에 낯설었고 기존에 익숙했던 방식을 변화시키리란 쉽지 않았다. 교육청 차원에서 친절한 리플릿과 홍보 책자, 다양한 연수를 실시해 주었지만 여전히 길을 헤매는 느낌이 들었었다. 학교차원에서 학부모에게 성장평가와 관련한 안내를 시도했지만 학부모 역시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듯하였다. 성장평가를 처음 경험하는 교사인 나 역시 시행착오의 시기를 거쳤다.
물론 4년째 접어든 성장평가가 이젠 제법 익숙해지고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나에게 성장평가는 자연스러운 단어가 됐고 당연스러운 평가였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아이러니하게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첫 성장평가의 시행으로 일제고사 폐지라는 단편적인 사실만이 전달되며 학부모님들의 염려스러운 걱정과 질문을 매우 많이 받았던 해가 있었다.
"시험(=중간고사, 기말고사)이 없어지면 애들이 공부를 더 안 하는 거 아니에요?"처럼 학력과 관련된, 학생의 성취와 관련한 물음과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고
" 우리 아이는 몇 등이나 하나요?"
"우리 아기 공부 잘하나요?"라는 질문들에
"점수를 서열화하지 않아서 잘 몰라요. 대신 아이의 성취 수준은 어떠해요."라고 떠들어댔다.
일제식 평가를 경험하지 않고 성장평가만을 경험한 현 우리 반 3학년 학생들도 평가와 관련된 과업을 해결 할 때면 자주 묻는 게 있다.
"저 몇 점이에요?"
특정 교과에 한해 (특히 수학, 국어의 맞춤법 등) 아이들이 단답형, 서술형 문항을 보게 될 경우가 있다. 이럴 때에는 일부러 아이들이 점수를 계산하기 어렵게 20문제 100점 만점이 아닌 17문제, 13문제 등을 아이들에게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자연스러운 100점 환산이 불가능하도록 말이다. (학생들은 이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쉽고 빠르게 자기가 맞은 개수로 100점 만점 환산을 잘한다.)
그랬던 내가, 자격연수 과정을 확인하고 점검하는 연수 시험에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했다는 것이다.
'성장평가'가 제법 익숙하며 당연스러운 평가가 됐다는 내가,
학생들이 "몇 개 틀렸어요."라고 슬퍼할 때마다 "그럴 수도 있지.",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한 거예요."라고 말하던 내가 시험 점수가 100점 만점으로 환산되어 몇 점으로 공표된다는 사실에 보다 높은 점수를 맞기 위해 결과 중심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법 자연스러운 단어, 당연한 평가가 되었음에도 나는 성장평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듯했다.
"우리 아기가 우리 반에서 몇 등이나 해요? 100점 맞았나요?"와 같은 시선으로 교사 자신,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평가는 성장하는 과정에 내가 부족한 부분, 더 알아가고 싶은 부분을 체크해주는 것이며 틀린 부분을 인정하는 것, 틀린 부분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배움과 성장이라고 생각했던 교사가 결국, 시험지 한 장에 담긴 결과 중심 평가 앞에서 오로지 결과에 집중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굉장히 이중적이었다.
진정한 성장평가는
교사 역시 과정 중심 평가 앞에서 스스로를 다른 상대와 비교하지 않고 나 자체의 객관적인 성취 정도와 보다 나은 방향으로 성장하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때 이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