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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른거북 May 23. 2019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세요.

환경 교육을 빙자한 행운 기르기! - 1인 1개운죽 기르기

학급에 초록 초록한 식물을 키우고 싶어서

내가 초등학교 다닐 적 교실에 늘 상 자리 잡던 개인 화분이 생각나서

요즘따라 푸르고 파랗고 초록인, 식물들이 더욱더 예쁘게 느껴져서

우리 반 아이들 또한 하나씩 자신만의 식물을 돌보고 기르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애착을 느끼길 바래서 '개운죽'을 구매했다.



개운죽은 수경재배로 쉽게 잘 자라는 식물이라 어린이집,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학생들과 함께 학급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나 역시 손쉽게 키울 수 있다는 개운죽을 선택했다. 개운죽은 행운을 가져다주는 식물로 만년청(항상 푸르다는)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2주에 한번 물을 주면 되고 요즘에는 물을 머금고 있는 수정토(개구리 알처럼 생긴)와 함께 키우기 때문에 물 주는 시기, 물 갈아주는 시기도 한눈에 알 수 있다고 했다.



내가 만약 좀 더 부지런해 식목일 즈음 이런 생각을 했다면 식목일 선물이 되었겠지만 뜬금없는 5월 중순, 맥락 없이 아이들에게 "개운죽 선물이야~"하기는 싫었다. 학생들에게 선물을 주는 게 싫다기보다 교육적인 의도와 의미 없이 덜렁 보여주고 키우고 싶지 않았다.



어떤 내용과 이야기를 덧붙여 아이들에게 개운죽을 소개할지 그리고 학급에서 '길러보자!'라고 말할지 고민하다 3,4월 오랜 시간 반복되어 배운 '환경' 교육을 떠올렸다.


미세먼지 좋음인 날보다 나쁨인 날들이 제법 많이 보이는 듯한 요즘.


아이들도 미세먼지에 굉장히 민감하다.

교육부 차원에서 학교급으로 지급된 공기청정기는 매일 교실의 공기질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공기청정기의 노력(?)으로 교실의 공기가 늘 파랑(미세 먼지 좋음), 초록이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좀 더 활발한 활동을 할 때(이야기를 많이 하는 독서토론 같은, 또는 학급에서 신체활동을 할 때)는 바로 노란색(미세먼지 나쁨)또는 빨간색(미세 먼지 매우 나쁨)으로 돌아간다. 가끔은 평소와 같은 수업시간에도 '노란색'을 지키고 있기도 하다.



우리 학교 보건 선생님은 하루 2번 미세먼지를 체크한다. 미세먼지 나쁨, 매우 나쁨의 경우에는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실외활동이 자제되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따위 그게 뭐 중요하냐!'며 운동장에 나가 놀 즘이면 친절한 교무 선생님께서 운동장 미세먼지 나쁨이기에 얼른 교실로 돌아오라고 방송을 하시기도 한다.



담임교사는 교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선생님들은 수시로 미세먼지를 체크한다.

교육활동 장소가 실외가 될 경우에 반드시 체크하는 부분이며 학생들도 '오늘 운동장에 나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교사에게 묻기도 한다. 학급 공기청정기가 놓인 바로 그 근처에는 시원한 바람과 왠지 깨끗한(?) 공기가 나오는 듯하다며 그곳으로 자리를 바꿔달라고 하는 아이들도 생기고 있다.


공기의 질에 신경을 덜 썼던 과거에 비해 1,2학기 현장학습 장소는 미세먼지를 신경 써 우리 학교에서는 실내로 잡고 있으며 학교 운동장에서 주로 진행됐던 체육대회 역시 강당, 체육관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실제로 미세먼지 나쁨이면 연기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밀접한 연관성들을 떠올려보며 학급에서는 초록나무들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미세먼지 나쁨으로 우리는 어떤 불편함을 겪고 있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본 후 우리는 직접 개운죽을 만들고 길러볼 것을 계획했다.


그런데..

개운죽, 수정토 필요한 준비물을 다 주문하고 나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환경'에 짜 맞춰 수업해야지 생각해놓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구매해버렸다는 사실을...... 다음번에 이런 활동을 할 때에는 여러 선생님들이 활용하시는 것처럼 가정에서 먹고 버리는 음료수 병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아는 것이 실천으로 행해지는 것이 우리 반 아이들보다 더딜 때면 나 역시 반성하고 생각한다. 애들한테 배울 것이 더 많다고.

아이들과 함께 개운죽을 주문했더라면 분명 환경에 관심이 부쩍 많아진 진우는 말했을 것이다.

"선생님, 플라스틱 사면 어떡해요!!!"라고.



개운죽을 구매하고 개운죽이 학교로 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혼자서만 아는 비밀을 간직하며 개운죽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아이들에게 "짜잔"할 생각에 나 혼자만 설레고 설렜다. (이 설렘은 개운죽이 택배라서 때문은 아니겠지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게 도착한 개운죽을 공개하기 전, 환경과 관련한 그림책 '달 샤베트'를 꺼내 읽고 우리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시 떠올려보았다. 그러고 나서 개운죽을 꺼내 들었다.


"우와"

"우리 거예요?"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호들갑이 들렸다.


식물 주인과 식물에게 붙여주고 싶은 이름.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라 하자 학생들은 재빠르게 다양한 내용들을 적어갔다. 식물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을 즈음엔, 3월 열심히 공부한 '언어의 힘'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여러분의 말이 식물에게 힘을 줄 거예요."


그러자 아이들은 "사랑해", "행복해"와 같은 긍정 언어를 많이 꺼내보였다.

그렇게 매일매일 아이들은 자신들의 개운죽에게 다가가  "건강해", "예뻐", "사랑해"라고 이야기 했다. 물론 그 중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알라알라이어요" 등과 같은 언어를 쏟아내는 개구장이 아이들도 있다.


그렇게 우리 반에 25개의 개운죽 들어왔다.

25개의 개운죽이 가져다 줄 엄청 난 행운도 좋겠지만 그것보다도 나는 우리 교실에 매일매일 소소한 행복이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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