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빠른거북 May 01. 2019

우리는 이렇게 성장해요.

스펀지 같은 너희들

3학년 1학기 국어에는 '5. 중요한 내용을 적어요.'라는 메모 단원이 있다.



이 단원에서는 실제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사용하는 메모에 대해 알아보며 실제로 메모 하는 것을 배운다.



메모는 생각보다 일상생활에 자주 활용되기 때문에 나는 이 내용을 교과서 흐름보다 조금 더 빨리 아이들과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메모를 한다. '이것에 대해 말해줘야지.' 하다가도 적어놓지 않으면 계속 잊어버린다. 심지어 적어놓아도 잊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현장 체험 학습을 가서 또는 다른 공부 시간 등에 학생들이 기억하고 싶은 내용, 기록하고 싶은 것들을 자연스럽고 쉽게 메모할 수 있게 되길 바래서였고 메모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같이 알림장이라는 메모를 하고 있었다.)



3학년 학생들은 아직 특성상 교사가 부탁하는 모든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보이며 자신들이 그러한 일을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혹시 지금 시간 있는 사람?'이라고 운을 떼자마자 무슨 일인지도 모른 체 본인들이 하겠다며 손들고 나에게로 뛰쳐나온다.

심지어는 나는 몇 번 밖에 못했고 저 학생은 여러 번 했다며 자신들을 시켜달라고 친구들과 귀여운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물론 고학년이 될수록 흔히 말하는 심부름을 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하며 도움의 눈빛을 띤 교사의 시선을 피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교사도 느낀다. 너희 벌써 고학년이구나! 하며)




교무실에서 가져온 가정통신문을 학년의 다른 반에 전달하기 위해 두 학생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자 쭈욱 줄 서있던 학생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다음번에는 저 시켜주세요!"



많은 아이들이 늘 한꺼번에 뛰쳐나와 손을 들고 말하기 때문에 학생들을 공평하게 부탁할 수 없다는 것이 잘 아는 나는, 자신을 시켜주지 않아 서운해하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하고 싶은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선생님이 순서대로 그 학생들을 기억할 수가 없어요."라고.



그때, 국어 시간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부했던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메모하면 되죠!"



양 옆에 서서 나를 쳐다보던 학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메모!"

"잊지 않으려고 한댔잖아요!"


그렇게 우리 교실 칠판 모퉁이에는 심부름 순서가 적혀있다.



실생활에의 적용.

이렇게 배움과 관련한 모든 것들을 쉽고 간단하게 실생활에 적용하는 학생들을 볼때면, 아이들의 흡수력에 감탄을 할때가 많다.





한 선생님과 '환경'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지구의 온도,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라는 표현으로 나는 환경교육을 접했다.

실제로 생활하면서 가장 쉽게 환경을 체감하는 것은 계절과 날씨(기온, 강수량 등)였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여름 날씨,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워지는 겨울 날씨를 보며 지구가 정말 아픈가 보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은 이런 지구의 기온 변화가 빙하기, 해빙기의 변화로 생기는 현상이라고도 하지만)




하지만 요즘은 미세먼지로 환경교육을 접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번 겨울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미세먼지가 '좋음', '보통'인 날 보다 '나쁨', '매우 나쁨'이 더욱 많게 느껴졌다. 공기의 질이 좋은 날을 기다렸다 환기를 시키고, 산책을 나갔다.  

이러한 부분은 전 세계적인 환경문제이며

사람들이 생활할 때 숨 쉬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당연한 환경이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더 쏠리고 환경과 건강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



작년부터 국가차원에서 학교, 어린이집 등 여러 기관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각 학교에서도 이런 공문을 받았고 불과 얼마 전, 4월에 학급에 공기청정기가 설치되었다.



환경.

정말 중요한 부분이며 최근 많은 관심이 쓰이고 있다.



필자 역시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사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환경과 관련하여 어떻게 교육하면 좋을지, 어떻게 환경을 위한 실천을 시작할지는 계속 생각하고  고민 중에 있다.


적극적인 자료 수집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 있으나 교사들이 자료를 공유하는 사이트에도 환경교육과 관련한 소스들이 많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확인한 기사, 환경부를 팔로잉 한 인스타 페이지 등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 굉장히 빈약했다. (물론 어느 분야나 다 마찬가지 일 것이다.)



그렇게 근래 환경에 대한 생각을 통해 학급에서도 '날을 잡아'(생각보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공부할 것이 많고, 해야 할 것이,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함께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나가기 시작했다.


지구의 기온, 지구 온난화, 미세먼지 등 이야기할 거리는 많겠지만 차근차근 우리가 할 수 있는 내용부터 설명하겠다며 재활용 분리배출, 거대한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 플라스틱이 둥둥 바다에 떠다니는 것, 그러한 플라스틱이 쪼개지거나 작은 플라스틱을 먹게 된 해양 생물, 조류 등에 대한 공부를 먼저 시작했다.  


환경교육 시 많이 사용하는 '플라스틱 섬'이라는 그림책을 펼쳐 이용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교사와 함께 보는 그림책에 굉장히 크게 몰입하고 관심을 가진다.)



중학년의 특성상 아이들은 교사의 표정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교사가 심각하게 운을 떼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또한 자신들이 직접 눈으로 본 사실적 자료들이

학생들의 순수함과 만나 더욱 마음에 콕 박히기도 한다.



그렇게 몇 시간에 걸쳐 아이들과 환경교육을 마친 뒤(물론 이후로도 몇 번이나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교실에서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아이가 쓰레기통을 막 헤집기 시작했다.

"진우야, 뭐 하고 있어?"라는 교사의 말에 진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교사에게 대답했다.


"선생님,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막 버려져있어요. 재활용해야 하는데..."


진우는 쓰레기통을 손으로 막 뒤지기 시작하더니 교사가 말한 '손바닥 크기의 종이'를 모조리 찾아냈다.


"선생님, 이것은 재활용 가능 한 크기 아니에요?" 라며 한가득 쓰레기 더미에서 쓰레기를 꺼내왔다.

재활용 가능한 종이 사이즈에 대한 고민이 있어 몇 년 전 동료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손바닥 크기 만한 종이'는 재활용하고 있다는 말을 통해서 나 역시 사용하고 있던 말이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잊고 있던 사실이 있었다.

고학년의 손바닥과 3학년의 손바닥은 어마어마한 크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작은 손바닥이 기준이 되어 진우는 많은 양의 종이 더미를 나에게 가져왔다.

작은 종이, 꾸깃꾸깃한 종이를 제 손을 다리미 삼아 쫙쫙 펴왔다.



요즘 학생들이 사용하는 교과서는 교과서 맨 뒤에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붙임딱지, 스티커, 활동지 등이 있고 그런 부분을 활용하고 나면 붙임딱지를 제외한 종이는 다시 쓰레기가 되어 쓰레기 통에 버려진다. 그래서 교실에서 발견되는 종이 쓰레기는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다.



그렇게 진우를 시작으로 많은 아이들이 너도나도 분리수거를 하겠다며 휴지통을 탈탈 털어냈다.

나와 함께 다시 한번 쓰레기통을 분리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선아가 이야기했다.


"선생님, 비닐도 버려져있어요."


가정에서는 비닐은 재활용이 가능한 대상이지만 학교에는 비닐을 재활용할 곳이 없어 쓰레기 통으로 보관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차례 아이들과 교실의 쓰레기통을 뒤집어 재활용을 한 뒤부터 교실 쓰레기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쉽게 종이 쓰레기를 꾸겨서 버리지 않았고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크기가 되면 온전히 재활용 종이상자에 넣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친 적도 없는데 등굣길에 발견한 음료수 캔이 바닥에 그냥 버려졌다며 교실로 들고 오기까지 했다.

아이들의 실생활 적용 능력에 놀랐다.

사실 교육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실생활에서의 적용이 아이들에게는 쉽게 일어나고 있었다.  



물론 순수하고 맑은 3학년 아이들에게 조금 더 자극적으로 환경교육을 하기도 했다.



"바닥에 묻힌 대부분의 쓰레기들은 여러분보다 나이가 훠얼씬 많아요. "


우유갑 할아버지, 비닐 할머님이라고 설명하자 한 아이가 환경교육 후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글로 표현했다.



쓰레기가 할아버지가 되는 줄 몰랐다는 아이의 표현과 그 순수함과 교육의 효과에 대해서도 생각이 들었다.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먹고 있는 생선이 어쩌면 그러한 미세 플라스틱을 이미 먹었을지도 모르고 우리도 그걸 모르고 먹고 있을 수 있다고.

이렇게 우리는 모두 서로 연관성을 지니고 있고 우리를 위해, 지구의 또 다른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위해 우리는 노력하고 보호해야 한다며 환경교육을 끝냈었다.


순수한 아이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날 급식으로 카레 고등어 구이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난.....

순수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즐거움과 귀여움을 느끼는 선생님 인가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형적인 사람에서 벗어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