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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빠른거북 Nov 26. 2018

미세먼지 전쟁

자유롭게 나가고 싶어요.

"선생님, 오늘 미세먼지 어때요?"

요즘 인혁이가 학교에 오자마자 선생님한테 하는 질문이다. 인혁이의 질문을 듣고 구름 떼처럼 친구들이 모여 선생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미세먼지 나쁨,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이에요. 오늘은 점심시간에 나갈 수 없어요."

축구하는 것이 제일 행복하다던 인혁이는 점심시간에 친구들과 축구할 수 없게 됨을 깨닫고 우울해한다.

선생님의 대답이 떨어지자 주변에 있던 학생들은 모두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아, 중국!"

"아 축구는 언제 해요!"

"그냥 나가 놀면 안 돼요?"

"하..."


여러 가지 대답들이 섞여있지만 그 대답들은 모두 나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만들어낸 아우성이다.



"선생님, 창문 열어도 돼요?"

교실의 창문을 여는 대장(1인 1역, 맡은 임무)을 맡은 민아는 매일 같이 선생님에게 질문을 한다.

최근 1주일 동안 창문을 한 번도 열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제 각각 맡은 일을 수행하는 친구들을 보며 꼼꼼히, 성실이 민아는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해 풀이 죽어 있다.

"선생님, 저는 대체 언제 창문 열어도 돼요??"



"체육대회 당일 미세먼지가 나쁨이면 대회를 연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미세먼지와 관련한 사회적인 요구와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미세먼지가 학생, 교사의 건강과 직결됨을 아는 교사들은 바깥 체험활동을 하게 될 때마다 '오늘의 날씨'만큼 '오늘의 미세먼지'를 더 눈여겨보고 있다. 실제로 체험학습 (=소풍, 현장체험학습)의 장소가 실외에서 실내로 바뀌기도 했다. 학교의 특색 행사인 '축구교실'이 우천으로 인한 변경 운영이 아닌, 미세먼지 매우 나쁨으로 인해 변경되기도 했다.



"선생님, 오늘 미세 먼지 어때요?"

평소 얌전한 성격으로 교사에게 불필요한 말은 잘하지 않는 지만이가 교사를 불러 세워 묻는다.

"어, 미세먼지 좋음이네?"

미세먼지를 확인하던 교사의 말을 듣더니 지만이는 곧바로 소리지르기 시작한다.

"와!!!!!"

지만이의 얼굴이 밝아진다.

곧바로 친구들을 향해 소식을 전하기 시작한다.

"야, 미세먼지 좋음이래. 축구하러 가자!!!"

그 말을 전해 들은 민아는 "진짜 좋음이에요?" 다시 물으며 교실 창문을 모두 열기 시작한다.


급식시간.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세먼지가 '좋음'인 날, 급식을 받아 자리에 앉던 아이들이 교사가 급식을 받아 오기도 전에 사라졌다.

"여기 왜 자리를 비워 두고 앉았어요?" 텅 빈자리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묻는 교사에게 학생들이 말한다.

"지만이랑 인혁이랑, 재현이 밥 다 먹고 벌써 나갔어요!"

"완전 밥을 마시는 줄 알았어요."

"걔네 밥 진짜 빨리 먹어요!"


스파게티 맛 계란말이가 나온다며, 학교 급식 중 제일 맛있는 불고기가 나온다며 신나 하던 학생들이 계란말이와 불고기의 맛을 제대로 느끼긴 했을지.

들뜬 마음 가득 담아 밖으로 뛰어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생각한다.

방학만큼이나 학생들이 기다리는 것은 '미세먼지 좋음'인 날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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