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1년 넘게 한반도를 넘지 못한 채 스카이스캐너로 항공권을 검색하던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다.
어쩌다 보니 2019년 12월 파리 여행이 마지막 해외여행으로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여행을 계속 곱씹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새로운 여행들로 덮어쓰기를 계속했을 텐데, 신규 업데이트가 늦어지고 있다. 파리 여행을 기점으로 2020년에 불어를 배워봐야지 했던 계획도 미루어졌다. ( 이거 100% 핑계 )
마지막 날 저녁의 파리의 핑크빛 하늘이 너무 예뻐서, 일찍 돌아가서 가족들과 저녁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한 없이 미뤘는데, 그 덕분에 핑크빛 노을이 지는 파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두고 노트북에서 휴대폰에서 애플워치에서 보면서 다시 가게 될 그 날을 그리고 있다.
한 달이 멀다 하고 해외로 계속 나가던 2018년에는 출장도 많아서 인천공항 가는 게 지겨웠는데, 언제 즈음 인천공항에 앉아서 착륙을 기다릴 수 있을까. 비행기 타는 건 ( 무서워서 )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목적지 공항에 내려서 짐 찾고 그 공항의 커피를 마실 때의 행복은 언제 즈음 다시 내게 올까. 마스크를 벗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고, 더 많은 신종 바이러스들과 싸울 준비를 해야 하며, 어쩌면 공기오염 및 기타 전염병 예방을 위해 마스크는 쓰는 게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미국은 코로나 이후 빠르게 재택근무로 전환하여 회사로 출근하는 삶이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정말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를 하며 마스크로 가려진 코와 입의 형태는 모른 채, 타인들과 교류하며 살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언택트에 표를 던지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임으로 재택근무도 마스크를 쓰는 삶도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집에서 일하며, 사회활동을 줄여나갈 수는 있겠지만, 싫건 좋건 사람들이 내게 전달하는 온기 없이 계속 살아나갈 수 있을까? 물론 온기뿐만 아니라 홧병도 전달해준다는 게 문제이긴 하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는데, 어지간해서는 절대 집에서 일을 하지 않고, 회사/집이 분명하게 분리된 삶을 선호하고 추구하는 내 경우에는 재택근무가 최선인 것 같지는 않다. 사무실 돌아다니며, 동료분들과 장난도 치고 농담도 따 먹으며, 회사 뒷담화를 하는 삶의 모습이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 재미가 있는 모습이 아닐까.
집 앞까지 어지간한 물건들이 모두 배송되고 심지어 가격이 싸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시장을 돌아다니며 군것질을 하고, 눈에 보이는 마음에 드는 물건을 지름신의 말만 듣고 통장과 상의 없이 구입하는 즐거움의 값이 인터넷 구매로 받은 할인 금액보다 작기만 할까? 물론 눈탱이 맞아서 실명이 될 정도만 아니라면 그 정도 소소한 경제적 손실은 행복으로 메꿀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최저가만 추구하시는 분들과는 성향이 전혀 다른 나에게만 해당하는 말 일수도 있다 물론.
영화 그녀에서 테오도르에 맞는 완벽한 프로그램이 정말 실체가 있는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 사람의 온기나 원하는 향을 컴퓨터가 열심히 내뿜어 준다고 하더라도 결국엔 실재하는 사람이 필요할 거다 사람에게는. 그래서 결국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들은 다시 예전처럼 마스크를 벗고 서로 눈 맞추며 인사하고, 회의 중에는 성질도 내어가며 서로서로 뒷담화도 하면 살아가지 않을까 한다. 언능 그날이 빨리 와서 일하다가 짜증 나면 화장실 가서 스카이스캐너로 떠날 목적지를 골라보고, 친구들을 만나서 뒷담화도 목소리 크게 내며 수다 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