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에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다.
그곳은 세탁기도 냉장고도 장롱도 가족들의 짐도 전혀 없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집은 항상 공용 공간이었고 어릴 적부터 나는 남들에게 항상 우리의 공간을 내 방이라고 말하곤 했다. 티브이를 보고 밥을 먹으면서 가족들과 나란히 누워서 자는 내 방.
처음 만난 내 방은 낯설었다.
나이 서른에 낯설다는 감정을 느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분명 낯섦이었다. 나는 이제야 겨우 생긴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몇 달을 짐을 정리했고 또 몇 달을 잠만 자는 공간으로 방치해 놓았다. 그렇게 일 년 즈음이 되어서야 내 방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서 새벽에 아무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글을 읽으며 새삼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는 했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도 나의 생활을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었다.
어린 시절의 가난은 너무 많은 감정을 경험하게 하면서 오히려 많은 경험해야 할 것들을 빼앗아 간다.
나는 상실감 조급함 원망감 체념을 배우며 성장했지만 나의 방을 꾸미는 경험은 하지 못했었다. 열 살의 첫사랑과 스무 살의 첫 연애를 경험했던 나인데, 왜 서른까지 내 방을 경험하지 못했을까. 나의 공간을 나의 취향인 물건들로 채워가며 나만의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경험. 내 작은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침대에 누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조금 슬퍼졌다.
이런 슬픈 느낌은,나의 어린 시절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은, 그때 내 방을 만났다면 절대 느끼지 않았을 감정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