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표를 끊을 용기

퇴근과 출근 사이에서

by 유로깅

퇴근길엔 항상 서울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한다. 오늘 같은 날은 이대로 땅끝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어타고 도망가고 싶다. 내일 아침 해는 부산쯤에서 맞는거다. 잔뜩 쌓여있는 내일 업무와 들어갔다 나오면 진빠지는 회의인지 말싸움인지를 제쳐두고 정말이지 도망가고 싶었다.

2015, HK

도망가고 싶은 삶을 사는게 맞는건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아침이면 다시 저녁이고 저녁이면 다시 아침이다. 금요일과 월요일이 끊임 없이 반복되는 길 위를 달리고 있다. 네 발로. 비틀 비틀 기고 있다.


그래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름 석자에 걸린 책임감 때문일까? 망나니처럼 젊은 날을 지내고 맞딱드릴 나의 노후 때문일까.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노년기. 그 시간이 난 항상 두렵다. 내가 80살까지는 살아있을거라는 무의식중에 찬 확신도 우습다.

2015, London

내일도 난 퇴근을 하고 있겠지. 기차역으로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집으로 돌릴것이다. 그러다 뻥 터져버리면, 참다 차다 결국 넘쳐버리면, 그 때는 밤 기차표를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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