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놉! 외치기

by 셜변

나는 친구가 많은 편이다.


절대적인 수가 많다기보다는 내게 필요한 것보다 많은 수의 친구를 가지고 있다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그건 아마 손절을 잘 못하고 사람에게 좀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내가 친구라고 부르는 기준이 낮은 편일지도. 그리고 거절과 거짓말을 잘 못해서 누구든 나에게 제안을 하는 족족 Yes를 외치는 것도 한몫한다.


계약직으로 일하던 시절 내가 일하던 팀도 아닌 일면식도 없던 옆팀의 부장님이 다른 동기와 나에게 저녁을 사주겠다고 하셔서 거절을 하지 못하고 Yes를 외친 일도 있었다.


그 대가로 나는 처음 만난, 그리고 평생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아저씨가 자기 전에 듣는 ASMR에 대해 알게 되는 형벌에 처해졌다..


이건 친구에 대한 이야긴 아니고 다시 돌아가서,



나이가 들수록 신경 써야 할 것들,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체력은 떨어지고, 시간은 없어지다 보니 때때로 친구가 버거워졌다.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하며 강제로 소통하고 나면 극 내향인인 나로서는 하루치 사회성을 다 쓴 상태가 되곤 한다.


그래서 카톡이나 전화, 말을 하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적절한 리액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더 힘들다.


이제까지 나는 어딘가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거절의 명분이 없어서, 또는 내 딴에는 인맥형성이라고 생각한 것을 위해 의미 없는 모임에 나가거나 어색한 시절인연을 잡아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때때로 이 모든 게 부질없고 피곤하게 느껴진다.



인간관계에서 불편함이 느껴지면 바로 손절한다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에 나랑 완벽히 맞는 사람은 없는데 저렇게 손절하다 보면 주위에 누가 남겠냐 쯧쯧 하던 나인데!



적어도 만났을 때 내가 불편하거나 재밌지 않은 관계는 이어갈 필요가 없는 것 같긴 하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게 너무 어렵다.


한때 나와 인연이 닿아 알게 되었고 먼저 나에게 만나자고 해준 사람들을 거절할 명확한 명분이 없다!


어색하다고? 저 사람도 내가 어색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 먼저 만남을 제안해 주었잖아 이 마음을 거절하면 나는 너무 나쁜 놈 아닐까?? 매일 만나자는 것도 아니고 1~2년에 반나절도 이 사람들에게 쓸 시간이 없니?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내가 가능한 시간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고 하고 한 달째 연락 안 한 친구와, 2년 만에 만나기로 한 어색한 친구 모임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계속 연락 안 해도 될까, 아프다고 할까, 잊고 있던 가족 행사가 있다고 할까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까? 친구에게 Nope! 외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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