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문제로다
그날은 정말 가까운 비행을 하는 날이였다.
이륙과 착륙이 1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의 비행.
정말 머리가 바쁜 날이기도 했다.
내 옆에는 회사에 입사한지 얼마 안된 새내기 부기장이 끌려와 앉아 있었고,
점프싯에는 메캐닉이 함께 타서 비행중 점검을 하는 날이라, 여기서 턴하고, 여기서 러더를 눌러 주시고, 하는 요구가 빗발친다.
심지어 나는 맥스 듀티타임에 가까워 오고 있어서, 딜레이가 더 되었다가는 꼼짝없이 왜 오늘 듀티타임을 넘어갔는지 리포트를 작성해야 할 참이다.
날씨라도 좋았으면 괜찮을텐데, 가는 길 여기저기 thunderstorm이 퍼져 있다.
이 짧은 비행에 날씨까지 피하려 관제탑에 여기로 가게 해주세요, 저기로 가게 해주세요 끊임없이 요구를 하고,
하강을 하려면 더이상 피할수 없이 꽤 흔들릴것 같은 구름을 꼼짝없이 뚫고 지나가하야 하는, 그런 날이었다.
변명이지만 아무튼, 이렇게 정신이 없고, 날씨도 좋지 않다보니 이날 벨트 사인을 꺼줄 시간이 없었다.
만약 있었다 하더라도 약 5분이나 되었을까.
다행히 무탈히 공항에 가까이 다가와 착륙 준비를 하고, 승무원까지 다 앉혔는데
갑자기 승무원에게서 콜이 온다.
"아이가 화장실이 정말 급하다는데 정말 빨리 보내줘도 될까?!"
긴급한 목소리로 두아이의 엄마인 승무원이 묻는다.
잠깐 고민하다가, "너 정말 빨리 해야 해" 라고 답변한뒤 계속 착륙준비를 했다.
정말 길게 늘겨진 짧은 시간이 지난 뒤, 다시 "Cabin secure" 콜이 왔다. 승객이 화장실을 다 쓰고 자리에 앉았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무탈없이 착륙을 잘 했다.
이런 착륙이 가까운 상황에서 승객이 화장실을 가고 싶어하는 상황이 가끔 있지만, 이전의 내 대답은 무조건 "no" 였다.
하지만 최근에 있었던 사건때문에 답변이 조금 더 너그러워(?)진 감이 있는데..
이날은 날씨도 무탈하고 터뷸런스도 없이 야간 비행을 잘 마친 날이었다.
벨트 사인도 크루즈때 계속 꺼져 잇었고, 화장실을 갈 시간이 충분히 있었던 차였다.
작은 공항에 잘 착륙을 하고, 게이트에서 승객들을 다 하기 했는데.. 어라? 착륙 후 화장실에 갔다던 승객이 화장실에서 나오질 않는다.
승무원이 문을 여러번 두들기며, 괜찮아요? 하고 묻는데, 승객이 시간을 좀 달라며 나오질 않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냄새.. 다들 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감을 잡는 도중,
나이가 있으신 승객분이 정말 미안해 하시며 화장실에서 나온다.
승무원이 화장실 확인을 하더니, 아무도 들어가지 말고, 보지 말라며 막는다.
대변 실수를 하신 것이다.
램프 직원이 앞치마에 장갑에 마스크까지 뒤집어 쓰고 화장실을 청소하러 들어가는 걸 보고, 착륙 뒤 한시간 넘게 기다린 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비행기를 떠났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행기에 승객으로 타기 전에 무조건 공항 화장실에 들리는 편이다.
비행기는 게이트를 떠나 택시중, 그리고 이륙 후 10,000 피트까지 무조건 벨트 사인이 켜져 있기 때문이다.
착륙 할때도 10,000피트 이하는 벨트 사인을 켜야 하고, 화장실 이용이 제한된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승객들의 방광 상태가 어떨지도 고려하며, 날씨가 허락하는 이상, 벨트 사인을 더 부지런하게 풀어주려 하는 요즘이다.
이렇게 새내기 기장 오늘도 하나씩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