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리는 거지꼴로 다녀야 뒷말이 없어
경리는 돈을 숫자로만 봐야 돼.
근데 네가 짭을 들고 다니면 어때? 경제력은 없는데 돈에 연연하는 거 같지.
회사가 그런 사람한테 어떻게 돈을 맡겨?”
-드라마 『작은 아씨들』 中 진화영(추자현 분)의 대사, tvN, 2022.
우리의 말과 행동은 주변에 끊임없이 우리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단서이다.
사람들은 이 단서를 기반으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에 대해 분석하고 해석하며 어느 순간 평가를 내린다.
이 과정이 공식적이며 의도적으로 진행되는 곳이 바로 면접이다.
면접관은 지원자의 직무에 관한 전문 지식 수준을 평가할 뿐 아니라, 직무 지식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도 지원자가 직무를 잘 수행할 만한 소양(이하 직무 문화 적합성)을 갖췄는지 평가한다.
직무 문화 적합성?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용한 드라마 『작은 아씨들』 진화영의 대사이다.
진화영은 사람들이 주인공의 옷차림을 통해 은연중에 주인공의 직무 적합성을 평가한다고 말하며, 경리는 돈에 초월하여 돈을 숫자로 보는 듯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돈에 대한 태도는 영업직에도 통할까?
돈에 대해 초월한 듯한 태도는 영업직에서는 마이너스 요소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영업직인 사람은 돈에 대해 어느 정도 욕심이 있어야 고객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임할 테니 말이다.
이렇듯 동일한 사항도 어느 직무를 지원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지원자는 면접 시 어떤 정보를 면접관에게 제공해야 할 것인가?
지원자는 어떤 인물로 보여야 할 것인가?
사람들 중에는 이러한 것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캐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어떤 직무 면접을 보더라도 면접관이 원하는 인물상이 될 것이기에 더 생각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태도를 가족이나 자신을 둘러싼 인물들에게서 자연스럽게 배우거나 학교와 같은 교육 기관을 통해 의식적으로 익히게 된다.
둘의 차이는 가족들에게서 배운 가치관과 태도는 자신도 모르게 체화되어 무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나오지만, 교육 기관을 통해 익힌 것은 아무래도 그 자연스러움에 한계가 있다.
만약 자녀가 부모와 같은 직업군을 지원한다면?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 자본 이론’에 따르면 부모는 자녀에게 교육이나 돈뿐 아니라, 행동 방식, 언어 습관, 문화적 지식 등도 물려주기 때문에 자녀는 부모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해당 직업군의 기본 가치관이나 규범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이런 지원자는 면접을 볼 때 이미 직무에 어울리는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 기관을 통해 의식적으로 익힌 경우는 어떨까?
아마도 많은 연습을 통해 최대한 익숙하게 만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고 면접관의 질문에 최상의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난다’
같은 맥락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의 어려움은 단지 열악한 경제적 상황 속에서 높은 수준의 학업성취를 해내고, 소위 전문직 시험을 통과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험 합격은 그 세계를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이지, 그들이 그 세계의 일원이 되는 것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모르는 세상의 상식’을 다시 배워야 하고 ‘그들의 기준’을 충족시켜야 모르는 세상의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당신은 지금 어느 직업군을 지원하고 있나요?
혹시 당신이 지금 지원하고자 하는 일이 당신의 부모님도, 친척도, 선배들과도 관련이 없다면, 어느 수준의 회사를 지원하든 당신은 지금 개천에서 용이 되고자 하는 사람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직무에 관련된 전문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씩 기분 전환 삼아 직무 관련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그 세상에서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것들도 함께 익혀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