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넘어 희망의 현대차그룹 로봇 아틀라스.

Hyundai Dynamics.

2026년 1월 내내, 경제와 산업분야의 뉴스를 뜨겁게 달군 주제는 로봇이었습니다.

제가 이전 글 [중국 논란의 “캣워크” 로봇 아이언 2]를 쓰면서, 일반인 관점의 몇 가지 상식을 바탕으로 “샤오펑의 아이언 2가 왜 로봇처럼 느껴지지 않았는가”를 추론하였고 마지막 아홉 번째에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에 대해서도 잠깐 언급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아이언 2 글을 올린 그다음 주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에서 ‘피지컬 AI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였고, 이 절묘한 타이밍은 제 스스로에게 로봇 산업에 대한 질문과 생각을 정리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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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은 전 세계적인 호평이 쏟아지는 와중에 제가 왜 제목을 “논란을 넘어 희망의 현대차그룹 로봇 아틀라스”라고 붙일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이번 CES에서 피지컬 AI 로봇 아틀라스 소개 장면을 보며, 딱 두 가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 번째는,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로 시작하는 지점으로 그 순간, 디자이너로서의 촉이 발동했습니다.

자, 그럼 첫 번째 이야기부터 풀어보겠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앞에 “현대차그룹”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이유입니다.



[1]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문장, 그 자체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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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저는 디자인의 영역이자 동시에, 기업이 세상에 ‘자기 선언’을 하는 방식이기도 한

CI(corporate identity)와 BI(brand identity)에 대해 잠깐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CI는 기업의 정체성, 다시 말해 이념의 얼굴이고, BI는 소비자가 기억하는 상품의 얼굴입니다.

요즘 추세대로 표현하자면 CI는 ‘삼양’이고 BI는 ‘불닭볶음면’입니다. 그럼 “CI와 BI 중 뭐가 더 으뜸이지?”

라고 질문하신다면 경제와 산업 측면에서 BI가 더 강력하며, 디자인 영역에서도 가장 어렵고 치열한 창작의 끝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쉬운 예로 자양강장제의 대명사 “박카스”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박카스를 어느 회사에서 만드는지 정확히 아시는 분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리 생활 주변에는 회사 이름보다 브랜드가 먼저 각인되는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CES에서 등장한 ‘아틀라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독립적인 브랜드가 될 수 있는 매우 강력한 BI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이번 발표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아닌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라는 표현을 전면에 세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CES에서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헤드라인이 등장하는 순간, 그 문장 자체가 하나의 ‘선언’처럼 읽혔습니다. 이는 단순한 소유관계의 표기가 아니라, 자동차 생산라인에 투입해 인력을 대체할 로봇을 현실의 산업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를 문장 속에 명확하게 반영한 선택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2] “Hyundai Motor Group’s Boston Dynamics”는 왜 ‘선전포고’로 읽히는가...?


원래 미국식으로 표기한다면, Boston Dynamics (a Hyundai Motor Group company)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현대는, 우리말 어순의 나열인 Hyundai Motor Group’s Boston Dynamics

라는 문장으로 정면에 세웠습니다.


저는 이문장의 숨은 뜻을, 기업이념을 재정비하여 글로벌 무대에서 포지션을 명확히 하고 로봇 산업의 표준이 되겠다는 의지와 함께, 매를 먼저 맞겠다는 각오로 반드시 겪어야 될 노조와의 진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고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한국은 전혀 다른 문화와 상황이 전개되며 속된 말로, 미국은 기업이 사람을 자르기도 쉽고 고용도 쉬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180도 다릅니다. 한국 기업의 ‘노조 문화’는 언제나 화합보다는 노사 갈등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대립의 촉발제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조문화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면서도, 서민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들이 있을 때는 저 역시 곱게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3] 하지만 이번 현대차 노조의 반응은, 저도 쉽게 이해가 됩니다.


왜냐하면 결국 생존이 걸린 “일자리” 문제이고, 앞으로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서 반복될 수 있는 시발점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쉽게 공감하시고 이해할 수 있는 일화 하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997년 유니텔 발명특허 동호회에서 만나 지금까지 저의 디자인개발과 특허 관련 멘토로 도움을 주시는 손 OO CF 특수촬영감독 형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형님 지인 한 분이 생선회를 자동으로 떠주는 기계를 개발하였고 중국의 수산물 가공 업체에 2대를 수출하였다고 합니다. 그 작은 기계 1대는 무려 200명의 일손을 대신할 수 있었기에 2대의 대체인력은 무려 400명... 이 작은 기계 2대는 급기야 실직과 함께 생계의 위협받은 직원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촉발제가 되어, 성난 직원들이 기계를 박살내고 공장에 불을 지르고 난리가 났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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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를 현대차그룹에 적용하면, 직접적인 생산직 노조와 방계가족 그리고 1,2차 협력사까지 그 범위와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이며 거대 공업도시 하나의 문제가 아닌 국가기간산업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제 생각엔, 미국 공장에서 먼저 시도하고 정착시킨 뒤, 한국에서는 근로기준법과 사회 구조, 인구 감소라는 변수 속에서 사람이 하기 어려운 영역부터 로봇이 대체하는 방식으로 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노조 문화가 존재하는 한국에서 “인력을 대체합니다”라는 말을 정면으로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결국 노사 협의안, 그리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계약’이 필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로서 제 짧은 식견을 더하자면, 그 협의와 정착의 어느 시점에서는 회사 이름과 표기 방식 또한, 한 번 더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 색을 완전히 덜어내고, 성과와 비전에 집중하겠다는 선택. 지금의 Hyundai Motor Group’s Boston Dynamics라는 긴 문장은, 언젠가 더 짧고, 더 직접적인 이름으로 압축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Hyundai Dynamics.



그럼 이제 제가 두 번째로 눈여겨본 장면은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이번 CES를 기점으로 현대자동차 주식을 보유하고 ‘재미 좀 보신’ 독자 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풀어갈 두 번째 장면의 관점을 좀 더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틀라스의 360도로 회전하는 관절,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며 인간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직립보행, 그리고 마치 당장이라도 인력을 대체할 거 같이 물건을 들어 옮기는 퍼포먼스에 집중하셨다면, 제가 눈여겨본 장면은 로봇의 정의와 산업 구조, 윤리 문제까지 고민하게 만든 지점, 바로 아틀라스가 스스로 배터리를 교체(스왑)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아마 제 과거의 경험을 말씀드리면, 왜 아틀라스의 ‘배터리 스왑’ 장면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었는지,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1997년 “발열용 종이 도시락용기”라는 아이디어로 실용신안을 출원하였고 이듬해 1998년 대한민국특허기술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군 시절 기갑부대 FM무전병 출신으로, 통신망 개통을 위한 고지대 산악 훈련 때 지급받아 대부분 차갑게 취식해야만 했던 레토르트 쌀밥과 비빔밥에 대한 당시의 딱딱하고 차가웠던 추억은, 이후 발열 도시락이라는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때 직원 중 한 명이 서울대학교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친구를 만나 상의하다가, 소개받은 분이 당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화학공학과 문 OO 박사였고 개인적으로 “Survival Kit (서바이벌키트) 생존구호품” 관련 책을 집필 중이었는데 끝까지 못 풀던 주제가 ‘재난 시의 식량 문제’였다고 합니다.

이 일을 계기로 문 OO 박사와의 만남은 급속도로 진전하며 개인적인 친분을 유지해 오다 2000년 초, 평판프린터(두꺼운 소재에 인쇄하는 특수 장비)라는 개발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며 회사를 설립하고 제게 합류를 부탁하여, 서울대학교 벤처타운에 내에 스타트업 기업의 일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가 맡았던 일은 새로운 독자 모델 개발과 이전 타 업체의 장비로 생산한 파생상품 디자인 개발이었으며, 이 일을 계기로 서울대학교와 KIST 공학박사들 그리고 주변 기술자문 위원들과의 교류가 자연히 많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당시 김포에서 개인 전자사업을 하시는 기술자문 위원이신 서 OO사장님 공장에서 KIST의 김 OO선생님과 TV를 보다가 원형 로봇 청소기 광고가 나오자 서 OO사장님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김 과장! (당시 제 직함입니다.) 저 로봇 청소기의 핵심이 뭔지 알겠어?” 글쎄요! “저런 게 무슨 청소가 될까 요” 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더니... 그때 옆에 계시던 김 OO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28캡처.PNG 이제는 스스로 충전뿐만이 아닌 먼지비움과 내부세척까지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낸 기술의 진보인 것 같습니다.


“배터리 기술이에요. 단순한 교체가 아니라, 배터리가 떨어질 때 스스로 충전하러 가는 그 기술. 지금은 사람이 어댑터 연결해 충전하겠지만 몇 년 후부터 아마 스스로 충전하러들어 가는 게 핵심일 거예요.”

저는 그때 배터리를 ‘스스로 스왑하고 이어지는 과정이 로봇 공학에 있어서 핵심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역시 공학자들이 보는 눈은 애초부터 다르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 어느 날은, 문 OO박사가 제게 “김 과장님? 연료전지가 뭔지 알겠어요?”라고 물어보길래, 얼마 전 부사장님의 IR(투자유치설명회) 때 연료전지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사실 우리 프린팅 기술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문 OO 박사 왈 “지금 김 과장님 노트북 배터리는 길어야 2~3시간이잖아요. 그런데 연료전지는 비슷한 크기에서도 6개월, 길게는 1년 가까이 에너지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그리고 자신의 전공이 바로 연료전지 분야라고 덧붙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저는, 연료전지 기술이 사람을 대신해 오랜 시간 현장에 머물러야 하는 기계, 즉 로봇과 같은 존재를 염두에 둔 기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현대자동차가 지금까지도 수소자동차 개발을 쉽게 놓지 않는 이유 중 하나 역시 ‘자동차 시장의 성패’라기보다는, 이런 에너지 응용 기술을 산업 안에서 끝까지 가져가 보려는 집요한 실험의 연장선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CES에서 아틀라스가 보여준 장면이, 액추에이터나 움직임도 뛰어났지만, 결국 제게 가장 강하게 다가온 건 배터리 스왑이라는 장면이 직립 2족 보행 로봇 스스로의 움직임으로 구현되었다는 사실이었고, 그 순간 25년 전의 기억을 소환하며 잠시 당시를 떠올리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로봇 산업이 보여주고 있는 또 다른 방향은 무엇일까?”


아틀라스가 보여준 배터리 스왑 장면은 로봇이 인간과 같은 리듬으로 멈추지 않고 이어지기 위한 기술이었고, 그 기술은 분명 ‘희망의 방향’으로 읽혔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같은 로봇 산업 안에서 전혀 다른 메시지를 던지는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번 아틀라스와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 공개된, 아이돌 스타의 백댄서로 등장해 칼 군무를 추는 단체 로봇과, 날아서 옆차기를 하는 단독 로봇의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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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부터는, 아틀라스가 보여준 ‘희망의 방향’과는 정반대 지점에서

제가 강한 공포를 느꼈던 또 하나의 장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세 번째 중국의 군무 로봇을 보며 느낀 점에 대해, 제가 던지는 가설


이제 로봇이라면 중국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아직도 샤오펑의 아이언 2는 로봇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이 이야기는 더 이상 거론할 가치도 없다는 걸 이번 이야기로 한방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이슈가 된 중국 아이돌 스타 옆에서 백댄서로 칼 군무를 하는 단체 로봇과, 날아서 옆차기 하는 로봇에 대해 이야기이며 이 장면은 지금까지 본 로봇 산업의 발전상 중 가장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장면이었습니다.

독자 분들은 그냥 “로봇이 춤추고 발차기하는 거잖아. 뭐가 그렇게 공포이고 충격이야?” 하지만 제가 공포를 느낀 지점은 ‘동작’이 아닙니다. 단체 군무 로봇의 코딩 값을 달리해서 각각 다르게 움직인다는 가정으로 발차기 로봇이 앞차기, 옆차기, 날라 차기, 이런 공격 모션을 AI 학습으로 짧은 시간 안에 실제 적용하고 1대가 아닌 다수라고 가정하면 그다음 질문이 생깁니다.


바로 ‘전환 가능성’...!

“이 기술이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다른 영역으로 전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여기서부터는 제가 말하는 ‘가설’입니다.

저는 중국이 이런 기술을 언젠가 군사(전투)용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염두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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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10명의 아군 주변에 20대의 로봇이 서로 다른 공격 모션으로 접근해 오고, 만약 탄약이 고갈된 백병전 상태라면, 인간의 신체만으로는 감당이 어려운 형태의 전투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보며, 저는 이것이 “로봇 인해전술”로 확장될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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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특히 소름 돋았던 건, 로봇이 하드 한 외피를 두른 기계가 아닌, 뼈대 위에 헐렁한 바지와 슈트를 입혀 “사람처럼 보이기만”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생산 단가를 낮추고 대량 양산 체계에 최적화될 수 있는 ‘암시’로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 쇼츠에서 본, 산속에 혼자 사는 남자가 숲 속에서 “한밤중에 정말 무서운 건 동물이 아닌, 그 시간대에 보이면 안 되는 사람형태의 실루엣”이라고 말하던 장면이 기억납니다. 초자연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그 남자는 ‘귀신’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걸 전투 로봇에 대입해서 2족 보행 로봇이 야심한 밤에 떼를 지어 달려온다면, 그건 단순한 무기 이상의 좀비와 같은, 인간이 인간의 형태를 가장 무서워하는 그 원초적 공포를 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국이 새로운 개념의 일대일로와 패권국으로서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로봇 버전을, 지금 아이돌을 앞세운 퍼포먼스로 테스트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휴머노이드 또는 피지컬 AI로봇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


이젠 제가 생각하는 로봇 산업과 공학의 발전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로봇이 산업을 대체하는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와 동시에 같이 병행해야 할, 또 다른 인류애 적 기준으로 로봇 산업이 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바로 재난현장 구조 로봇입니다.


재난 로봇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형태를 놓고 논쟁합니다. 드론이 맞다, 4족 보행이 낫다, 차륜 형이나 궤도 형이 더 현실적이다. 하지만 제 생각엔 재난 구조는 단일 로봇이 아닌 여러 로봇 모델의 ‘원팀’으로 전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의외로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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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번째 로봇은 날아다니며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에서 바라보는 ‘눈’이 돼주어야 합니다.

(바로 드론과 같은 기능과 형태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두 번째 로봇은 길을 만들며 붕괴 물을 치우고 위험을 제거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의 포클레인과 불도저가 장애물 제거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 세 번째 로봇은 저의 윤리의식이 반영된 휴먼스케일이 적용된 직립 2족 보행이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그 로봇이 들어간 경로가 다시 사람이 살아서 나올 수 있는 길 이리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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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태국 유소년 축구팀 동굴 고립 사건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담력 훈련을 위해 깊은 동굴에 들어갔다가 폭우 속 불어나는 빗물에 고립된 아이들을, 영국 탐험가 2명과 태국 특수부대원들이 그들이 들어간 경로로 수 시간 잠수해 확인했고, 다시 수 시간을 좁은 통로로 잠수해 나올 수밖에 없는 절박한 환경에 자칫 아이들이 패닉에 빠질 것을 우려해 수면제를 먹이고 1:1로 산소통 하나에 의지한 채 구출한 사례가 보도되어 그 과정 자체가 충격적이었던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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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첨단 장비를 동원했지만 결국 구조의 마지막은 사람이었고 그들의 신체에 맞는 속도와 결정으로, 가장 최단 통로로 구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의 결론을 단언컨대 재난 구조 로봇의 최종 형태는 더 빠른 기계가 아니라, 생존자의 상태에 보행 속도를 맞출 수 있는 휴머노이드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재난은 “시점”으로 보는 관점의 문제다. — 영화 아폴로 13이 제게 준 메시지.


대부분 할리우드 재난과 공상과학 영화들은 ‘미국 우월주의’ 한 방이 꼭 들어가곤 합니다. “인디펜던스-데이”에서 대통령이 전투기를 타고 우주선을 향해 일격을 가하는 어 의 없음과, “에어포스 1”에서 비행기 안, 테러범을 미국 대통령이 격투로 제압하는 리얼리티를 가장한 또 다른 황당한 미국 국뽕 서사들 말입니다.


그런데 영화 <아폴로 13>에서 저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이 한 장면만큼은 “미국이 우월하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명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본 이후, 저는 가끔 인테리어 현장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로 위기를 넘겨야 할 때, (주말저녁 또는 오픈 전날 등, 긴박한 상황에 자재 부족이나 공구의 고장 등 황당한 순간) 협력업체들에게 똑같은 멘트와 액션으로 변수를 해결해 나가곤 합니다.


극 중, 지구 귀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로 우주선 내부의 이산화탄소 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는 분초를 다투는 상황이 벌어졌고 사령선의 여과기를 가져와 달 탐사선에 설치하려는 순간, 사령선의 여과기는 사각이었고 달 탐사선의 여과기는 원형이었던 것, 즉 사각과 원형을 호환(연결)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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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지구의 NASA가 내린 결정은 “우주선 안에 있는 것만 가지고 해결해라.” NASA는 우주선 안에 실제로 들어 있는 물건들을 공학자들이 둘러앉은 지구의 테이블 위에 그대로 쏟아놓고, 그것만 가지고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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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손톱만큼의 새로운 재료도 쓰지 않아야 하며 우주선 안에 없는 것은, 지구에서도 없는 동일조건에서의 문제해결을 해야만 합니다. 기준은 지구의 기술이 아니라, 우주선 안에서의 열악한 상태와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장면이, 매뉴얼의 힘과 함께 재난 상황에서 생존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똑같은 ‘1인칭 시점’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거실에서 TV로 재난상황을 보며 “저렇게 하면 안 되지”라고 말하는 시점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재난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현장 안에서 숨 쉬는 생존자의 시점에서 출발하고,

그 시점을 끝까지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한 장이 준 메시지, 그리고 제가 바라는 것


이번 뉴스 기사와 사진 중, 유독 멋지고 뭉클하며 가슴 따뜻한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아틀라스와 남자, 그리고 여자가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뒷모습을 담은 사진입니다.

저는 이 사진이 주는 메시지를 강하게 받았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인류애 적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왼쪽의 로봇 아틀라스는 기술의 진보를 뜻하고, 남자와 여자는 개인이 아닌 ‘인류’를 뜻하며 눈앞의 풍력 발전기는 18세기 증기기관으로 상징되는 산업혁명을 뛰어넘은, 친환경 전기에너지와 전자기술이 만들어 내는 4차 산업혁명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등을 보이며 같은 방향으로 걷는 아틀라스와 남녀의 오버랩은, 로봇이 인류를 위해 사람과 같은 속도, 같은 보폭으로 걷는 동반자라는 메시지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현대차 노조에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당장의 일자리를 로봇이 빼앗을 수 없을 것이고 향후에도 완전히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연에서 보여준 아틀라스의 ‘짐 나르고 일하는 모습’을, 로봇 발전의 “첫걸음마”로 인식해야 한다고 보며, 사람이 하는 일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만들어져야, 사람들이 위험하거나 힘들어서 못하는 일을 대신할 로봇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며 지금은 그 프로토 타입의 첫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의선 회장에게 바람이 있다면, 테슬라와 중국, 현대 모두 산업용 로봇을 만들고 있는 지금,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인류애 적 측면에서 R&D 예산 일부가 재난 현장용 로봇 개발과 완성에 쓰일 수 있도록 힘써주었으면 하고 기원합니다. 어차피 로봇이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각축이 벌어진 이상, 사람들의 인식 속에 최초로 각인될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저는 단언컨대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대차그룹에 ‘슬로건’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제가 생각하는 재난 로봇의 결론은 분명합니다. 인명 구조의 마지막 단계에서 투입되는 로봇은 결국 휴머노이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을 구하는 행위의 목적은 로봇을 투입하는 데 있지 않으며 구조된 사람이 휴머노이드가 들어간 같은 경로로,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살아서 돌아오는 데 있습니다.

드론은 눈이 되고, 4족 보행 로봇은 팔이 되지만, 휴머노이드는 같은 걸음으로 길을 열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적 진보를 설명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니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사회에 들어오기 위해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저는 저의 이런 생각이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내믹의 슬로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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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 대체용 로봇을 만들지 않습니다.

인간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길을 열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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