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논란의 "캣워크" 로봇 아이언 2

이건 기술시연일까, 투자유치 IR 퍼포먼스일까 ?

2025년 11월, 중국의 샤오펑이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 2를 선보였고, 저는 그 영상을 12월에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로봇이 아니다”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머릿속에 10개 가까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물론 어릴 적부터 로봇은 좋아했지만, 저는 제품 디자이너이지 로봇공학자는 아닙니다.

이 분야로 밥 먹고 사는 직업은 아니기에,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저의 반박과 그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그 느낌은 제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먼저 제가 알고 있는 2족 보행 로봇에 대한 상식을 말씀드리면 공감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약 30여 년 전쯤, 2족 보행 로봇의 개발 과정을 다룬 다큐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습니다.


1968년, 영국이 세계 최초로 만든 2족 보행 로봇이 한 걸음을 떼어 땅에 지지하는 데 걸린 시간이 48초였고, 이후 일본이 같은 조건에서 절반인 24초로 줄인 것은, 4년 후인 1972년이었다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본은 결국 직립 2족 보행이었고,

이후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일본 혼다의 아시모가 등장합니다.


12캡처.PNG 2001년 처음 선보인 일본 혼다의 아시모


그런데 아시모는 분명 2족 보행은 맞지만, 다큐에서 보았던 정교한 “한 발짝의 보행”이 아닌 전혀 다른 메커니즘의, 다소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2001년에 선보인 아시모는 국내 카이스트의 휴보 탄생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2족 보행 로봇의 진화를 알렸지만, 저는 내심 실망했고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인간과 같은 걸음걸이는 “아직 과학계에서도 갈 길이 멀구나”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14캡처.PNG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휴보


하지만 이런 과정 속에서 각인된 것이 하나 있다면, 어린 시절 공상과학 영화 속 로봇들은 대부분 사람이 대역이었다는 사실을 움직임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간혹 마술 쇼에서 “신체 절단 퍼포먼스”가 벌어질 때, 움직이는 하체를 보고 관객들이 경악하고 사회자가 혹시 로봇이 아니냐고 추측하면, 저는 바로 “저건 사람이 대역하는 거야”라고 알 수 있었고, 그때부터 제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겼습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늘 새벽 자료를 찾아보다가 놀란 점은,


1977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의 작고 귀여운 로봇 R2-D2 옆에 늘 서 있던 직립 보행 황금색 로봇 C-3PO를 다시 찾아보던 중, C-3PO는 사람이 안에서 연기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R2-D2 역시 키가 1미터가 조금 넘는 배우 케니 베이커가 안에서 연기했다는 사실을 50년 가까이 지난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3캡처.PNG 지금도 내게 스타워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2캡처.PNG 당시 7살이던 나의 최애의 로봇 R2-D2 내부에 들어가 연기를 한 배우 케니 베이커


개인적으로는 매우 놀랍고, 동시에 재미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 아카데미 과학에서 R2-D2 프라모델이 나왔었고, 그걸 조립할 수 없었던 저는 앞집 형과 함께 조립하며 R2-D2 안에 내가 들어가 조종하면서 다니는 상상을 하던 때라 감회가 새로웠고, 당시에 MBC에서 주말마다 방영했던 마징가 Z의 주인공 쇠돌이가 홈바파인더(비행로봇)를 타고 마징가 Z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조종하는 설정은 제가 공감하기엔 너무 어렸고, 그 당시 7살이던 제게 R2-D2는 가장 만만해서 좋아하던 캐릭터였기 때문입니다.


자, 그럼…

공학자가 아닌 일반인 관점에서 이러한 몇 가지 상식을 바탕으로 샤오펑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 2가 왜 제게 로봇처럼 느껴지지 않았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추론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17캡처.PNG 아이언 2를 소개하는 샤오펑의 회장


16캡처.PNG 왼쪽 무릎 아래를 절개하여 뼈대가 보이는 아이언 2


첫 번째.

관객들 사이에 ‘사람 같다’는 침묵이 흐른 이후, 공개 행사 중 무대에서 직원들이 가위를 이용해 왼쪽 무릎 아래부터 발목 위까지 스킨을 자르고 내부 뼈대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여기서 최소 허리춤에서 고관절 부위까지는 공개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키 178cm의 여성 캐릭터의 캣워크와 신체 비율이 “모델 표준 사이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일반인의 걸음걸이라면 누가 봐도 사람이라고 눈치챘을 것입니다. 하지만 훈련된 모델이라면 약간의 착용 형 보조 장치만으로도 흔들림 없는 모션 구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얼굴 전체를 가린 반사경 스타일의 대형 고글.

(정말 로봇이었다면 여성 얼굴 형태의 마스크를 씌워 휴머노이드라는 점을 극대화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고글은 보행 시, 시야 확보를 위한 가림막처럼 느껴졌습니다.)


네 번째.

뒷목 아래 등 부분의 스킨을 절개해 내부를 공개한 장면.

(절개 후 반짝이는 LED 불빛은 마치 컴퓨터가 연산을 수행하는 듯 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봇처럼 보이기 위한 장치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진짜 로봇이라면 차라리 얼굴 가면을 벗기는 편이 더 설득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

워킹 시 장애물이 없었습니다.

(낮은 계단 하나조차 없는 환경에서의 시연은 ‘악조건 테스트’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인상을 줍니다. 낮은 계단을 두 번 정도만 오르내려도 로봇이라면 일정한 워킹 시연이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로봇개처럼 왜 단체 군무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입니다.

(단체 군무는 동일한 모션을 통해 로봇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하지만 샤오펑의 아이언 2는 단 한 대만 공개되었고, 2026년 4월부터 양산을 언급했다면 최소한 두 대 이상이 같은 동작으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일곱 번째.

그동안 공개된 영상은 모두 바닥이 평탄한 실내 워킹 시연뿐이었습니다.

(일반적인 도로나 보행 환경에서는 미세한 평활도 차이만으로도 사람과 로봇의 움직임은 누구나 쉽게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덟 번째.

“사람 같다”, “놀랍다”라는 기사들은 많습니다.

(다만 제가 찾아본 범위에서는 국내외 로봇공학 학계(교수·연구자) 이름으로 인용된 정식 기술 평론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부 기사에서는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나 해설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홉 번째.

이 모든 장면을 종합해 보면 기술 검증보다는 투자 유치를 위한 IR(투자유치 설명) 버전 퍼포먼스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어쩌면 현대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아닐까 생각하며, 과학자들의 논평이 없는 이유 역시 로보틱스 공학 전반의 발전을 위해 IR이 성공하길 바라는 동종 업계의 분위기가 작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의 정보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한 사람에게는 걸러서 볼 여지가 있지만, 80대이신 저의 어머님의 경우 연세에 비해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시며 카톡을 통한 메시지 주고받기나 이미지 선물 등 시대에 맞춰 잘 적응 중이시지만, 문제는 출처가 불분명한 가짜 뉴스를 마치 중요한 정보로 착각하고 주변에 퍼 나르신다는 점입니다.


더욱 문제는 딥페이크나 얼굴과 모션을 합성한 장난스러운 캐릭터에 대한 분간을 못하시는데, 만약 이와 비슷한 사고를 가지신 분들에게 마치 “미래가 아닌 지금”이라며 투자를 요청한다면 어떤 반응일지는 뻔한 일이기에 저는 그 부분이 우려스럽습니다.


보편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서 제가 생각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준은, 1976년에 방송을 시작한 “600만 불의 사나이와 소머즈”에 등장하는 펨봇이라는 여성 로봇입니다.

6캡처.PNG 어릴 적부터 소머즈로만 알고 있었는데 포스터를 보니 바이오닉 우먼이었네요.


휴머노이드 로봇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언캐니 밸리(불길한 계곡)를 그저 껌처럼 만들어버릴 정도의 펨봇은, 어린 시절의 저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7캡처.PNG 어린 시절 처음보고 기겁을 했던 장면, 전설의 고향 구미호보다 더 무서워했습니다.


인간과 똑같은 외형이지만 가면을 벗기면 무섭고 흉물스러웠으며, 600만 불의 사나이와 소머즈는 로봇이 아닌 인체의 일부를 사고로 잃고 특수 기능의 웨어러블을 장착한 아주 특별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고, 펨봇은 그 자체가 로봇이라는 점이었습니다.


4캡처.PNG 어릴 적 보았던 이 장면 어렴풋이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 펨봇보다도 더 위험하며 윤리적으로든 어떠한 목적에서든 절대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로봇은 바로 1990년 영화 로보캅 2에 등장했던 ‘로보케인’입니다.


8캡처.PNG 1987년 개봉했던 영화 로보캅 1


11캡처.PNG 1992년 영화 로보캅 2에 등장한 악당 로보케인


10캡처.PNG 모니터를 통해 비친 케인의 얼굴 위 머릿속에 바로 "이 사진 속"케인의 뇌가 연결돼 있다는 설정입니다.


로보케인은 단순한 기계가 아닌 인간의 유기체, 특히 뇌를 결합한 존재였고 그 안에는 이미 형성된 기억과 분노, 감정이 들어 있어 펨봇처럼 감정을 주입시킨 것이 아니라 악한 인간 본연의 감정을 증폭시킨 캐릭터였기에, 만약 이 설정이 현실에서 구현 가능하다면 어땠을까 하는 두려움이 듭니다.


또한 여기에 로보케인 같은 존재가, 인간이 통제하지 못하는 비이성적 악의 상징, 흔히 말하는 ‘악령’과 같은 개념과 결합한다면, 이는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로봇 형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부분을 누군가 영화화시켜줘도 흥행할 거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로봇공학은 선한 사람에게는 재활과 생명 유지라는 인류애적 공익 가치로 발전해야 하며, 절대로 악한 사람들의 영생이나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걱정과 생각을 이미 50년 전 “600만 불의 사나이와 소머즈”가 보여주었고, 이후 1987년에 시작된 영화 로보캅 시리즈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굳히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로보틱스 공학과 산업은 분명 앞으로 더욱 발전해야 합니다.

그 발전은 로봇공학의 진보와 더불어 저와 같은 수많은 디자이너의 창의력을 끌어올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제가 생각하는 궁극적인 휴머노이드 로봇의 완성은 펨봇 같은 여성 로봇이지만, 그렇다고 이 세상이 그런 악한 로봇이 판치는 세상이길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말씀드리며, 저의 로봇에 대한 생각을 이쯤에서 마치고자 합니다.


※ 본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포털 검색(다음)을 통해 확인한 영화 및 자료 화면을 캡처하여, 비평·설명 목적에 한해 사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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